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에 관한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김여사’라는 말은 사용해도 괜찮은 용어인가, 아닌가와 관련해 몇가지 조사한 자료들과 제 생각을 덧붙여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본 내용은 아래와 같은 두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 가운데 더 많은가?
2. 그렇다면 '김 여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가?
긴 글을 읽기 힘드신 분들은 2챕터만이라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생각해 내린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1.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 가운데 더 많은가?
‘김여사’라는 말이 등장하게 것은 무개념 황당 사고를 내거나 운전 실력이 미숙한 여성들을 실제로 목격하면서였겠지요. 그렇다면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교통사고 유발 가능자)은 남성보다 여성 가운데 더 많을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전체 교통사고 현황에서 여성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여성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통계입니다.
여성운전자 교통사고 발생 현황(2012~2014)
구분 | 2012 | 2013 | 2014 |
발생건수 | 37.208 | 37,251 | 40,943 |
사망자수 | 501 | 528 | 524 |
부상자수 | 56,970 | 56,438 | 61,483 |
다음으로 지난 3년간 전체 교통사고 통계입니다.
전체 교통사고 현황(2012~2014) (출처: 위와 동일) 구분 | 2012 | 2013 | 2014 |
발생건수 | 223,656 | 215,354 | 223,552 |
사망자수 | 5,392 | 5,092 | 4,762 |
부상자수 | 344,565 | 328,711 | 337,497 |
이 두 통계를 가지고 전체 교통사고에서 여성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여성 운전자 비중 (2012~2014)
| 2012 | 2013 | 2014 |
발생건수(%) | 16.6 | 17.3 | 18.3 |
사망자수(%) | 9.3 | 10.4 | 11.0 |
부상자수(%) | 16.5 | 17.2 | 18.2 |
일단 여성의 경우, 교통사고 발생건수에 비해서 사망자수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통계만으로는 실제로 여성이 사고를 많이 내는가에 관해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전체 운전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알아야 합니다.
신문기사를 찾아보니 2014년 인구 100명당 운전면허 소지자 수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남자: 69.6명
여자: 47.6명
(출처: 데이터 뉴스 기사
여성인구와 남성인구가 거의 같다는 가정 하에서 계산해보면 2014년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대략 40.6%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전체 발생 사고에서 여성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비율은 위의 통계에서 보듯 18.3% 정도이니, 면허 소지한 여성 인구에 비해 사고 발생 건수는 상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결론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 면허도 상당수 존재하고, 남성 운전자의 경우 장거리-장시간 운전이 많을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되기 어렵겠죠. 따라서 주행거리 당 사고 비율을 따져봐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자동차 운전자 5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사고 발생횟수’는 여성 운전자가 0.18회로 남성 운전자(0.13회)보다 많았다. 여성의 평균 주행거리(약 12184km)가 남성(약 16701km)보다 짧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여성의 사고율은 더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내용에 따르면, 동일한 주행거리일시 여성운전자의 사고 발생횟수가 남성운전자의 2배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놓고 보면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 가운데 더 많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여성이 남성보다 운전을 못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구조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공간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연구 결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의 통계들을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면허는 있지만 실제 주행은 별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리라고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 부족에서 오는 숙련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요 결론:
- 동일 주행거리시 여성운전자의 사고 발생횟수는 남성운전자의 2배 가까이 된다.
-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 가운데 더 많다는 결론이 가능하다.(비율적으로)
- 운전능력의 차이는 공간인지능력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운전 경험 부족에 따른 숙련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2. 그렇다면 ‘김여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가?
우리는 아직 충분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은 비율적으로 남성보다 여성 중에 더 많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만,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가령, 음주로 인한 사고(주취폭력이나 음주운전)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 부분에서는 별도의 자료를 인용하지 않겠습니다만, 음주로 인한 사고는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많이 일으킬 것이라고 쉽게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만일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일반적 폭력의 문제를 생각해보죠. 남성에 의한 폭력사건, 강력범죄가 훨씬 많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음주남’ 혹은 ‘폭력남’이라고 성별에 따른 별칭을 만들어서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냥 주취자, 폭력범 이런 식으로 표현하죠. 왜 그런 것일까요?
은연중에 우리는 남성에게서 그런 문제들이 잘 일어난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문제화해야 할 지점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왜 운전능력이 미숙한 여성운전자는 ‘김여사’라는 별칭을 붙이게 되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를 흔히 보아 왔습니다. 된장녀, 개똥녀, 김치녀, 김여사 등등... 각각이 의미하는 바와 맥락은 모두 다릅니다. 전체를 지칭하는 표현도 있고 아주 특수한 사례에 국한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못된 행위를 하거나,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여성들을 그 성별을 특정하며 지칭하는 별칭들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교해볼때, 남성의 경우 이와 비슷한 경우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여성과 비교해 볼때 남성에게서 통계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들(앞에서 예를 들었던 폭력과 음주)에 대해서는 남성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문제로 바라보면서 무성화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여성의 성을 명시하면서 특수화시키고 문제화하는 것인가. 저는 이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언어에 의해 규정되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어떤 문제든 그것을 지칭할 용어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부조리, 불합리, 모든 폭력과 범죄. 그것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어떤 문제를 특정한 성과 연관시키는 용어들을 만들어나가게 될 경우, 그것이 그 성에 대한 편견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김치녀라는 용어의 등장이 아무런 전사(前史)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치녀는 한국의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용어입니다만, 김치녀라는 말이 등장하기까지는, 그 이전에 된장녀, 개똥녀 등과 같은 ‘~녀’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개념과 여성을 결합시킨 용어들, 그 궁극적 연장이자 최종 귀결지점이 김치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특정한 문제를 성과 연결짓는 개념어, 혹은 용어를 만드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고 예민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김여사’란 용어를 사용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