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에 사촌형 이야기가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요. 이건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고 신기한 이야기인데 너무 궁금하고 혹시나하는 생각도 있어서 어느 게시판에 어울릴 지 몰라서 신비한 이야기는 공게가 어울린다 생각하고 질문드립니다.
제가 8월부터 타지에 취직을 하게 되어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벌이는 별로지만 일단 공공기관이라는 비전 하나만 보고 합격해서 올라왔는데요. 이 지역이 묘하게 수도권인듯 환경은 시골이고, 시골이면서도 물가는 상상초월이라 간신히 보증금 500에 월세 30짜리 방을 구했는데요.
벌이도 아직 별로고 월세 만기만 되면 전세대출 받아 이사할 생각으로 집안 살림도 쿠팡으로 2~3만원 짜리 정말 필요한 것만 이사가서 버리더라도 아깝지 않을 물건들을 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달 전 쯤 됐을까요? 집 앞에 누가 정말 괜찮은 침대 매트리스를 버려놓았더라구요. 바닥에서 자는게 너무 등이 배겨서 불편했던 저는 언제나 매트리스를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짜 괜찮아서 옳다쿠나 하고 주워와서 사용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주워온 물건이다보니 요즘 빈대가 창궐하고 있다고 하기도 하고 찝찝해서 페브리즈 뿌리고 일광소독하고 쿠팡으로 매트리스 커버를 사서 씌워서 설레는 마음으로 개시했습니다.
그 날 저는 어떤 여자아이와 데이트를 하는 꿈을 꿨는데요. 저는 꿈이라 자연스럽게 그 여자아이가 제 여자친구라고 의식하고 있었어요. 별 일 안했던 걸로 기억해요. 같이 퇴근하고 밥 먹고 스킨십은 꼬옥 끌어안는 정도였습니다. 알람소리에 일어났는데 그 여자아이 얼굴이 생각나고 데이트를 했다는 자체로 '아, 기분좋은 꿈 꿨네' 하고 그 날 하루종일 꽤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했고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신기한 건 그 후 일인데요. 매번 데이트 상황은 바뀌었지만 약 2주 가까이 같은 여자아이와 데이트를 하는 꿈을 꿨어요. 솔직히 같은 여자아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꿈에서 깨서 일어나면 '오, 또 그 아이가 나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꿈을 꾼 날은 그냥 기분이 괜찮았어요.
신기해서 같이 일하는 주무님께 이야기 했는데 저는 뜻밖의 반응을 마주했어요. 주무님께서 그러시는거에요.
"좀 찝찝한데? 그 여자애가 나쁜 일 당한 애면 어떡해?" 라고요. 저는 진짜 아무 생각 없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묘하게 꺼림직한거에요. 그리고 친구들한테도 신기한 일을 경험했답시고 똑같이 얘기했는데요. 친구들도 좋은 이야기는 안했어요. 진짜 장난처럼 반응하는 친구부터 기분나쁘다는 친구들만 있었어요.
"야, 이번에는 스킨십 더 나간다고 머리에 인지하고 자봐 크크크크크" 라던지
"아, 기분나빠...무서우니까 이런 얘기 하지마라" 라던가....
저는 사실 혼자가 된지 오래돼서 이런 꿈을 꾼게 너무 외로워서라든지, 혹시...정말 혹시...내 운명의 짝이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꿈을 꾸는 건 아닐까 라는 망상을 하면서 혼자 설렜었는데요. 듣는 사람들이 전부 장난으로든가 특히나 기분 나쁘다고 할 줄은 몰랐거든요.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말씀드렸었는데 어머니 역시 기분나쁘다면서 아무래도 그 매트리스 버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시더라구요. 어머니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신데 어머니께서 기도하신댔어요. 만약 제 꿈에 나오는 그 아이가 악한 영이라면 하루속히 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시겠다구요. 저는 근데 이상하게도 '횡재했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매트리스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기도하셨다고 하고 나서부터 매트리스에서 자고 일어나도 이제는 그 아이가 꿈에 나오지 않아요. 저도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가 약해졌다던지 몸에 아무 해도 오지 않았고, 지금도 그 매트리스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쌍커풀이 없는 옆으로 찢어진 눈매였지만 미소가 상쾌한 아이인 걸로 기억해요. 그냥 제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이상형이었던 사람이 외로운 마음과 합쳐져서 계속 같은 꿈을 꿨던 걸까요? 아니면 정말 비현실적으로 이 매트리스가 문제였던 걸까요? 저는 여전히 이 매트리스를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