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초단편소설]Human
게시물ID : panic_1035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레버골드
추천 : 1
조회수 : 66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5/04/11 17:01:33
옵션
  • 창작글

제목 : Human

 

 

세시리움 콜렉트의 반응이야.”

 

 

그런 게 아직 존재할 리가 없잖아.”

 

 

있어. 작지만 끊임없어. 희미하지만 분명해.

다중 슬릿의 양자파동으로... 저기서 오고 있어.”

 

 

기괴하고 길다란 촉수의 손이 밝게 빛나는 푸른 행성을 가리켰다. 지구였다.

 

 

그날의 일은 압도적이었다.

그들에게 인류는 고작 변방우주의 먼지도 안되는 존재였다.

 

 

인류는 외계인들에게 압도적으로 무참히 패배했다.

지구의 무기는 무력했고, 인간은 나약했다.


 

외계인들은 인간의 존재에 호기심을 느꼈다.


 

운이 나빴다. 다른곳으로가던 외계인에게 하필 지구가 눈에 뛴 것이다.

 

인류가 다른 생물에게 그렇듯

찔러보고, 상처내보고 끌고다니며 그들의 언어로 조련시켜려해봤다.

그렇게 갈라내고, 토막내고, 각종 실험이 만연했다.

 

 

우리가 벌레를 다루듯, 그들도 인간을 다뤘다.

그들에게 필요없다고 생각되어진 나라들의 인류는 증발되었다.

 

 

그들에게 우리의 동물들도 배제되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사랑하고 바퀴벌레에게 관심이 없듯

그들도 우리를 궁금해하고 나머지는 흥미가 없었다.

 

 

인류는 그야말로 모든 걸 잃었다.

 

 

그렇게 외계 수용시설에서 죽거나 사육당하던 인간들은 스스로 목숨도 끊었다.

끊임없이 반항하다 죽는다.

그마저도 외계인에겐 재미난 일, 흥미로운 관찰거리였다.

 

 

인류는 무력해졌지만, 외계인들은 개의치 않았다.

 

 

매일 공포에 떨던 사람들끼리도 더 이상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코미디 작가 김남우는 이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미친 거 아냐?” 사람들은 말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거좀, 닥치라고 조용히하라고. X친놈아!”

 

 

매일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그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어쩜 김남우 스스로 미치지 않기위해서 발버둥 치는 모습처럼 비춰질 정도였다.

단순히 웃기려는게 아니었다. 웃음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실험이 예상보다 빨리끝나고, 희생자가 적은 어느 날.

김남우는 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젠장~ 여기 와이파이 안터지나봐. 넷플릭스가 연결이 안돼!”

 

 

사람들은 또 시작이구나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x 외계x끼들. 뭘 맨날 연구하고 해석하는거야.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 될 것을...”

 

 

몇 명이 동의한다는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남우는 살짝 불륨을 높였다.

 

 

얘들아, 나 사실 저것들이 지구로 오기전에 티빙 1년 회원권 끊었다.”

 

 

그리고누군가,

처음으로하고 웃었다.

 

 

김남우는 그 사람을 흘끗보고선 계속해서 아무말 대잔치를 해댔다.

 

 

내일 일요일인데 우리 또 출근하겠죠?”

 

 

분명 다른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남우는 첫 반응에 눈물이 고이면서 더욱더 고함을 질렀다.

 

 

“x~ 우린 옷입는데 알몸 애기들에게 침략이라닛~”

 

 

김남우는 더욱더 고함을 질렀다.

 

 

나 얼마전 외계인들이 계속 길가에서 [뿌왐꼬끄!! 뿌왐꼬끄!!] 반복해대서 짜증나서 길가에 똥 눴어. 대체 뭔 뜻이야!!?”

 

 

어느 순간, 사람들이 웃기시작했고,

그 웃음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다.

 

 

푸하하하하. 미친 x끼 그만해.”

이 상황에서 그런 헛소리 자꾸 할래? 하하하...”

저 똘x~ 나도 택배 올 것 있었는데... 쿠팡 없어졌겠지? 하하하하하

 

 

남우는 울먹이며 계속 소리질렀다.

 

 

얘들아, 사실 저 외계인 중 한 명... 내 고등학교 동창 닮았어.”

 

 

이제 몇 명은 기대까지하는 눈치였다.

 

 

그 녀석 처음부터 지구에 있던거야! x. 티빙 다닌다고했는데... 이제 쟤네들이랑 합류했나봐. 고교동창봐도 한번을 인사 안하더라.”

 

 

푸하하하. 저녀석 티빙 드립 또 쳤어.”

동창. ㅋㅋㅋ

 

 

이제 사람들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웃긴지도 안웃긴지 그런건 이제 아무렇지 않았다.

안 웃으면 미칠 것 같았으니까.

 

 

지구침략 후 제 274 시설에서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터져나온 순간이었다.

 

 

모니터를 보던 외계인은 처음보는 인간의 반응에 의아했다.

 

 

저들은 대체 뭘하는걸까?”

의사소통 같진 않아. 의미를 알 수 없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가? 저게 가능해?”

 

 

-1

 

 

그들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절망 속에서 웃을 수 있는 이 종()의 본질을.

 

 

-2

 

 

? 세시리움 콜렉트의 반응이야... 이건 단일도 아니고, 복수...

사중, 오중... 이건...반응자체가 비논리적이야. 구조화되지 않은 진동, 의미 없는 소리의 교차... 수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파형이 반복되고 있어.”

 

 

이런 미개한 생명체에서.. 자체적으로...대단해. 이것만 수집하고 가자. 집에가서 쉬고싶어.”

 

 

기괴하고 길다란 촉수는 뭔가들 적어내려갔다.

팜뫼브크알 곤충기

 

 

-3

 

 

글을 정리 중이던 외계인 하나가 촉수를 파들파들 떨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기분이 좋아... 이상해.”

 

 

너 지금... 눈에서 물이 흘러나와...”

 

 

위험하다. 이것만 수집하고 떠나자. 근데 너무 나른해져... 정신이 흐릿해...

그리고 네 몸에 인간들이 붙어 있어. 더러워.”

 

 

기괴한 촉수가 친구의 몸을 꿰뚫었다.

 

 

잠시 후, 다른 촉수가 그의 머리를 갈랐다.

 

 

이곳이... 유토피아인가?

이 느낌... 더 원해.

비행선 몰아보고 싶었어.

몰아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불완전한 생명체는... 완전한 존재였던 자들에게 접해보지 못했던 비논리적 쾌감, 감정의 파동을 가르쳤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