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초단편소설]딱 내 취향
게시물ID : panic_1035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레버골드
추천 : 4
조회수 : 7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5/04/09 16:58:31
옵션
  • 창작글

제목: 딱 내 취향

 

 

엄마는 세탁기 속 빨래를 힘겹게 끌어올리며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딸의 속옷을 툭툭 털며, 잠시 딸 방을 흘끗거렸다.

 

 

그날도 딸은 노출이 심한 편안한 옷차림으로 침대에 드러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빨래 바구니를 들고 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넌 애가...”

 

 

, 또 잔소리할 거면 나가. 이것만 보고 공부할 거야.”

 

 

엄마는 그냥 나가지 않고 문턱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혜화야! 내가 얘기 하나 해줄까? 좀 재밌는 얘긴데.”

 

 

딸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하고 싶음 해. 난 유튜브 볼 거니까.”

 

 

엄마는 어느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얘기하는 사람은 폭력적이고, 비열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한 남자.

최무정에 대한 이야기야.”

 

 

혜화는 시선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쳐다봤지만 유튜브 볼륨을 2단계 낮췄다.

 

 

그 사람, 친구 하나 있었거든. 김남우라고. 완전 정반대였지. 성실하고, 똑똑하고, 착하고... 그래서 더 밉더래. 그러던 어느 날, 무정이 요괴를 만났어. 아마, 장난을 좀 심하게 치는 요괴였나 봐.”

 

 

혜화는 피식 웃었지만 그러던지 엄마는 말을 이어갔다.

 

 

요괴는 이 아무것도 없는 최무정이 어떻게 살아갈 지 기대하는 눈치였지. 아무런 조건없이 원하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자를 줬대. 무정은 남우에게 상자를 건넸어. 안에는 자기 옷, 머리카락, 손톱, 속옷 같은 게 들어 있었지.”

 

 

무정아, 이게 뭐야? 이런 걸 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우는 쓰러졌어. 아니지. 엄밀히 말하면, 무정의 몸이 쓰러진 거야. 남우의 몸을 무정이 갈아탄 순간이었거든.”

 

 

혜화는 유튜브를 잠시 멈췄다.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조용해졌고, 딸은 그 말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무정은 김남우가 됐지. 회사는 곧 그만뒀어. 머리가 나빠서 일을 못 하더라나. 대신 그 사람이 모아둔 돈은 즐겁게 썼대. 여행, 여자, ... 그렇게 살다가 또 다른 사람을 갈아타고, 또 다른 사람을... 단순히 쾌락을 연명하려고 말이지. 여자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래.”

 

 

딸은 찜찜한 기분에 턱을 괸 채 말했다.

 

 

엄마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야? 엄마 소설써?”

 

 

약간은 예민해진 혜화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뒤로하고,

혜와의 몸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며 엄마는 말없이 웃었다.

그 웃음은 이상할 정도로 천천히 번졌다.

 

 

“...그리고 며칠 전에, 이 집에 들어가는 너를 보게 됐거든.”

 

 

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넌 애가... 딱 내 취향이었어든.”

 

 

-

 

 

엄마는 다가와 딸의 흐트러진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감도 좋아. 우리 딸래미~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에 올린 엄마의 첫 소설~ 헤헷.”

 

 

엄마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빨래를 널러 나갔다.

방 안엔 잠시의 정적, 멈춰 있는 유튜브 영상,

다급하게 뭔가를 재빨리 검색하는 혜화만 남았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