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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내추럴
게시물ID : panic_1035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레버골드
추천 : 1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5/04/06 19: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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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추럴

 

x~ 대체 이게 뭐야! 왜 내가 계속 보이는거야!”

 

모든 사건은 얼마전부터 시작되었다.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광고판에 부착되어 있던 것이었다.

자신이 평소에 입고있는 옷과 같은 행색으로 커피를 마시던 모습이 커피 광고가 되어서 말이다. 아래에는 광고모델 김남우라고까지 적혀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던 남우는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재미있는 상황에 휴대폰으로 그 광고를 찍었다.

그런데 S프라자 대형건물에 어느덧 그 장면이 휴대폰 광고를 하는 대형 광고판으로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거냐고~”

남우는 혼란스러운 외마디를 뱉어냈다.

 

김남우 씨 맞으시죠?”

누군가가 물었다.

 

남우는 고개를 들었고, 낯선 사람이 손에 든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거기에도 분명히 자신이 있었다.

 

그건 몇 주 전, 지각한 날 급하게 나와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버스를 탔던 그날의 복장과 똑같았다.

 

하아... 이건 또 운동화 광고군

 

광고 모델이세요?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봬요.”

 

그는 대답 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남우는 단 한 번도 광고 촬영을 한 적이 없다.

처음엔 버스정류장 하나뿐이었다.

다음 날엔 동네 슈퍼 벽면에, 그다음엔 지하철역의 디지털 광고판에.

사진은 하나같이 자연스럽다 못해 준비되지 않은장면들이었다.

웃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포즈를 잡은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졸린 눈으로 컵라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때로는 양말을 뒤집어 신은 채 편의점 앞에 앉아 있었다.

 

그 장면들은 어느새 라면 광고가 되기도 하고, 편의점 홍보 이미지로도 쓰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반응했다.

너무 현실적이다.”

가식이 없어. 요즘 감성에 딱이야.”

이 사람, 컨셉 제대로 잡았네.”

 

그의 이름도 함께 퍼졌다.

김남우.

 

지극히 평범한 이름이 브랜드처럼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남우는 혼란스러웠다.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느꼈지만, 문제는 그가 누구도 고소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지의 출처가 모호했다.

모두 “SNS에서 유행하길래 썼다거나, “인터넷에서 본 걸 인공지능이 재구성했다는 말뿐.

어떤 광고 대행사도 그를 모델로 등록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광고에서도 그를 지우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초상권 침해를 문제 삼거나, 광고비라도 받아볼까 했지만

하나같이 AI 기술인지 알았다거나 불펌없이 모두가 이용가능한 무료로 상업적으로 사용가능하다는 SNS 짤 장면으로 유명해진 일상의 모습이라 광고비를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점차 사람들이 상상하는 김남우와의 간극 속에 갇혀갔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트렌디한 감성도 없었으며,

단지 어제도 오늘도 허리를 굽혀 일하는 이름 없는 회사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광고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웃고 있었고, 자유로웠고, 다정했고, 유쾌했고, 그리워할 만한 사람이었다.

이상한 건, 그런 남우의 모습이 점점... 그 자신에게조차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그는 생각했다.

 

이쯤되니 광고 속 김남우는 나보다 더 나은 내가 아닐까.’

 

점점 광고 속 자신을 따라하려 노력하면서, 남우는 문득 생각했다.

그게 나였을지도 몰라. 아니, 내가 아니길 바랐던 나.’

 

그날 이후, 그는 출근길에도 구두를 닦고 나왔고,

요앞 편의점을 갈 때조차 제법 멋들어지게 꾸미기 시작했다.

 

타광고 속 포즈와 미소를 거울 앞에서 흉내 냈다.

그는 이제 누가 사진을 찍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정도로 이미 스타성이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매사 훌륭한 모델처럼... 어쩌면 이미 찍히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광고는 바뀌었다.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았다. 상품은 팔리 않았고,

화려한 문구도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정류장 근처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남우는 멀리서 당황해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던 한 여자를 발견했다.

 

자신의 핸드폰속 길찾기 어플의 모델이 된 그녀를...

 

그리고 여전히, 남우는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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