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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 단편선] 나는 자연인이었다 #1
게시물ID : panic_1030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마행자
추천 : 15
조회수 : 33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3/04/21 14: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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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가 기승인지 마를 대로 마른 나뭇가지들이 더욱 말라 보인다.

산에 들어 온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렇지만 새벽 1시가 되면 시작되는 끔찍한 고요함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 적막함 속에 지난 한 달을 생각해 본다

 

내 인생에 있어 이렇게 외로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진행하던 사업을 싹 정리하고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땅을 구입했다

워낙 저가에 나오기도 했거니와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고 하는 이곳... 부동산 여사장은 의심스러움을 약간 품은 얼굴로 왜 이런 곳에 젊은 사내가 들어와 사는지 마치 범인을 취조하는 형사처럼 이것 저것을 캐 물었다.

 

입산 전 일종의 면접 같다고나 할까? 달리 할 말이 없어 그냥 몸이 안 좋아 요양 차 이곳에서 지내보기로 했다고 적당히 둘러 대었다

젊은 총각이 어디가 그렇게 안 좋냐며 걱정하지도 않으면서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부동산 사장의 표정이 역겨웠다

하지만, 그런 포커 페이스를 나 또한 포커 페이스로 응수하며 또 다시 의미 없는 변명을 늘어 놓는다

그러다 보니 없던 병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가진 것을 정리하고자 그간 벌었던 돈은 모 기부단체에 90%정도를 기부했다

나에겐 내 재산을 줄 가족이 없었다. 천애고아였던 나는 그렇게 언제나 혼자였고 외로웠다. 보통의 고아들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에 대한 동경도 심하고 그것이 잘못 발전되어 집착을 보이기까지 한다고 누군가 이야기 한 것 같은데

난 그런 생각을 30이 가까운 나이가 될 동안 갖지 않다. 그녀가 내 인생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느날 내가 운영하던 쭈꾸미 집에 그녀가 왔다. 그날은 비가 조금씩 와 약간은 서늘했던 초가을 무렵의 낮이었다

친구로 보이는 또래의 여성 4명이 우리가게로 들어왔다. 매운 쭈꾸미를 시키고는 서빙을 하고 쭈꾸미를 볶아 주는 나에게 그중 한 여성이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가게 주인이시냐? 장사는 혼자 하시냐? 그런 그녀를 재지하며 왠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그녀는 그 뒤로 혼자서도 우리가게에 찾아오곤 했다

그리고, 쭈꾸미 볶음을 시켰다. 바쁘지 않은 날은 서빙을 하며 이런 저런 대화도 하고 어느 손님 없는 날은 가게문을 일찍 닫고 그녀와 같이 술도 한잔 했다. 그렇게 우린 가까워 졌다

그녀 입에 살짝 묻은 쭈꾸미 양념을 손으로 닦아주던 그날 그녀와 난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그날 난 그녀와 미래를 약속했다

그녀는 회사일 일찍 끝나는 날 내 가게로 와 가게일을 도왔다. 그녀가 오는 날엔 정말 하루종일 힘들었던 묶은 피로감이 사라졌다.

내 가게를 한지 7년차그런데로 돈도 모았고, 집도 있었다. 우리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서로를 더욱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를 떠나 보냈다.

 

그녀의 부모님께 인사들 드리러 간 그날 난 느꼈다. 그녀와 난 절대로 이어질 수 없음을...

서울에서 소위 잘 산다고 하는 그 동네에 그녀의 집이 있었다. 집에 차고도 있고 자칫 운동장으로 착각할 것 같은 마당이 있는 그런 집

그 동안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그녀는 착한 거짓말을 했나보다. 나를 보고 싶다던 그녀의 부모님들은 나를 취조하듯 코치코치 이것저것을 캐물었고 특히 내가 고아란 사실에 그녀의 어머니는 큰 한숨을 쉬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변변한 차 대접도 못 받고 입을 굳게 다문 그녀의 아버지의 싸늘한 눈빛에 난 그 집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빈속에 소주를 잔뜩 마시고는 다음날 그녀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걸 다 잃은 듯 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멀리 떠나고 싶음을 이야기 했다. 마침 하던 사업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살짝 휘청거리기 시작하던 터였다. 그렇게 나의 신변을 정리하고 난 보무도 당당하게 이산에 들어왔다.

 

조립식 농막을 구입해 대충 집이라고 마련하고 쓰던 가재도구와 살림을 옮겼다. 세간이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산 초입까지만 갈수밖에 없다고 박박 우기는 용달차 주인에게 웃돈을 조금 두고 같이 짐을 옮겼다

하루 일을 공쳤다고 투덜투덜 대면 돌아서는 기사 분을 돌려보내고 드디어 나의 산 생활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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