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동생, 사랑하는 내 동생아. 널 처음 봤을때가 생각난다. 누나가 지금 네 나이였을때 무서운아빠를 피해 도망쳤던 엄마가 세월이 제법흘러 만나자고 했던 날, 엄마 등에 업혀서 세상모르고 자고있던 널 처음봤을때, 누나는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가 또 있을까 수백수천번을 생각했었어. 네가 막 아랫니가 삐죽 나오고, 막 옹알이를 하고, 네 어설픈 발음으로 누나 라고말했을때, 누나는 마치 엄마라도 된듯이 울었어.
네가 누나 새끼손가락을 네 손으로 꼭잡고 걷던 그순간을 아직도 잊을수가없고, 누나품에 안겨 걷던 어느 날 나는 늙어죽을때까지 누나한테 안겨서 다닐거야 하던 말을 친구들한테 자랑처럼 얘기했었어.
누나는.. 늘 너를 사랑한다..
라고 생각했었다.
엄마는 서른이 가까워진 누나에게 두번째 이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누나는 참을 수 없이 화가났어.
자식새끼 교복 입을때까지 키워보지도 못하고 또 이혼을 하겠다는 엄마가 꼴도보기싫었어.
너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를, 또 누나가 겪었던 그 고통속에 방치하기 싫었어.
그런데...
누나는 그러기에는 너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나봐. 엄마도 팔자 참 사납다.. 남들은 한번도 힘든 결혼을 두번이나하더니.. 자식이 셋이나 되는데 교복한번 못입혀보고 또 이혼을 하네..
누나가 네 아파할 시간들을 공감하기엔 그 시절을 너무 멀리 떠나왔나봐.. 너보다 엄마라는 여자의 슬픔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걸 보니까....
누나가 미안해.. 사랑하는 내동생 턱괴고 밥상에 앉아있는거, 왜이렇게 하루하루 우울하고 슬픈지모르겠다고 쓴 네 일기장, 밥먹고 나서 드러눕는 니 모습, 니 미운 모습들 보면서 내동생 예쁘다 안하고
누구닮아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누나가 부족해서 그래.. 너는 이제 초등학생인데.. 엄마는 곧 50이고..
누나가 자꾸 엄마편만 들어서 미안해.. 누나는 늘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