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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 단편선] 나는 자연인이었다 #5
게시물ID : panic_1030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마행자
추천 : 15
조회수 : 356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3/05/02 12: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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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아주머니는 산에 약초를 캐러 갔다

평소 건강이 안 좋으신 남편분의 약에 쓸 약초를 캐러 말이다...

산중턱에 나무가 우거진곳에 들어가니 마치 밤이라도 된 것처럼 컴컴했다고 한다

그래도 어릴때부터 올라서 나물도 캐던 동네 뒷산인데 뭔일이 있겠냐 해서 무시하고 부지런히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갑자기 사람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단다...

 

"여기 자주 오르지 마라...죽는다..."

 

그 목소리는 얼마전에 죽었다던 김덕소씨의 음성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놀라서 하산한 아주머니는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남편분과 김덕소씨는 어릴때부터 친했던 친구였다고 한다.

 

"그러니께...내가 허고 싶은 말은 혹시 총각도 그 소리나 뭔가를 듣거나 본게 아닌가 해서 물어보는거지라..."

 

그때 헛기침을 하면서 아주머니의 남편이 집으로 들어오셨다.

난 멋쩍게 인사를 했다. 아저씨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나의 어색한 인사에 어색하게 답을 주셨다.

 

"이 총각이 그 총각이요잉."

 

"...안녕하세요."

 

"...뭣땀시 그 산에 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내려오소..."

 

"??"

 

"거기는 사람이 살면 안되는 곳이요. 거긴...한이 서려 있는 곳이란 말이요.

임자...가서 막거리랑 김치 좀 가져와."

 

아주머니는 상을 차려 왔다. 개다리 소반에 김치와 막걸리. 그리고 잔을 내 오셨고 아저씨는 잔을 한잔 채우고는 나에게 물었다.

 

"술 하시지라?"

 

"..."

 

그렇게 아저씨와 술자리가 시작되었고 아저씨로 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술을 몇잔 들이키고 나서는 긴 한숨을 푹 쉬고는 담배를 한대 물고 불을 붙힌다

그리고 길게 연기를 내뿜고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덕소는 내 죽마고우요...."

 

이야기는 이랬다. 아저씨와 덕소라는 사람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어릴때부터 친구였단다

둘은 정말이지 너무 친했다고...이 이야기를 할때 아주머니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게 서로 일가를 꾸리며 잘 살던 어느날. 그러니까 정확히 10년전쯤 덕소 아저씨가 산에서 실족해 죽는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장소는 황구가 매일밤 쳐다보며 낑낑대던 그곳...내가 찾아가 보았던 그곳이었다

아저씨는 단순한 실족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분명히 개입된것 같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할때 아주머니가

 

"거 쓸데없는 소리를 또 한당께요."

 

라고 말을 했고 아저씨는  "..."하며 고개를 땅에 떨구었다.

 

"누군가라면..."

 

하고 내가 물었고 아저씨는

 

"저 양악산이 사연이 좀 있응게..."

 

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산은 덕소라는 분이 가문대대로 물려받은 산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 시대때 그러니까 덕소라는 분의 할아버지가 산의 일부를 빼앗겼다고 한다

빚이 있어서 어쩔수 없었지만 그 빚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모략으로 어쩔수 없이 산의 일부를 처분해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양악산 중의 한 고개가 누군가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그나마 해방이 되어 남은 산 일부를 지켜내었지만 안 그랬으면 덕소라는분은 산을 지켜내지 못 했을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십수년간 산을 지켜내는걸 당신의 사명처럼 살아왔다고 한다. 자식들이 내려와 산을 처분하자고 해도 꿋꿋이 지켜내었다고 한다

서울에 살던 자식들은 누군가가 산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쳐준다고 하니 매주말마다 와서 덕소 아저씨를 볶아대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 산에 올라가 실족을 해서 추락했다고 하는데 아저씨는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고 한다.

 

"거기가 사람이 떨어져 죽기가 힘든 곳잉게 말이요. 내가 믿을수 있냐 말이요."

 

그렇게 미심쩍은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죽은 뒤 그 산을 사겠다고 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서 비워둔 땅으로 둔것이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중 일부를 내가 매입하여 들어가게 된것이었다.

 

"그렁게...거기엔 덕소의 한이 서린 곳이란 말이요...거가 있으면 큰일 난당게..."

 

이렇게 아저씨의 긴 이야기는 끝이 났다.

막걸리 병을 보니 정확히 다섯병을 마신 후였다. 시간은 밤 9...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아주머니가 내 팔을 붙잡는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날 밝으면 올라가요..."

 

"그라게...이 밤중에 거기는 올라가지 말랑게요..."

 

"...아닙니다. 올라가야 합니다."

 

한사코 나를 막아내는 두분의 감사한 마음을 거절하고는 난 길을 나섰다.

집을 나서는데 이장님이 몇몇분과 나와 마주쳤다.

난 인사를 했고, 이장님이

 

"아이고...어디 다녀오시는 가보네요?"

 

라며 물어 보셨다.

 

"...일이 좀 있어서요..."

 

"아니 지금 산에 올라가시력고라?"

 

".빨리 올라가려고요."

 

"어이고...산길은 어두울틴디...조심해서 올라가요."

 

" , 감사합니다."

 

"...여그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올라가는건 어떻소?"

 

"...아닙니다. 감사하지만 폐를 끼칠수야  없죠. 빨리 올라가겠습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는 길을 서둘렀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황구를 생각하면 산길의 무서움도 그렇게 두렵진 않았다

30분쯤을 올라갈때 쯤이었다

너무나도 소변이 급한 나머지 산길에서 조금 벗어난 숲으로 들어가 소변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내가 오던 길쪽으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났다.

난 이상한 느낌에 일단 나뭇가지 덤불에 숨어서 그쪽을 보았다.

두명이서 올라오는데 자세히 보니 아까 그 아저씨와 이장옆에 있던 누군가였다...

그들은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왜지...이 밤중에...

 

혹시 나를 쫓고 있는건 아닌가 싶었다.

이장님 옆에 있었던 사람이 아저씨에게 말을 했다.

 

"아따...그놈 걸음도 빠르요 진짜..."

 

"그란게 말이여. 술을 그리 멕였는데도 금새 올라가네..."

 

그렇다. 그들은 나를 미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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