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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고모한테서 1000만원이나 빌렸대요.
게시물ID : gomin_10354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lqY
추천 : 2
조회수 : 22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3/16 20:53:26

사업을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유흥비에 쓰려고 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생활비가 없어서 그랬대요. 
지금은 집이 있긴한데 1억정도 대출받아서 계속 대출금을 갚고 있어요. 

엄마한테 이제서야 들었어요. 

원래 처음에는 200만원만 빌려달라고 할 셈이었대요. 그런데 고모가 빌려주는 김에 1000만원을 빌려주겠다고 하셨나봐요. 
외할아버지한테도 1000만원을 빌리셨어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생활비로 나갔고. 
외할머니한테도 몇 백 빌렸고. 이건, 아빠가 빌린건 아니고 엄마가 빌렸지만 사실상 아빠가 조른 거니까 아빠가 빌린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생이고 밑에 고등학생인 동생 두명이 있어요. 내후년이면 이제 전부 대학에 가겠죠. 

올해 초에 장학금을 받았어요. 기업에서 후원해주는거였는데, 엄마가 비밀로 하자고 했어요. 
공돈 200만원 들어온거 알면 아빠가 또 생활비로 쓰자고 할게 뻔했거든요. 내 장학금인데. 그거 쓰고 나면 아빠는 나한테 학자금 대출 받으라고 하겠죠. 그것도 결국 갚을 돈 될텐데.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사실 3학년까지 열심히 일했어요. 
주5강의에 금토일 밤새가면서 술집에서 일했어요. 뭐, 나쁜데는 아니였어요. 그냥 맥주마시고, 그런곳에서 했어요.
그거 하면서 받은 돈은 죄다 저금하고 과외하면서 25만원 받는 것만 내 생활비로 쓰고 남는 돈으로 가족들이 쓸 물건도 사고 그랬어요.. 핸드폰 요금, 교통비, 책값, 생활비. 정말 돈 한푼 집에서 안 받으려고 애쓰면서 살았어요. 
친구들 이런거 아무도 몰라요. 딱 한명만 빼고. 
왜냐하면 나는 밖에서 공부 잘해서 가난하지만 학원도 과외도 없이 좋은 대학 간, 집안 화목해 보이는 그런애거든요. 나는 절대 불행해보이면 안되거든요. 내친구들이 되게 실망할거에요. 날 안쓰러워 할거에요. 고맙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다들 힘들때 나한테 기대거든요. 나 불쌍해서 이제 아무도 나한테 기대주지 않으면 되게 슬플 것 같아요. 

아빠는 친구가 많아요. 친구라면 정말 모든 것을 내주세요. 매주 주말마다 술자리에 나가세요. 여덟살때부터 스물 세살 되는 지금까지. 아빠가 토요일 주말에 집에 있던 걸 본 적이 없어요. 
아빠는 나한테 사람 가려사귀라고 하는데, 아빠가 만나는 사람들이 내 친구들보다 나은 것 같지는 않아요. 적어도 정말 친한 내 친구들은 내가 돈 없는 거 알면 불러내서 술마시자고 안해요. 애초에 노는거 좋아하는 애들은 저 못버티고 떨어져나가요. 

아, 고모얘기. 
고모는 한부모가족으로 살고 있어요. 그래서 나라에서 지원이 많이 들어와요. 그래서 집을 얻게 됐는데 그 1000만원은 그 집 보증금에서 뺀 거였대요. 
고모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아빠는 내가 좋은 대학간거 좋아해요. 당연히 좋아하죠. 안 좋아할 부모가 어디있겠어요. 
그래서 내가 좋은 직장가서 빨리 돈 벌었으면 좋겠고 결혼도 안했으면 좋겠대요. 결혼하면 집에 돈 못가져오니까.
그래서 아빠는 내 남자친구도 싫어해요 오유분들 죄송해요 저 커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역적입니다 
내 남자친구는 인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이거든요. 돈 많은 사위가 못될 것 같아서 싫어해요. 
근데 나는 그 사람이 아빠랑 달라서 좋거든요. 술도 못마시고, 친구도 많이 안 만나요. 얘는 자기 가족 밖에 몰라요. 얘는 겉으로 보이는 것 가지고 사람 차별하는 애가 아니에요. 그게 좋았어요. 

제 동생들은 저랑 달리 공부를 잘 못해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동생이 집에 있을때 아빠가 그런 소리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돈 아깝게 고등학교 왜보냐는 둥, 야자 시켜봤자 쟤들이 대학가겠냐는 둥. 너무 속상해요. 아빠 자식이지만 내 동생들이에요. 내 동생들은 감정표현이 크지 않아서 아빠 눈에 안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소리 듣고 상처 안받을 애는 아무도 없어요. 아무것도 못해주면 상처나 안 줬으면 좋겠어요. 내 동생들은 좋은 대학 못가도 잘 될거에요. 

생활비 빌려준 외할아버지가 할아버지 사시는 곳으로 우리 보고 싶다고 놀러오라고 하셨었어요. 
엄마는 가고 싶어했는데 아빠는 싫다고 했어요.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거길 가냐고. 노인네가 생각이 있는거냐고. 
모르겠어요.
저같으면 돈빌린거 창피해서라도 그런 소리는 못할 것 같아요. 못가면 못갔지. 

저는 거짓말 되게 잘해요. 특히 가족들에 대해서. 
학교에서 가족들과 있던 추억 말해보기같은 거 했었어요. 초등학교 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것도 없어서 책에서 읽은 거 내얘기처럼 했었어요. 
그건 지금 생각해도 억울해서 눈물이 나요. 
하다못해 뒷산 공원도 다같이 간 일이 없어서. 
엄마는 아빠한테 나 데리고 놀이터라도 데리고 왔다갔다 하라고 했었대요. 아빠가 싫다고했대요. 귀찮아서. 
근데 저 사람 귀찮게 하지는 않거든요. 놔두면 혼자서 잘 놀았대요. 잘 울지도 않고. 남들이랑 싸우는 일도 없고. 
아마 아빠는 내가 어떤 애인지 아직도 잘 모를거에요. 

내가 엄마생일이나 동생 생일 아빠 생일에 케잌이라도 사가면 욕먹어요. 쓸데없는데다가 돈쓴다고. 
나는 내 동생들 나처럼 만들기 싫었거든요. 뭐 그것도 가끔이에요. 엄마 생일이나 동생생일, 내 생일떄 아빠가 집에 있어야 그 소리를 듣는거니까. 

아빠는 내가 주말에 학교가는 것도 싫어했어요. 
딱히 뭐 주말에 가족끼리 하는 것도 아니에요. 아빠는 텔레비전 보고 엄마는 집안일하고. 나는 공부하고 동생들도 공부해요. 
그리고 자잘한 것 가지고 엄마랑 아빠랑 싸우는 소리가 많이 나요. 특히 아빠가 엄마한테 욕하는 소리요. 별거 아닌거에도 육두문자가 나와요.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나같으면 저상황에서 이렇게 말할텐데, 라고 하면서. 그래서 저도 싸울때 욕은 안해요. 비꼬면 비꼬지. 
또 있네요. 남자친구는 욕 싫어해요. 얘도 저랑 똑같은 아빠 밑에서 자라서, 덩치가 커졌는데도 욕하는 남자 어른 아직도 무서워해요. 
우리집은 도저히 공부할 환경도, 쉴 환경도 아니에요. 
저는 학교 엄청 좋아했어요. 매일매일 가고 싶었어요. 공부 열심히해서 선생님들이 저 되게 예뻐해줬거든요. 관심도 주고 사랑도 주고. 나한테 좋은 사람으로 클거라는얘기도 해주고 (저는 사실 저 얘기듣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았어요. 우리 아빠는 저 소리 절대로 안해줬거든요.) 
아침 6시부터 밤10시까지 있는 학교가 다른 애들은 지옥같다고 말했지만 저한테는 천국이었어요. 여기서는 아무도 날 방해 안하거든요. 나한테 해서 뭐하냐고 기운빠지게 하지도 않고, 쓸데 없는 일로 사람 불러서 설교 늘어놓는 사람도 없어요. 너무 좋았어요. 일요일이 싫었어요. 그래서 일요일에는 잠만잤어요. 
아빠가 내가 주말에 학교가는 걸 왜싫어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걸 진짜 모르는건가. 내가 왜 학교를 좋아한건지. 


아빠는 이제와서 나랑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을거래요. 아빠 나이가 오십이 넘었으니, 70에 죽는다치면 별로 안남았대요. 
저는 아무 생각도 안들어요. 
아쉬울 게 없어서요. 
패륜아 같지만 그래요. 정말 아무생각도 안들어요. 아빠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건 절대아니지만, 지금 죽는다고 해도 별 느낌이 없을거에요. 
나는 아빠랑 뭔가 같이 했던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내생활은 크게 바뀌지 않을거에요. 

가끔 궁금해요. 아빠한테 가족의 의미가 뭔지. 
돈 쉽게 빌릴 수 있는 사람인건지 뭔지.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어요. 아빠는 엄마가 좋아서 결혼한게 아니라 결혼을 해야되는 데 어쩌다보니 엄마랑 만나고 있었던거라고. 
애초에 가족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랑은 만나지 말래요.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될까 무섭기도 해요. 

돈은 어찌되든 상관 없어요. 어떻게든 갚겠죠. 
그냥 아빠가 엄마나 내 동생들한테 상처나 안줬으면 좋겠어요. 근데 이미 너무 늦었겠죠. 

밖에서 투정 못부려서 여기서라도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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