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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빠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게시물ID : gomin_14593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렌입니당
추천 : 3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18 16:44:39
엄마는 아빠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내 기억 속의 엄마와 아빠는 맨날 다투었고,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은 아빠가 술에 취해 밥상을 엎었던 일과
엄마가 나를 데리고 집을 나와 시골집으로 내려갔던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슬픔을 빠르게 털어내고 빵 공장에 취직하셨을 때도 그런 줄알았다.
그 후에도 병원에도 입원하시고, 과로인지 스트레스인지 결국 눈 한쪽이 거의 마비가 되셨을 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아빠가 필요없는 줄 알았다.

나는 지금 학교도 잘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 대학교를 진학하고, 군대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아빠가 모아두었던 돈은 다 없어지고 나라에서도 지원이 줄어 생활고가 조금씩 다가오게 되고,
엄마가 그 힘든 몸을 이끌고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을때 까지만 해도
엄마는 아빠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화장실에 가기위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방문을 열었을 때,
엄마가 아빠와 함께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꺼내 쓰다듬는 것을 보고 그게 아니었단 것을 알았다.

그러고보면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아빠에대해서 말을 잘 하지 않으셨다.
슬픔을 빨리 털어내실때도 싫어하셨으니깐 쉽게 털어내신 줄 알았다.

하지만 4, 5번이나 되는 이사를 하면서도 항상 탁자에는 아빠와 팔짱을 낀 엄마사진이 있었고, 벽에도 가족사진이 있었고,
내가 신경쓰지 못했던 집안 곳곳에 아빠사진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을 때
엄마는 그저 어릴적 내가 아빠를 그리워하여 슬퍼할까봐 말조차, 슬픔조차 꺼내지 않으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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