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앉으시오."
유저는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캐릭터를 하겠소?"
"앨리셔."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 하던 토게이 유저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상향해봤자 마찬가지요. 더 나은 서폿들과 원슈아가 우글대는 공방에 앨리셔를 들고 가서 어쩌자는 거요?"
"앨리셔."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한 번 정을 주면 돌이킬 수 없단 말이오. 모든 근캐의 하드카운터 자리를 왜 포기하는거요?"
"앨리셔."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토게이 유저가 나앉는다.
"동무, 저번 밸런스 패치에서는, 기계주먹 근육돼지의 근다 방증을 20%까지 올려줬소. 토마스는 공방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원딜들은 동무가 미쳐 날뛰는 단데기를 얼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소. 공방의 수호구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앨리셔."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장교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공방 생활에서, 멘탈병♡들의 졸렬한 입털기에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팀원들은 동무의 하찮은 뻘궁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원딜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멘붕과 욕설은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앨리셔."
(중략)
"앨리셔 상향이라지만 같잖은 얘기요. 앨리셔는 리사보다 외모도 스킬도 하위호환인 걸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리사가 아직 과도기적인 여러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리사에겐 씹사기적인 사거리가 있습니다. 메즈캐는 무엇보다도 견제력이 소중한 것입니다. 메즈캐는..."
"앨리셔."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서폿유저 중 한 사람이, 관뚜껑에 못박힌 캐릭을 잡겠다고 나서니, 같은 서폿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까? 고인캐를 잡아 고생하느니, 리사 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리사를 잡는 경우에, 개인적으로 스코를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유저는 고개를 숙이고, 제 8성구들을 내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앨리셔."
나오는 문 앞에서,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중략)
대기 중.
유저는 쉴새없이 흘러가는 파란 글씨들을 보고 웹툰창을 내렸다. 얼른 캐릭터 선택창과 채팅창을 보았다. 픽이 끝나기까진 아직 일렀다.
"무슨 일임?"
"한 명 없어짐;"
"?"
"한 명 기중이 형이잖아."
유저는 랜덤을 픽하면서 물었다.
"누구야 없어진게"
"앨리셔 한다던 애"
몇 분 후.
팀은, 초록빛으로 영롱히 빛나는 점프기어에서 뛰어내리면서, 한 사람의 팀원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이 들어찬 센티넬을 헤치며 달려간다.
축빛과 응원의 키스는 보이지 않는다. 333라인에도, 중앙 라인에도, 22라인에도.
아마, 공방에서,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