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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9156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되니
추천 : 0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6/14 04:19:03
때는 18살에서 19살로 넘어가는 겨울.
수학학원 강의가 끝나고 우결을 보기 위해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지금은 다 각본이겠거니 하지만
퓨어했던 그 시절엔 그게 진짠줄 알았더랬다.
쨌든 신호등을 기다리며 몇 분쯤 집에 도착할지
계산하고 있던 중에 여대생 두 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과제 때문에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참여해주실래요?"
나도 1년 뒤에는 대학생이 되기 때문에
그 두 명에게 쓸데없이 감정이입을 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지를 대충 작성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여대생 1이
'맘느님'을 아냐며 말을 걸었다.
18년 인생에 처음 듣는 말이라 모른다고 했더니,
왜 '대디느님'은 있는데 '맘느님'은 없을까요 하면서
야부리를 털어댔다.
지금에야 "그런거 안믿어요." 혹은 아예 쌩까고 지나가지만
18살의 나는 그런 대처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여대생 2는 '맘느님'에 대한 증거자료가
이렇게 수두룩하다며 나에게 맘느님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무려 길에 서서 30분동안.
다시 말하지만 그 땐 겨울이었고 나는 빨리 우결을 봐야했다.
슬슬 짜증이 나던 찰나에
여대생 1이 우리 잠깐 어디 앉아서
이야기를 하자고 떡밥을 던진다.
"저 우결보러 가야하는데요."
여대생1 "아~ 그래요? 그러면 전화번호 알려줄래요?
다음에 시간 되면 만나요."
그렇게 전화번호를 주고 나는 집에와서 우결을 시청했다.
물론 그 뒤로 연락이 왔고 나는 멍청하게도
만나자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자꾸 귀찮게 굴 것 같아서 "한 번 만나주지 뭐" 라고 생각했고
지금와서 그 때를 돌이켜보면 난 완전 미친색기였다.
18살이나 처먹고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자고 하는 데
덜컥 그러겠다고 했다니. 심지어 가족한테는 말도 안했다
무튼 그 때 만났던 길거리 근처 상가건물에 교회가 있었다.
나는 여대생 둘만 만나는 줄 알았더니, 목사도 함께였다.
그렇게 우리 넷은 오붓하게 맘느님 역사부터 시작하여
맘느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룬 동영상을 시청했다.
그들은 1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여주고,
나를 꾸준히 설득했다.
우리는 본래 죄를 지은 존재인데,
침례를 받으면 나중에 죽어서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 침례를 받자고 했다.
침례란 원래는 욕조같은 곳이 물을 받아놓고 벌거벗고
그 안에 몸을 담구었다가 빼는거란다.
이상해지는 내 표정을 봤는지
하지만 지금은 간소하게 물을 맞기만 한다고 했다.
젖는게 싫어서 거절해보았지만 그들은 끈질겼고
난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옷을 벗고 (속옷은 입었다) 가운을 걸친 뒤에
나는 거기 마련된 화장실에 무릎꿇고 앉았다.
목사는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샤워기를 내 머리위로 뿌렸고
나는 머리와 팬티가 젖어가는 걸 느끼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의식을 마치고 그들은 내게 떡과 포도주스를 내밀며
맘느님의 살과 피를 먹고 구원받자고 했다.
먹을거니깐 일단 먹었는데, 양이 너무 적어 불만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생명부를 작성하자며 무슨 노트를
꺼내들었는데, 여기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적으면
내가 죽어 하늘에 갈 때 맘느님이 나를 보살펴준다고 했다.
병신같은 나년은 거기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적어주고
집에와서 바로 하X님의 X회를 검색해 뭐하는 곳인지
찾아본 뒤한동안 이불을 걷어차며 하이킥을 했다.
주민번호는 주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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