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1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양초 주문이 더 들어와서 다 고장 난 이어폰을 새로 바꿀 정도의 여유는 생기겠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양초를 상자에 담아 주소를 적어 전국 각지에 보냈다. 부산으로 가는 택배가 많다.
나 아직 부산 안가봤는데.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어.
2
집으로 돌아왔다.
주문이 들어온 양초는 주말에 만들어 보내면 된다. 이제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뭘 할까. 이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해도 따로 할 건 없었다. 게임도 지겹고 연락 할 사람도 딱히 없다.
자주 들어가는 웹사이트에 홀린듯 로그인을 했다. 또 얼마나 이곳에서 머물게 되려나
3
이상하지
너무 접속을 오래 했나. 너무 자주 들어와서 새로운 글이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건 말도 안 된다.
전부 읽었던 게시글이야. 이 사람이 사과파이를 만들었다고 올린 게시글이 베스트로 올라간게 언젠데 아직도 베스트야.
남자친구가 헤어지자 그래서 고민이라고?
그것도 일주일이 지났잖아 다시 사귀기로 했다는 글도 내가 본 적이 있는데 무슨 소리야. 이 사람들은 왜 또 모르는 척 덧글을 달고 있어?
4
[자살할 거에요.]
조금 피곤한 걸까. 헛게 보이네.
저 게시글은 게시자가 죽고 끝났는데.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시계를 보았다. 4시 14분.
이대로 그냥 나가기는 어쩐지 아쉬워서 고민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다.
피곤한가봐요. 자꾸 헛게 보여요.
새로고침을 누르자 누가 벌써 덧글을 달았다. 부지런들도 해.
-벌써 새벽 세 시 인걸요. 내일을 위해서라도 어서 주무셔야죠!
무슨 소리야.
이제 4시 17분인데. 조금 있으면 저녁 먹어야하는데?
5
맥주를 한 캔 땄다.
다들 왜 이래. 단체로 나를 놀리려고 작정이라도 한 건가?
게시글 작성시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일주일 전 오늘, 새벽 3시 17분.
다들 새벽 감성에 취해서 그에 어울리는 글을 올리고 있다.
뭐하는거야. 이벤트성 운영인가 싶어 공지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글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응?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6
어제 내린 비로 축축히 젖었던 우산도 깔끔히 말라 베란다에서 접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양초를 보내기 전에 먹었던 버터 감자과자 냄새가 입을 벌릴 때마다 피어 올라서 양치를 한 번 했다.
아무리 집에서 편하게 입는 티셔츠라지만 이건 지나치게 더럽다. 갈아입어야겠다.
얼마전 창고정리 행사에서 집어온 박스티를 할인 스티커만 떼고 입었다. 크고 편하다. 검은 색이라 뭐 묻어도 티도 안 나겠다. 잘 샀다.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액정화면 안쪽으로는 여전히 새벽.
X발, 뭣 들 하는 거야. 지금은 낮이라고. 아직 해도 안 졌다고.
화력이 남아있는 글은 문제의 그 글이었다.
7
힘내세요. 죽지 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대로 죽으면 지금까지 살아온 게 너무 아깝잖아요. 죽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내일도 여기서 기다릴거에요. 내일도 여기서 인사해요.
아니.
아니라니까.
얘는 죽었다고.
-다들 뭐 하세요? 이 사람 죽었다고 단체로 추모 행사라도 하는 거에요?
내가 올린 글은 아주 빠른 속도로 등산을 나섰다.
저번주에도 그랬지만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죽을 거면 빨리 죽으라고. 그래서 죽었잖아. 얘가 나 때문에 죽었나? 이미 죽으려고 각오한 애를 왜 붙잡지?
취기가 올랐다.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을 언급하며 불을 올리는 애들이 답답하다.
-잘 들어. 얘는 연예인 K고 부산에 있는 그 유명한 M빌딩에서 뛰어내린다니까. 고층빌딩이라 산산조각이 났다고.
덧글 하나에도 반응들 좋고. 해본 적 없는 등산을 양껏도 시켜준다.
캔을 하나 더 땄다. 슬슬 잠이 온다.
헛웃음이 나왔다. 시간들도 많고 오지랖들도 넓어. 미친놈들 진짜. 뭐 하는 건지. 하하
∞
날이 밝았다.
별다를 것 없는 날이다.
평소보다 양초 주문이 더 들어와서 다 고장 난 이어폰을 새로 바꿀 정도의 여유는 생기겠다.
양초를 상자에 담아 주소를 적어 전국 각지에 보낸다. 부산으로 가는 택배가 많다.
나 아직 부산 안가봤는데.
9
집으로 돌아왔다.
주문이 들어온 양초는 주말에 만들어 보내면 된다. 이제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뭘 할까. 이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해도 따로 할 건 없었다. 게임도 지겹고 연락 할 사람도 딱히 없다.
자주 들어가는 웹사이트에 홀린듯 로그인을 했다.
또 얼마나 이곳에서 머물게 되려나
10
날이 밝았다.
별다를 것 없는 날이다.
평소보다 양초 주문이 더 들어와서 다 고장 난 이어폰을 새로 바꿀 정도의 여유는 생기겠다.
양초를 상자에 담아 주소를 적어 전국 각지에 보낸다. 부산으로 가는 택배가 많다.
그만할래. 그만할래. 그만하면 안 될까
나 아직도 부산은 가본 적 없어
악플을 남기는 분들께
오늘의 무한대가 함께하길 바라는...마음에서 이야기 짜봤어요.
이 글이 하고 싶은 말은.. 모니터 뒤에 사람 있다는 것!
좋은 점심이네요. 저 아직 부산 가본 적 없는데 부산 가보고 싶네요.
부산! 유명한 음식이 어떤 게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XD
별 것도 아닌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출처 | 저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