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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03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ch
추천 : 17
조회수 : 17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1/07 18:37:53
중학교에 다닐 때 집이 불에 타버렸다.
그 집은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집으로, 비가 새기까지 하는 낡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이 집을 마음에 들어해서, 애착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만약 집에 인격이 있다면 그녀(집)도 우리를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나는 그것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이 난 원인은 이웃집의 누전이었다.
집은 여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였다.
겨울철, 건조한데다 나무로 지어졌던 우리 집은 순식간에 타들어갔고, 우리는 몇시간만에 집을 잃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새로운 집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나는 꿈을 꾸었다.
불타버린 집에 혼자서 남아있는 꿈이다.
꿈 속에서 집은 옛날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부엌에 서서, [불이 났던 건 꿈이었나봐. 다행이다.] 라며 안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니 방의 배치가 미묘하게 달랐다.
부엌 벽이 없어지고 본 적이 없는 다른 집에 이어져 있었다.
당황해서 천장을 올려다보고 이음매를 찾아봤지만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두 집은 연결되어 있었다.
[이 두 집은 같은 집이야!]
꿈 속에서 나는 그렇게 외쳤다.
잠에서 깨어나 아침밥을 먹는데 어머니가 [새로 살 집의 후보가 정했어.] 라고 형제들과 나에게 말해주셨다.
지금 임시로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우니까 각자 가본 다음 의견을 들려달라고 하셨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날은 주말이어서 학교가 쉬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그 집을 보러 갔다.
그리고 바로 나는 알아차렸다.
본 기억이 있었다.
이 집은 그 날 밤 꿈에서 봤던 그 집이다.
시험 삼아서 부엌 천장을 우러러 보니 꿈과 똑같은 벽지가 붙어 있었다.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임시로 살고 있던 집에 돌아가니 아버지만 계셨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무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이야기는 해보기로 했다.
[어젯밤에 새 집 꿈을 꿨어요. 전에 살던 집이랑 이어져 있었어요. 전에 살던 집이 여기를 소개해준 거 같아요.]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어린 아이의 쓸데 없는 말이겠지만 아버지는 [그러냐?] 라고 말했다.
[네가 그런 꿈을 꿨다니 그 집으로 하자꾸나.]
다른 형제들은 아직 그 집을 보지도 않았고, 어머니도 없었는데 아버지는 선선히 그렇게 정해버렸다.
그로부터 십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나와 형제들은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났고 부모님도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그 집이 옛날에 살던 집에게 소개 받은 집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집에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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