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노련한 중재자' 역할을 해냈다.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설득해 서로의 전제 조건을 미루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먼저 들어주도록 주선했다.
2013년 6월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를 통해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김일성)과 우리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라며 북·미 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은 고위급회담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오바마 정부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문제를 폭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시사IN> 제304호 ‘김정은, 방미 의사 타진’ 기사 참조).
당시 북한은 베이징에 나와 있는 대미 채널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당시 직책)가 방미한다면 미국이 전세기를 보내줄 수 있는지” 타진했다. 북한 국적기를 사용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 가면 NBA 농구도 보고 싶고 미국이라는 사회를 잘 구경하고 싶다”라는 김정은 제1비서의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파격적 제안은 성사는커녕 표면화조차 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중재할 안목이나 능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