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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쓰는 애는 머리가 액세서리인가요?
게시물ID : sisa_10353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븅
추천 : 5
조회수 : 116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3/24 18:10:48
2011년에 누가 쓴 글이라는 데 개소리가 장황해요ㅎ



1. 정봉주의 폭로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느냐, 혹은 1년의 구속이라는 형량이 적당하지 에 관한 논의는 별개의 문제 . 그것은 사법적, 정치적으로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합의되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봉주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시킬 위험도 크기 커지기 때문이다.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큰 법익인지는 가치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2. 중요한 것은 BBK 사건의 실체다. 여기서 우리가 근거할 수 있는 자료는 노무현 정권 시절에 이루어진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 그리고 1,2,3심을 통해 법정에서 드러나고 판결문에 적시된 사실들이다.법원이 정권의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굳이 반박할 필요를 못 느낀다. 나꼼수 팬들이 신상을 터는 대법관은 피디수첩에 무죄를 선고했던 그 판사다. MB가 서슬퍼렇게 살아 있을 때 소신판결을 했던 '개념판사'가 MB가다 죽어가는 레임덕 시기에 정권의 외압에 굴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3. 결론부터 말하면, BBK 사건은 (1) 통상적인 경제사기사건, 즉 김경준과 에리카킴의 사기행각에 금융에 대해 무지한 이명박이 홀딱 넘어간 사건이다. 나아가 (2) 사기행각이 발각되자 이 통상적 사기사건을 대선이라는 민감한 정세 속에서 정치문제화하여, 법적 책임을 정치적 딜을 통해 피해가기 위해 두 남매가 던진 떡밥에 대어가, 말하자면 공당인 민주당이 (멍청하게 혹은 알면서도 선거를 위해) 낚인 사건이기도 하다. (3) 통탄할 것은 민주당의 이 현명하지 못한 대처로 인해검찰, 특검, 국회 등 국가기관들까지 덩달아 능멸당했다는 점.


(나꼼수 콘서트에서 공개된 녹음, 즉 에리카 킴이 MB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통화내용도 교활한 에리카킴이 정권에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일종의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 이를 모를 리 없을 주진우는 도대체 그걸 무슨 생각으로 공개를 했을까? 각하와 에리카킴의 관계는 각하가 김경준과 엮이는 계기를 설명해 줄 수 있을지언정 사건의 실체와는 논리적으로 전혀 무관하다.)


4. 공식적으로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가 각하라는 증거는 없으며, 그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도 없다. 정봉주 자신이 정황으로 제시한 증거들은 법원에서 말했듯이 조작됐거나, 아니면 화환, 명함, 동영상처럼 증거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자료들은 대부분 사기꾼 남매가 민주당에 떡밥으로 던져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민주당에 떡밥을 던진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정봉주의 저격이 성공하여 이명박이 낙마하면, 김씨 남매는 다음에 들어설 민주당 정권에서 자기들이 흘린 자료가 실은 조작에 불과함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함으로써 사면을 얻어낼 수가 있다.)


5. BBK 사건의 핵심은 역시 주가조작여부다. 왜냐하면 회사를 설립했다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 삼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BBK 소유문제와 주각조각 문제는 논리적으로 독립된 사안이다. 설사 각하가 BBK의 실소유주라 하더라도, 김경준은 금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각하 몰래 얼마든지 주가조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봉주 자신도 이 두 가지는 논리적으로 독립된 사안이며, 특히 후자, 즉 각하의 주가조작 관여를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각하가 아무리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다 해도, 각하에게 '금융' 사기씩이나 칠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다. he's not that smart! 각하는 멍청하게 사기 당하신 것. 차라리 당시에 이를 공격했어야. 경제대통령이란은 신화를 깨기에 얼마나 좋은 소재인가. 금융의 글로벌 호구, 각하.)


6. 소유나 조작을 검증하는 결정적 방법은 역시 돈줄을 추적하는 것. 하지만 검찰과 특검의 계좌추적을 통해 각하가 BBK를 소유하거나, 주가조작에 관여한 흔적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사안의 핵심을 깐 이상, 추후로 제시하는 그 어떤 정황도 부질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 의혹의 최대치는 각하가 BBK를 소유하지는 않았더라도 설립에 관여했거나, 혹은 관여하려 했다는것 정도. 그리고 다스가 각하가 친인척의 명의를 이용해 위장한 각하의 재산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 정도.


7. 정봉주 역시 이를 인정하기에 나꼼수에서와는 달리 법정에서는 “이명박 후보자의 주가조작 혐의는 입증하기 어렵고, 이명박 후보자가 ○○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더라도 주가조작 혐의까지는 연결시키기 어렵다고 보았으나...라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법정에서 결정적 한 방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봉주의 폭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꾼 남매가 던져주는 떡밥에 의존했기에, 거기서 나올 실체적 진실 따위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정봉주는 김경준 남매에게 멋지게 속아넘어간 셈이다.


8. 따라서 법정에서 정봉주는 각하의 BBK 소유나 주가조작이 사실이라고 주장한 게 아니라, 그게 허위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방어논리를 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나꼼수 팬들이 즐겨 인용하는 이재화 변호사의 글 '다시 쓰는 정봉주 판결문'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


“이명박 후보자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제기되어 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었고, 그러한 의혹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고 있었던 점, 그 후 2007년 12월 5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명박 후보자가 BBK 주가조작에 관여되었다라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후에도 국민들의 상당수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하였고, 이러한 불신은 김경준의 자필메모, 민주당 국회의원들과의 면담내용 공개 등에 의하여 더욱 증폭되었으며, 결국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전면적인 재수사를 하기까지 한 점, 피고인은 민주당의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의 단장으로서의 당론에 따라 발언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였다거나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위와 같이 발언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의 BBK 주가조작 및 횡령사건에 관여하였다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허위사실공표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여기서 BBK 소유와 주가조작 및 형령사건은 사실이 아니라 '허위'("허위라는 것은 인식하였다거나") 혹은 '믿음'("믿었고", "믿을 만한")의 지위로 내려온다.


9.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나꼼수 청취자들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나꼼수 청취자들에게 각하의 BBK 소유와 주가조작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사실 혹은 진실(이른바 "실체적 진실")로 여겨진다. 한 마디로 정봉주와 그의 변호인도 '이제는' 안 믿는 가상이 졸지에 현실로 둔갑한 셈이다. 내가 트위터에 정봉주와 그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팬들이 흥분하여 나를 공격한 것은, 나꼼수에서 정봉주의 발언과 법정에서 정봉주의 발언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0. 단순히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느냐 여부다. 말하자면 어떤 것이 여전히 허위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주관적 견해나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혹은 사실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법원에서는 정봉주 의원이 자신의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실로, 혹은 사실처럼 발언했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의 근거는 판결문에 나와 있다. 당사자에게 확인할 시간이 있었다, 한나라당의 해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증거 없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새로운 증거라고 내놓은 것이 반박되기 전의 증거보다 나은 것도 아니다, 등등.


11. 이 사건은 결국 민주당이 정권교체기를 틈타 정치적 딜로 사법적 처벌을 면해보려는 김경준 남매의 꼼수에 민주당이 말려든 사건이다. 그럼 민주당은 몰라서 속았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내 판단에 따르면 그들은 알고 속았다. (정치하는 애들, 여야 막론하고 발랑 까졌다.) 김경준 남매의 속셈이 무엇일지, 상식만 있으면 누구라도 충분히 추측할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가짜' 제보라 하더라도 이명박을 공격할 수 있는 재료라면 일단 쓰고 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의 법적 책임. BBK 중 4인방 중 3인은 김경준의 제보가 '가짜'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있기에 수위를 넘지 않었다. 그 때문에 MB정권의 법정에서도 무죄를 받았던 것이다. 반면 정봉주는 남들이 넘지 않은 그 수위를 과감하게 넘었다.


 

12. 김경준에게 놀아나는 민주당의 당적 실수에 수위를 넘는 정봉주 개인적 실수. 이 이중의 실수가 결국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나꼼수 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시 민주당 BBK 대책위에서도 정봉주는 통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봉주개인에게는 ‘BBK 스나이퍼’ 역할이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런데 그 유일한 정치적 자산의 실체란 결국 ‘멍청하게 사기꾼이 던진 떡밥을 덥썩 물었다가 제대로 낚였다’는 것. (나머지 세 사람은 영리하게 입질만 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그는 주관적으로 이 사건에 관한 개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다.


13. 그의 개인 이데올로기 속에서... "실체적 진실"은 BBK는 각하소유, 고로 각하는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실체적 진실에는 물론 결정적 증거가 없다. 하지만 그 결정적 증거는 훗날(가령 다음 정권) 반드시 나올 것이다. (도대체 계좌를 이미 깠는데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에 있다는 얘긴지....) 나는 그 진실을 캐다가 MB에게 시련을 당하고 있다. 정권의 시녀가 된 검찰에게 편파적 수사를 받고,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는 법원, 혹은 잘못된 법률 때문에 부당한 처벌을 받았다. 내 죄라고는 남들은 다 겁먹어서 실체적 진실에서 물러설 때 나홀로 각하 앞에서 "쫄지마 씨바"를 실천한 것뿐이다.


14. 여기서 김경준 남매에게 속아넘어간 무지는 졸지에 누구도 갖지 못한 '용기'가 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가 투옥되는 졸지에 각하와 "목숨을 걸고 싸우다" 순교하는 것이 된다. 이 웃지 못할 시나리오가 나꼼수의 막강한 매체력을 통해 각하만 까면 뭐든지 들어주고, 믿어줄 준비가 된  청취자들 사이에 진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왜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15. 정봉주는 정치를 위해 일단 개인 이데올로기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데에 이해관계가 있다. 나꼼수는 성격상 각하 까는 재료라면 무엇이든 찾아내서 사용하려 한다. 이 둘의 이해가 만나, 정봉주의 개인 이데올로기가 각하 까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탄생한 것이다. 그 결과 2002년에 나왔다가 들어갔던 떡밥, 2007년에 다시 튀어나왔다가 수그러든 쉰 떡밥이 느닷없이 각하 임기 다 끝날 무렵에 맥락 없이 리바이벌 된 것이다. 물론 낡은 콘텐츠라도 처음 듣는 사람에겐 참신한 법. 게다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것은 신문기사를 읽는 것과는 다른 체험이다. 여기서 그쳤으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16. 사건에는 대개 끝내 설명되지 않고 남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왜? 우리가 전지적 작가시점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명되지 않는 구멍을 상상력으로 채워 사건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어 즐기는 것은 디지털 대중의 참을 수 없는 욕망이리라. 그 욕망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음모론 놀이를 즐길 때에는 그것이 ‘팩트’가 아니라 ‘팩션’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가? 지금 나꼼수의 청취자들은 각하가 BBK의 소유자이며, 따라서 주가조작에도 관여했음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정봉주가 만들어낸 주관적 허구가 졸지에 객관적 현실로 둔갑한 것이다. 정봉주의 표상이 나꼼수의 청취자들에게 세계가 된 것이다. 한 마디로 그들은 정봉주 아키텍트의 매트릭스에 갇혀 버린 것이다.


17.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이 허구가 현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꼼수의 지지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여 사법부에 정치적 압력을 가했고, 민주당의 대표 후보들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려 앞다투어 끈 떨어져 구속된 의원에게 아부하기 바쁘고, 그 틈을 타 김어준은 민주당 대표 후보들을 초청하여 그들에게 정봉주 구출방법을 묻겠다 했고, 그 결과 정봉주를 석방하는 특별조항을 담은 ‘정봉주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공당이 시사 개그프로그램에 끌려 다니는 것도 초철정 하이개그지만, 도대체 입법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것일까?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이 모든 사태에 대해 나꼼수 4인방은 이제 책임을 느끼기 시작해야 한다. 꼭 이렇게 가야만 하는가? 재미있는 시사 개그로서, 발랄하고 경쾌하게 유연하게 가면 안 되는가? 우리가 말하는 게 엄숙한 교주의 무거운 '진리'가 아니라, 즐거운 광대의 유쾌한 '풍자'가 되면 안 되는가? 운동의 끝에 광신적 분자만 남는 그런 우를 왜 범하려 하는지....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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