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든 아기 얼굴을 바라볼 때,
아침에 일어나 옹알거리는 아기를 안고 거실로 나오며 등이며 온 몸 곳곳을 쓰다듬을때
꼬물거리는 그 입 주변으로 마구 뽀뽀를 퍼부을 때
아기 웃음 한 번 보겠다고 온갖 막춤을 출 때.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이 나서 너무 울고 싶어져요.
아빠가 살아계셨을 때, 가장 신나던 시간은 해가 질 무렵 전화벨이 울릴 때였어요.
'아빠 퇴근한다~'
그럼 옷 갈아입고 시간 맞춰 집 앞 육교에 나가 멀리서 아빠가 오는 걸 두근거리며 지켜보고
항상 손을 잡고 들어오곤 했죠.
아침에 아빠 구두를 닦아드리는 것도 빼먹지 않았고
휴일마다 아빠가 만들어주시던 된장찌개며 김밥
아빠의 메리야스에서 나던 그 아빠의 냄새...
초등학교 때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전 장례식장에서 거의 울지 않았어요.
아빠 몫까지 엄마를 지켜줘야지, 강해져야지. 그 힘 하나로 참 오랜시간을 버텼네요.
결혼식 때는 아빠 생각을 하면 제 정신에 식을 못 올릴 것 같아서 정말 최선을 다해 생각을 억누르기도 했구요.
10시간의 진통을 겪으면서도 아빠 생각을 했어요.
아빠가 내가 이렇게 아픈 걸 알면 진짜 속상해하시겠다...던지
아빠가 너무 보고싶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아빠가 보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같은 생각을요.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가 너무 사무쳐요.
내 삶의 이 행복들을 아빠에게 나눠드리고 싶은데.
엄마를 모시고 참 많은 데이트를 했던 것처럼 아빠에게도 그렇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아빠가 돌아가셨지만, 아빠가 해줬던 사소한 것들을 제가 다 기억해서 해준 덕분에
외롭지 않게 든든하게 살아오셨다구요.
남편을 정말 정말 사랑하지만,
아빠는 제 영원한 첫사랑이에요...아마도 제가 죽는 날에는, 이제서야 아빠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조금은 기쁜 마음이 들 것 같을 정도로요.
이제 제 아이가 크면 제 남편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겠죠?
우리 남편이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제 딸의 첫사랑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가을날이네요, 사과를 담은 까만 비닐봉다리를 제 손에 건네주시던 그 날 같은 가을날이요.
부모가 되니, 부모님의 사랑이 더 가슴저리고
드릴 수 없는 사랑에 가슴이 또 멍듭니다.
이 멍이 잘 삭아져서 제 아이를 사랑할 거름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