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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안. 창밖은 흐림]
“흐으음~~~ 흐으음~~~ 하아하아아~오~ 하아하아아~오~ 으흐음 으으 ~~”
“흐으음~~~ 흐으음~~~ 하아하아아~오~ 하아하아아~오~ 으흐음 으으 ~~”
임종을 앞둔 할머니는 알지 못할 노래를 흥얼거렸다.
“할머니, 할머니 괜찮아?”
“흐으음~~ 어, 혜화왔구나. 우리 예쁜 손녀. 마음이 편해지는구나. 이 할머니가 없어져도 늘 사랑하는거 알지?”
“할머니도 참~ 그런얘기하지마. 나랑 같이 오래살아.”
“그래 그러자꾸나... 흐으음~~~”
“엄마, 할머니 기분 좋으신가봐. 하하”
기분이 좋아보이는 할머니를 뒤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혜화였다.
웃음이 났다.
이렇게 평온할 수가.
그 평온이 무너진 건,
불과 며칠 뒤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하지만, 혜화가 놀라게 된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일 때문이었다.
각 국에서 유튜브로 할머니와 비슷한 흥얼거림을 부르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처럼 병원에서 찍힌 영상들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날씨는 흐림.]
외국의 뚱뚱한 백발 할아버지는 집안에서 흔들의자에 걸터 앉아 흥얼거리더니
곧이어 예쁜 금발머리의 소녀의 모습이 나온다.
“우리 할아버지는 생전 듣지 못하시는 분이었어. 근데 저기 봐봐! 엄청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려! 하하하! 대박이지 않니? 이 영상이 신기하다면 좋아요. 눌러줘!”
이 소녀의 브이로그를 통해 혜화는 신비한 느낌을 받는다.
-
이런 영상들이 증가하자,
전 세계는 이 미스테리한 일에 열광했다.
인류는 이 멜로디의 정체를 알고싶었다.
[국가는 뭐하는거냐? 진실을 알려달라!]
[죽음과 관련된 것 아니냐! 뭐라도 정보를 달라!]
지구에 가까이 온 외계인의 신호라던지,
선한 이에게만 들리는 신의 가호라던지 추측이 난무했다.
각 국가의 정부도 이 이상현상에 궁금했지만, 달리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이 결성되고 멜로디를 연구했지만, 다들 비슷하게 부를 뿐, 노인들의 흥얼거림은 샘플링이 되질 못하였다.
세계적으로 뭔가를 흥얼거리는 현상.
비슷비슷하지만 세상에 없는 멜로디.
“적어도 정확한 음만 알아낼 수 있다면...”
그러다 이 현상을 분석할 만한 계기가 찾아왔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이자, 절대음감의 소유자 김남우가 죽음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암으로 병원측으로부터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죽음. 하지만 연구진에게 이것보다 귀한 기회는 없었다.
국가는 연구진을 서포트했다.
뭐라도 발표해야 무능한 정부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서울대병원 VIP 병실 안. 창 밖은 흐림]
“죄송합니다. 김남우님. 혹시 멜로디가 들리시나요?”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남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음을 앞둔 김남우 보다 더 암울한 표정을 짓는 연구진들이었다.
두 달여가 지나고, 김남우 측에서 연락이 왔다.
“들린답니다. 그 음이 들렸답니다.”
연구진은 신속하게 장비를 챙겨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서울대병원 VIP 병실 안. 창 밖은 맑음.]
“하아암~~ 하아암~~ 아아한~아하~오~ 아아한~아하~오~ 예히예으음 으으 ~~”
“하아암~~ 하아암~~ 아아한~아하~오~ 아아한~아하~오~ 예히예으음 으으 ~~”
몇 번을 녹음했지만 오차가 거의 안날정도의 완벽한 음이었다.
‘명불허전이군.’
그리고 머지않아 김남우는 인류의 소원이었던 이 음을 남기고 죽는다.
세계는 이 음을 뉴스등에 알렸다.
[아티스트 김남우가 남긴 마지막 멜로디]란 제목으로
그의 죽기전 영상은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들려. 정말 들려요. 전 청각장애가 있어 아무것도 듣지 못하지만, 이 멜로디는 들려요. 신기해요.”
이런 영상도 엄청난 조회수로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멜로디 너무 좋아요. 마음이 편해지고 차분해집니다. 가족도 친구도 온 세상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힘이있어요.”
“마법같은 멜로디입니다. 김남우님의 이 멜로디는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다 쓰일수 있을정도예요.”
“어? 맞아! 우리 할머니가 부르던 노래야! 김남우님 감사합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홍혜화도 댓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눌렀다.
[뉴욕타임즈: ‘죽음의 멜로디??’, 곧 진실 밝혀낼 것]
[도쿄 TV: 외계 신호인가? 신의 계시인가?]
[서울 KBS: 죽음 직전, 공통된 멜로디… 정부 “전면 조사 착수”안죽는 사람도 있다!!]
뉴스는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례적인 신비한 현상에 김남우 아티스트가 남긴 음을 추모했다.
많은 가수들이 그 음에 가사등을 더해 커버곡을 불렀다.
그리고 각 국에서 호기심을 느낀 여러 전문가가 모여들었다.
연구 지원자들도 폭주했다.
세계의 모든 언어연구자와 음악 전문가는 이 음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15일차. 커다란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결국 음이 언어로 바뀌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사님께서 제일 먼저 시연을 하셔야죠.”
“자네들도 고생많았네.”
수많은 카메라 보도진이 소식을 듣고 몰려 대기중이었다.
“이제 머지않아 각 국에서도 분석해 낼 겁니다. 과학계 역사의 한 획을 긋게 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이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찰칵!! 찰칵!!
......
......
헤드폰을 뺀 박사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린다.
카메라 셔터는 미친 듯이 눌려졌다.
“뭡니까? 뭡니까? 무슨 내용입니까?”
“실팹니까? 박사님?”
박사는 다시 헤드폰을 끼었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취재진들에게 들어 침묵을 유도했다.
작은 실소. 또 다시 카메라 셔터는 미친 듯이 눌려졌다.
박사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침묵.
...숨죽임.
...그리고 긴 장고.
박사의 손이 떨린다.
입술이 간신히 열렸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이걸 왜 알려고 한거지? 알려고 한건가?
알아 버린 건가? 하아.. 알아 버린거지...”
계속되는 중얼거리에
한 기자는 궁금증을 참지못하고 박사의 손에 들려져있던 헤드폰을 자신의 귀로 옮겼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순간은 곧, 온 세상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만다.
“아! 아! 안내방송~ 안내방송~ 죽음을 앞둔 자들에게 미리 공지합니다.
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당신의 자연스러운 죽음이 임박했으니, 차분하게 대기 부탁드립니다.
개인차는 있으나 지구 시간으로 최대 21일 시간을 드리오니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 완벽한 음을 못 들었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많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