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얼굴, 비공개, 항해
게시물ID : fashion_1623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들깬잠
추천 : 0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7 23:43:33
<얼굴, 비공개, 항해>

-첫번째 질문, 이것은 룰, 규칙인가?

이 논의에 대해 저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규칙, 강제적 룰이 되기 위해선 공식적인 절차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공지사항이나, 정식적인 룰로 어디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문화’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문화라고 본다면, 전 문제를 단순히 자유의 권리와 제한의 문제로 언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두번째 질문,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공동체가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막는 법이라면 전 바람직하지 않다에 한 표를 던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규칙이 아니라 문화의 측면에서라면, 그 형성과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 이 문화가 왜 생겨났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세번째 질문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번째 질문, 얼굴 비공개의 목적은 무엇인가?

많이 논의되는 얼굴 비공개의 목적 중 하나는 사진 도용에 대한 피해 문제입니다.
여기에는 피해를 보는 것은 당사자이며, 자신의 책임 여하의 문제이고 다른 사람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란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이는 맞지만 여기에는 분명 공동체가 치뤄야 할 부담이 있습니다. 
특히 오유 외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도용은 실제로 패게가 치루어야 할 스트레스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가급적 이런 사태가 적게 일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전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얼굴 비공개가 일종의 열등감 조장의 문제와 연관된 것이란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SNS의 악영향 중 하나로 사람들은 과도한 비교, 이로 인한 열등감이라 말합니다. 
얼굴 공개는 분명 이러한 외모에 대한 비교를 부추기는 면이 존재합니다. 전 얼굴 공개에 역시 이러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굴 비공개는 외모보다 패션에 보다 집중하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외모로 인한 우열 비교를 자제하게 합니다.


-네번째 질문, 이 문화가 바람직하다 할 수 있는가?

사진 도용이나, 열등감에 대한 방어적 측면에서나 전 이것이 오유만의 매력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 둘 모두 실상 자기자신을 위한 문화이기보다는 공동체,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패게 이용자들은 ‘우리’라는 의견을 마음속에서 전제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중 누군가가 다른 곳에서 피해를 보고 오지 않기를 바라며, 그를 그러한 위험에서 보호하고 싶어합니다.
또 패션 게시판은 여러 게시판들 중에서도 우열에 대한 비교를 피하기 어려운 게시판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이를 조직적으로 제한하는 방법도 없습니다. 
따라서 조금은 과도하더라도 이러한 문화를 통해 이러한 공동체를 지켜나간 셈입니다. 


-다섯번째 질문, 그럼에도 공개를 바란다면 허용해야 하는가?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질문입니다.
문화란 만드는 것이지, 허용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러니 공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란 질문으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저로선 조건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얼굴을 공개하면서도 이러한 문화,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결정이 그전까지 이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이 되어선 곤란하다고 봅니다. 
그 전까지 이런 비공개 문화를 지킨 이들을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은 위선자처럼 평가하는 것은 정말 부당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논쟁의 시작도 여기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문화를 만들고 지켜가고 있었고, 거기에는 그저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뿐입니다. 
그 동안의 문화는 안전과 보호를 중시했습니다. 
오유 밖의 세상은 오유같지 않고, 그들은 공동체의 문화보다 자신의 이익을 중시합니다. 자신의 소중한 사진을 올린 사람을 존중하지도, 배려하지도 않습니다. 
또 우리 자신도 언제 그런 유혹에 빠질 지 모릅니다. 이 문화는 이러한 점에서 패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패게에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한 때가 온 것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이것을 규율의 문제로 말해선 안 됩니다. 
그저 우리는 새로운 문화, 이전의 좋았던 점을 살려 더 나은 문화를 가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뿐입니다.


-여섯번째 질문,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얼굴을 공개할 사람은 공개를, 비공개를 할 사람은 비공개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그동안 만들었던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측면, 공동체와 서로를 존중하며 행동하려는 정신까지 해치도록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일단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좀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며, 도용에 대한 문제에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도용한 사람의 잘못이지만 그것이 조심하지 못한 행동까지 정당화시켜주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패게인 중 누군가가 도용당한 부주의한 행동에 대해 비난한다면? 이는 바보같은 일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패게 안이나 밖에서든 도용한 사람이 비난받는 세상이지, 그 반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린 적어도 그의 부주의함까지 안에 품을 정도로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패게의 사진을 보며 이전보다 열등감을 느끼는 분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건 그들의 심리일 뿐이라고 말하신다면, 그들을 소외시키는 일일 뿐일 뿐입니다. 
그보다는 그런 분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누구든 용기있게, 외모와 무관하게 자신있게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어쩌면 지금보다 더 따뜻하게 패게의 모든 사용자를 끌어안을 책임이 패게를 이용하는 모든 이에게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열등감을 느끼는 분들도 더 용기있게 나서주신다면 이 문제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전 이 논의가 패게의 일종의 도전이라고 보입니다.
최근 국가도, 사회도 끔찍합니다.
오유도, 가끔씩 저에게는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는 그나마 누릴 수 있는 좋은, 좋은 문화를 가진 공동체입니다. 
이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이 구성원들이 자리에 머물러있지 않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마음가짐을 언제나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토인비의 말대로 ‘문명은 항구가 아닌 항해'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의견은 다르더라도, 같은 배를 타고 나아가는 항해자일 것이며, 어떤 항구냐보다, 어떤 항해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이들일 것입니다.

진심으로, 패게의 멋진 항해를 기원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