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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소설과 다소 다른 노선으로 가는 이유..(스포)
게시물ID : mid_138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애치킨
추천 : 8
조회수 : 142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17 11:10:39
저 개인적으론 드라마는 다수의 대중적인 시청자들의 흥미와 감정이입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라 봅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소설은 작가 개인의 철학이 확고하게 녹아있죠. 판타지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법한' 상황을 만들고 그 기준에 충실하게 전개한다-
 
이를 위해 다수의 실제 역사적 사례들을 참고하여 중세적인 권력투쟁과정을 설득력있게 판타지의 세계에서 재현한 겁니다. 리얼리즘이 가미된 판타지가 목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제목의 '얼음과 불의 노래'는 단순히 존 스노우와 대너리스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의 로망스적인 비현실적 요소-불/냉혹한 현실논리-얼음의 충돌인 것입니다.(이 부분은 작가의 인터뷰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영웅 서사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네드 스타크를 1부에서 내세웁니다. 전형적으로 온건하고 가정적이며 정의롭고 충성스러우며 용맹한 전사이기도 한 캐릭터죠. 이 캐릭터의 목을 처내는 것이 바로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정체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런 판타지 소설의 정의로운 주인공이 현실 중세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대답인 것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복수를 원하는 정의롭고 매력적인 2세 캐릭터를 또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갚는 정의로운 주인공. 이 또한 전형적인 인물상이며 흔한 클리셰죠. 그리고 피의 결혼식에서 결코 '이것은 이야기니까 당연히 정의가 승리한다!' 라는 기대감을 산산히 부숴놓죠.
 
 
이런 과정을 통해 소설 전체를 통한 긴장감의 유지와 캐릭터에 입체적인 생명력과 사실감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소설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캐스팅 비용의 한계, 지나치게 많은 인물수의 축소 필요-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스토리의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필요한 작업이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무리한 오리지널 스토리의 삽입이라거나(예를들어 소설에 없던 4시즌 로크의 나이트워치 잠입이나 야라 그레이조이의 테온 구출시도등은 개연성 면에서도 어색하고 전체적인 스토리에 영향도 주지않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봅니다. 쓸데없는 시간만 잡아먹어서 결국 진짜 진국이랄 수 있는 10화의 전개가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게 만들었죠) 대중적 취향에 타협한 캐릭터성의 변화를 주고 있죠.
 가령 대너리스의 노예 해방에 대해 소설처럼 현실적이면서 격렬한 부작용은 묘사가 잘 되지 않고 있으며, 노예들의 '노예근성' 또한 현실적인 부분이지만 거의 묘사하지 않죠. 미국의 역사에서 노예해방과 인종갈등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겠지만 작품성의 면에선 굉장히 아쉬운 판단입니다.
 
 또 '평민영웅' 다보스 시워드의 캐릭터를 원작보다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면서 정작 그런 다보스가 충성과 존경을 바치는 군주 스타니스의 캐릭터는 허공에 뜨게 만들었습니다. 다보스가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장면은 실제론 대부분 스타니스의 독자적 판단과 비범한 결단이지만 이 부분을 다보스라는 인기있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떼어낸 것이죠. 때문에 5시즌 스타니스시점의 갈팡질팡하는, 개연성 부족한 전개들은 이런 각색이 장기적으로 스타니스에 대한 설득력있는 캐릭터 묘사를 시청자들에게 주지 못해 벌어진 것이죠. 스타니스란 캐릭터가 확실치 않으니 이 시점의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이나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거죠
 
 북부 시점의 연출이 엉클어진 또 다른 이유는 무리한 '캐릭터 재활용', 그리고 지나치게 조급한 전개 속도 때문입니다. 원작에선 산사 친구가 아리아의 대역으로 램지와 결혼하지만 캐릭터 재활용을 위해 산사가 이 역할을 맡았고, 레이디 스톤하트와 접점이 있어야 하지만 레이디 스톤하트가 사라지며 실업자가 된 브리엔느를 살려주기 위해 또 스토리 변경을 했죠. 게다가 이 모든 내용을 한 시즌안에 우겨넣기 위해 또 엄청난 스토리 수정을 하면서 무리수가 누적된 것입니다. 원작의 4~5부가 지나치게 느슨해진 스토리 진행으로 비판받지만 적어도 개연성 면에선 드라마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스토리의 매력도 풍부했죠
 
 
 
 이런 무리한 각색들을 보면 대체로 '시청자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보다 대중적인 흥미요소를 위해 원작의 '리얼리즘적 판타지'라는 분명한 철학에서 타협한 결과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이 보기는 더 편할 지 몰라도 왕좌의 게임이란 작품만의 강렬한 개성은 없어질 수 밖에 없죠. 분명 네드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이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흔한 영웅놀이에만 몰두 하는 것 같네요
 
 
 물론 드라마는 소설과 표현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각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각색이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대등할 정도로 보여줘야 비로서 잘 된 각색이라 평하는 것이지 이번 5시즌 같은 방식으론 혹평을 피하기 어렵죠.
 
 첨언하자면, 각 회를 만드는 작가들간의 소통이나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연출방향에 대한 뚜렷한 플랜이 부족한게 아닌가 보입니다. 각 회를 영화처럼 만들기는 능한데, 전체적으로 연결성이 부족해지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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