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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기록
게시물ID : panic_1035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레버골드
추천 : 1
조회수 : 5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5/04/13 19: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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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기록은 늘 진실을 누가 쓰느냐에 달렸다. -루펠

 

어느날 전철을 타고 가던 사람들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한강 위로 아주 거대하고 찬란한 빛을 내뿜는 아름다운 천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송국들은 제보를 받고 미친 듯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려 할 즈음.

 

천사는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어왔다.

 

나는 대천사 루.....비엘!

인간들이여, 미안하구나. 본디 평화로워야 할 천계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대들에게는 아무 문제 없지만 우리는 많이 다급하구나.

그대들을 수호하는 천사들을 지원군으로 잠시 데리고 가야겠다.

. 82억쯤 되는구나.

그대들을 수호하던 천군의 절반을, 천계의 전란에 동원할 수밖에 없음을 용서하라.

반 정도만 데리고 떠날 것이니 너무 걱정말거라.

한 명의 천사가 2명의 행실을 모두 기록해놓을 것이니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그대들의 모든 말과 행동, 마음까지도 모두 기록할 것을 약속하마.

오래걸리진 않을 거다.

나머지 반의 인구여, 수호하는 이가 한 명이니 평소보다 좀만 더 조심하고 평소보다 더 신중해지고 있거라.

다시 한번 말한다. 그대들, 거듭 안심하라. 하늘에 큰 전란 또한 그대들의 안녕만은 지키고자 함이니.”

 

그리고 이내 한강 위 거대한 형세는 모습을 감췄다.

 

사람들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에 혼란스럽다.

 

천사. 천사가 있었던 거야?”

“CG 같았어.”

얼추 세계 인구수랑 맞아. 각자에게 수호천사라는 게 있었나 봐.”

불안해. 뭘 더 조심하라는 거야?”

반의 천사는 우리 곁에 있다는 거잖아.”

그래, 금방 다시 보내준다잖아. 근데 뭘 기록한다는데.”

나 무교였는데. 가치관이 흔들리네.”

생각보다 엔젤링 금테는 조악해 보이지 않았어? 머리 위로 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가 있었다는 기쁨, 신기함, 놀라움,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된 두려움. 세계 곳곳에선 그야말로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국가는 정식으로 천사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교계는 천사에 대한 문헌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 서로가 부딪히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과부터 했다.

 

카악~!”

 

한 아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침을 뱉었지만 이내 도로 달려가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기까지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에게 천사가 있는지 몰라 서로에게 더 조심하려고 노력했고,

기록이란 단어는 강력했다. 사람들은 몰라보게 친절하고 착해졌다.

뿐만 아니라 천사들이 개인 전부를 지켜주는 존재를 확인했으니, 인간의 가치는 더욱 고결해지고 상승하였다.

 

[7년 전 살인 미수의 용의자가 자수를 했습니다.]

[오늘 각종 SNS에선 선행 인증 첼린지가 한창인데요.]

[왜 또 한국이냐? 이제 천사까지 K-천사냐? 세계의 질투 어린 시선을 조명해 봤습니다.]

 

범죄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니,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천사의 존재를 확인한 거로만 사람들의 모든 사회패턴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일부 종교적으로 다툼은 있었지만, 천사는 분명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인류 모두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

 

한 천사는 입을 열었다.

 

허어. 대단하네. 천사들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점을 역이용했군. 천사 옷도 제법 잘 어울리고.”

 

헤헤, 약속했던 지구 시간 3개월. 이제 약속대로 풀어주시지요. 그동안 어떤 천사도 해내지 못한 걸 저의 등장 한 번으로 인류를 바꾸지 않았습니까요.”

 

포박을 당하고 있던 개구장스럽게 보이는 악마가 대답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깐, 풀어는 준다만. 너의 꾀가 지극히 간사하고 영리하여 걱정되는구나.”

 

절대로 거짓말 안 하고 착실하게 살겠습니다요! 그래도 제 덕분에 모든 천사가 휴가를 만끽하고 있지 않습니까

 

천사의 진실의 눈으로 보건데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너희 악마들 중에도 진실한 녀석은 있었구나. 허나 목에 진실의 속박을 채워야겠다. 다시 거짓말들로 인간들을 조정하려 할 경우 우린 바로 널 찾아 응징할 것이다.”

 

히에엑~. 그럼요 그럼요. 얼른 천사님도 천계로 휴가 가셔야지요. 인간들의 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보고가 올라가면 천사님, 대천사님 되시겠습니다. 키키키킥.”

 

잠깐 흐뭇해진 천사는 천사부대원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천사부대에게 풀려난 악마는 그사이에 너무나도 따뜻해지고 인류애 넘치는 지구를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맘에 들지 않았다.

 

천사가 사라지니 착해지는 인간들이라. 아이러니하군.

이런 줏대 없는 인간놈들. 고새 본성을 거스르시겠다? 안 되지. 안돼.

그럼 이제 진실을 말하러 갈 시간인가? 키키키킥.

모든 천사가 지금 천계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는 사실을.

가짜 기록은 집어치우고 이제 이 루펠님이 직접 기록해주마.

우리 쪽도 너희가 많이 필요하거든.

심판의 시대를 시작하지. 지금부터의 기록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인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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