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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막연합니다.
특히 학원가는 코로나이후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절망적인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리모컨 음소거를 하게 만들었다.
중간고사 이후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학생들의 시험지를 직면할 용기가 출산을 하는 고통보다 더하다.
"안돼~~~!" 3번으로 쫘악 찍으면 안돼~~~~
손을 휘저으며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
어제 한 중3학생의 수학,영어,역사,과학 시험지를 펼쳐 보았다.
모두 3번!
정말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어보인 깔끔한 답표시가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컴싸(컴퓨터 싸인펜)의 정갈한 브이 표시가 약속하기만 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3번에 브이표시를 문질러보았다.
"어~~~, 누가 3번이라고 해?" 나는 물었다.
"시험전에 얘들이 그랬어요. 오늘은 연필점괴가 3번이라고요!" 중3여학생이 별감정없이 대답했다.
다음 시험까지는 나는 3번 버스, 3번 은행 대기표, 3개들이 페레레로쉐 초콜릿은 마주치기도 싫을 것이다.
수학 17점 영어 21점 과학 18점 국어 32점 역사.....하아!
3번으로 찍었는데 이 점수가 나온 게 신기하다.
한참을 시험지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난 이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
입맛이 없다. 저녁 9시까지 수업을 하려면 먹어야 한다. 오후들어 커피만 4잔째다. 속이 쓰리다!
"꾸르르 꾸르르" 배에서 요동을 친다. 차라리 배가 아픈게 머리는 맑아지고 좋다.
배가 아파서 학생 시험점수의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통증은 다른 통증으로 잊는다는 말이 맞다는 것이 증명되는 신기한 순간이다.
"연금 한 장, 로또 자동 한장이요!"
집에 가는길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뭣에 홀린듯 복권가게에 들어갔다.
'부디, 2등이여도 좋소' 매번 우울한 날 사는 복권이 오늘따라 더욱 간절하다.
내일도 그 학생을 마주해야 하는 나는 '뭣을 해야하지?'
'나' 라는 존재에 대한 무력함에 어깨가 짓눌려온다.
"애들아! 안녕, 오늘은 수학 이차방정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뾰로룡" 최면을 걸자!
그래야만 한다. 버티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