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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엄마의 진심은 무엇인가.
게시물ID : humorstory_4377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무호야
추천 : 1
조회수 : 4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15 13: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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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외할머니께서 생신이시라 시골에 잠시 내려갔다 오게 되었다.
일찍 가봐야 가서 달래나 털 것이기에 차라리 늦게 갔다 일찍 오자 싶어
내려가서도 한참 길거리를 헤메고 다녔다.
그러다가 길을 잃어 같은 장소를 다섯 번 정도 가기도 했다.

더위는 내 머리위로 내려 점점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 날은 마침 화장품 가게가 세일을 하고 있었더란다.
세일 아닌 날이 없을 정도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러다가는 더위에 쪄죽는 게 내가 되겠다 싶어 잠시나마 피신을 해보기로 했다.
들어가자 마자 화장품 냄새가 훅 더운 바람처럼 불어왔다.
립스틱이 반값이었다. 혹시 꽃 냄새 과일 냄새라도 실려올까 싶어 고개를 박았지만
무거운 갖가지 화장품 냄새는 밀려나지도 않았다. 이름만 보고 '붸리오뤤지'를 골랐다.
진한 다홍빛깔의 립스틱이었다.

원래 화장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입술은 늘 무던하게 
본 입술 색에서 많이 변하지 않는 선이었던 내게 이 립스틱은 굉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더위에 미쳐있었던 바 결제를 하고 밖으로 나와
작은 시골 터미널의 복잡한 화장실 세면대에서 입술을 바르다가 퍼뜩
쥐는 안 잡아먹었을지언정 색소가 잔뜩 들은 아이스크림 세 마리쯤은 잡아먹은 듯한
입술을 보았다.
마침 잘 지워지지도 않는 끈적한 립스틱이었다.

난 애써 당당한 걸음으로 외할머니댁에 가는 버스를 탔지만
이십분 거리를 한시간 반쯤 돌아서 가는 버스에 타고 말았다.
머리카락이 육포라도 되는 양 잘근잘근 씹으며 자고 일어나니 정류장을 지나쳐 있어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내게 거기 고대로 있다가 다음 버스를 타고 다시 오라고 했다.
나는 그마저도 틀려서 한 두시간 쯤 있다가 집에 도착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데리러 오겠다는 소리가 한숨에 섞여 승리 팡파레처럼 들려왔다.

단란주점과 어두침침한 이용원의 사이 별다방 간판 밑에서 기다리기를 십여분
엄마가 운전하는 애마의 옆자리에 낑겨 탈 수 있었다.
내 입술을 빤히 쳐다보던 엄마는 내게 새로 샀느냐며 물었다.
나는 예쁘냐고 되물었고
엄마는 그렇게 해서라도.. 라며 말끝을 흐리다가
너는 젊으니까 그런 색이 어울린다. 라고 말을 바꿔주셨다.


출처 2015. 06. 13(토)
충남 서산시 운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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