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분들 어린 학생에게 말씀이 좀 심하신 듯 합니다.. 좋은 말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연구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죄가 있는 사람은 차가 출시되기 전 그 차에 어떤 장비들을 어떻게 장착해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는 CEO들의 잘못이 큰겁니다.
학생. 내가 학생보다 나이가 두배정도 많은거 같으니까 말 편하게 할께. 이해하지? 현기차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선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맞아. 혁신적인 기술들에서 외국 차들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란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출력'과 '연비'라는 것을 요구하는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에 맞게 차를 잘 개발해 나가고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거야. 이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아직도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차들이 점점 시장 규모를 축소화시키고, 인수합병을 활발히 하는 이유도 알 수가 있어.
불과 몇년전(학생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현대차를 보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 대우의 마티즈가 안전도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고, 반면 현대 아토즈는 '안전하고 실내 공간이 넓은 경차'라는 평을 받으며 거리를 누비고 다녔어. sm5와 레간자가 기름고래 소리를 들을 때 ef소나타는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좋은 연비, 그러면서도 내구성 좋은 엔진을 자랑으로 내세울 만큼 좋은 차였다는거야. 뉴그렌져의 출시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모를거야.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폭발적인 출력을 보면 당시에 포텐샤가 어깨 펼 기회조차 주지 않고 뉴그렌져만 줄줄이 팔려 나갈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고도 남았어.
그랬던 현대차가 물러터졌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에어백이 안터진다고 불평을 하고, 내수와 수출이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왜 이제서야 받기 시작했냐는 거지. 그 동안 현대는 가지고 있던 기술들을 잃어버리고 전보다 더 성능이 떨어진 차를 생산하기 시작한거야? 에이, 이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야. 그렇다면 현대차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프레임만을 남기고 경량화를 시켜버린 결과 연비와 출력을 대폭 향상시키며 테스트 충돌만을 견디게 차를 개발한걸까? 이것도 아니야. 수출용 차량은 더 강화된 안전장치들(예를 들면 임팩트바 같은 장치들)을 장착하고도 내수차량과 연비차이는 거의 나지 않아.
결론은 이거야. 좋은 기술은 있으나, 그걸 내수용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거지. 연구원은 하루하루 피땀흘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이 없어. 그건 나도 공돌이라서 잘 알아. 지금 아버지께서는 마음만 먹으면 삼성보다 내구성 좋고, 쉐보레보다 안전도 높고, 해외차에 버금갈만큼 좋은 옵션을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계실거야. 하지만 경영진은 그걸 원하지 않아. 사람들의 눈가림만 가능하다면 옵션은 최소화 시키는 것이 경영상 이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거든. 사람들은 에어백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되는가 일일이 체크하기를 귀찮아 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사고가 났을 때 몇 개의 에어백이 터지느냐 이것 뿐이지. 그래서 경영진은 단순한 결정을 하는거야. 센서 몇개라도 줄여서 그 단가를 줄이라는 거지. 사람들은 고출력 고연비차를 원해. 그래서 GDI엔진을 개발해서 탑재한거야. 외국에선 포기해버린 그 기술을. 이유는 엔진 수명이었어. 일반 퓨엘 인젝션보다 적게는 열몇배, 많게는 수백배에 달하는 엔진 슬러지가 발생해서 GDI엔진은 시장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 라는 것이 외국의 판단이었어. 하지만 현대는 아니었어. 이유는? 사람들은 십만키로가 되기 전에 차를 바꾼다, 라는 시장조사를 이미 했기 때문이야. 웃기게도 우리나라는 '10만키로 넘으면 똥차'라는 이미지가 박혀있어. 외국에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알 길은 없지만, 적어도 흔하게 접하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외국의 '보통 차'들은 20~30년된 차들도 꽤 많아. 간간히 들리는 이야기로는 외국에선 60만키로는 뛰어야 이 차는 엔진때문에 제 값 못받아요 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기도 하고.(이건 카더라 통신)
학생 아버지의 말씀도 맞는 말씀이야. 현대차는 기술이 부족한 회사가 아냐. 다만 이걸 학생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시판제품을 설계하는 사람과, 그 시판제품에 들어갈 옵션을 결정하는 사람들 모두 다른 사람이라는 거야. 학생이 조금 더 눈을 돌려서 현대가 돈을 벌기 위해 발악을 해 대는 그쪽 부서 사람들을 보게 된다면... 아마 차게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열폭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거라 믿어.
ps : 우리나라와 외국의 기후차이라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어. 그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현대에서도 수출차량을 상대방 나라의 기후에 맞게 제작해야만 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겠지.. 좋은 이야기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