네 말대로 몇 번 여기에 쓰려고 해봤는데 어색해서인지 말이 잘 안 나와.
그냥 너한테 말하는 것처럼 쓸게.
다른 게 아니라 며칠 만에 손목시계를 차고 나갔는데 약이 다 됐더라.
벌써 며칠 전에 닳은 모양인데 난 그것도 몰랐어.
멈춰있는 시계 습관대로 차고 나가서 지하철 기다리는데
이거 약을 바꾸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다 닳은 이 시계 건전지에 지난 몇 년이 녹아있는 것 같아서.
사람 몸에 있는 세포는 주기적으로 갱신된다고 하잖아.
겉모습은 그대로일지라도 얼마 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다 바뀐대.
내 손에 그런 세포 하나가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이걸 바꾸면 그 시간과 나를 이어주는 것 한 가지도 잃어버릴 것 같고 그러더라.
난 아직도 네 생각을 해.
저런 오글거리는 고민을 하더라도 결국은 시계 약을 바꾸는 것처럼
네 생각을 한다고 뭘 어떻게 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네가 더 섭섭해하고 있을까 걱정이야.
내가 너 완전 싫어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 다치진 않았을까.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너니까, 이번에도 내 마음 좀 읽었으면 좋겠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당당하게 살아. 아프지 말고 밥 잘 챙겨먹고.
고마워. 내 이십대를 같이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