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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래서 너도...
첫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매우 그럴듯한 주장.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했다.
내가 생각해도 잘 짜인 ‘믿음’이었다.
작은 씨앗들을 뿌리자, 사람들은 점차 자신이 믿는 것만 보기 시작했다.
현실을 살아가는 인류에게는 사실, 가짜뉴스와 진실을 구분할 능력이 필요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자는, 절벽 끝 사진 한 장을 흔들며 외친다.
“이게 증거야!”
하늘이 인공 돔이라고 주장하는 자는
밤하늘에서 픽셀이 깨진 한 장의 사진을 수천 장 중 골라낸다.
“봐, 이게 디스플레이 시스템의 오류야.”
심지어, 인간이 외계인의 장난감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그들에겐, 우리는 그저 유희감일 뿐.
이 모든 분쟁도, 그들이 인류 홀려 서로 치고 박는 걸 즐길 뿐인 게임이라구.”
황당한 이야기들이, 기괴하게도 증거를 달고 퍼져나갔다.
“왜 다들 점점... 같은 방향으로 미쳐가는 거지?”
눈앞에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로켓이 발사되어 우주로 날아가는 생중계를 보여줘도,
심지어 외계인 조작설이 거짓이라는 당사자의 자백까지 나와도
그들은 자신이 믿기 시작한 ‘무언가’를
오히려 더 강하게 믿었다.
그리고, 최근.
내가 가장 분노했던 사건이 있었다.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타국에서 온 노동자들을 한곳에 모아 윽박질렀다.
“남의 나라에 왜 왔냐”며,
그들을 죽일 계획까지 세웠다.
다행히, 이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한 용감한 기자의 생방송 보도되었다.
덕분에 많은 시민들이 곧바로 행동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할 뻔한 일을 막을 수 있었다.
그건, 아주 명백한 ‘악’이었고
모두가 분노해야 할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니, 그래서 내가 누굴 죽였습니까? 대체 계획만 한 살인이 뭐가 죄가 됩니까?”
라는 태도를 보이더니 이내
“저 더러운 타국가의 노동자 새끼들이 우리나라에서 무슨 짓을 하는 줄 압니까? 당신의 아이들을 성희롱하고 위험한 질병을 옮긴다고 저것들이... 내가 안 죽이면 당신들이 죽을뻔 한 거라고~!!!”
라며 논점을 흐렸고, 시선을 돌리게 만들어 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대충 짜여진 ‘믿음’이었다.
처음엔 사람들도 비웃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혹시 그가 맞는 말을 한 건 아닐까?”
“국민을 보호하려다 그런 걸지도...”
그런 댓글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궤변은 쇼츠와 유튜브, SNS를 타고 퍼졌고
그 ‘믿음’은 어느새 국민의 40%에 육박했다.
대충 짰다곤 하나 사람들은 흐려졌고, 쉽게 돌려졌다.
나는 화가 난다.
한숨만 나온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아직도 ‘진실’이 중요한가?
아니면, 누군가 계속 만들어내는 ‘믿음’이 더 중요한가?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다만...
“거봐. 지금 너도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고 믿잖아.”
...나는 화가 난다.
왜, 아무리 노력해도
늘 반 이상은 넘지 못하는 걸까.
빌어먹을 유희거리들.
그리고
놀랍다.
들킨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