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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담] 이글스를... 단순히 고향팀이라 응원했던 건 아니예요.
게시물ID : baseball_1036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랑정의평화
추천 : 4/6
조회수 : 66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10/03 19:06:03
고향에 애착이 있지만. LG축구단이나 SK농구단이 청주 연고를 가지고 있을 때도 별로 관심은 없었어요.
어린시절 빙그레 이글스 어린이 회원이 되어서 점퍼니 뭐니 잔뜩 받았을 때도... 그냥 새 옷이 생겨서 좋다... 이 정도였지요.
마지막으로 가족 전부가 찾았던 야구장... 거기서 치킨이니 라면이니 실컷 먹고, 응원하고, 공이 깡~하고 맞아 나가는 소리가, 관중들의 환호가 좋았어요.
 
마침 이글스는 제가 야구장에 간 다음해부터 차차 좋은 성적을 냈고,
TV 중계가 드물던 시절이라, 항상 집에서 보던 스포츠신문으로 기록표를 보면서 이상군, 한희민 무적의 쌍두마차.
이중화, 이정훈, 강정길, 고원부, 유승안...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연습생 출신의 거포 루키 장종훈까지...
투수에서는 최고좌완 송진우에 뜬금없이 나온 신인 정민철, 외양만으로도 야구 엄청 잘할 것 같았던 구대성, 인간승리 한용덕...
응원하는 팀이 잘하니 기분도 좋고, 어느새 동내에서 야구를 즐겨하게되었죠. 거의 테니스공으로 하던 야구였지만.
 
항상 선동렬만 없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2등밖에 못하는 이글스를 보며 안타까워도 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창 야구장 가던 시절 처참한 성적을 내던 이글스를 보면서..
"아...차라리 해태팬이었으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텐데..."
한숨도 쉬었죠.
 
그러다 딱 한번의 기적적인 우승이 찾아왔죠.
전부는 아니지만, 왕년 무적시절의 멤버들 기량이 갑자기 회복되고... 꽤 준수한 신인들이 쏟아지고, 트레이드 해온 선수들은 날라다니고. 
데이비스와 로마이어.
그래봐야 가까스로 한 우승이였지만... 너무 행복했어요.
 
다음해부터 다시 죽을 쒔지만... 장종훈이 다시 부활하면...  올해야말로!를 외치면서 근근히 버텨왔어요.
김종석, 이도형, 김태균이 입단하고 영입되면서, 그 장종훈도 결국 은퇴했죠.
(그래서 아직 김태균에 대한 감정이 안좋아요... 김태균이 계속 3루를 봤으면 장종훈도 좀 더 뛸 수 있었을텐데...)
아무튼 그 때 다시는 야구 안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류현진이 입단하고, 신인시절 주목하던 신경현이 든든히 받쳐주고,
최진행, 송광민, 김태완, 연경흠, 김동영... 예전 리즈시절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만들어 줄 것 같은 신인들이 한두해 사이에 입단하고...
안영명, 윤규진, 양훈같이 뭔가 잘할 것 같은 투수들도 들어왔어요...
그 시절 성적이 좋았지만, 항상 김인식 감독에 불만을 가지면서 야구를 봤어요.
왜 투수는 한명만 혹사시키는가... 왜 타격 준수한 젊은 야수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가...
올해 김성근 욕을 하면서 김인식 감독이 차라리 나았다는 말을 하게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리고 암흑기가 오면서 팬들은 칰무원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기 시작했죠.
저는 불만이었어요.
신인타자들을 기용안하는건 장종훈 코치 탓이 아니예요. 구위가 올라온 투수를 혹사시켜서 수술대로 보내는건 한용덕/정민철 코치 탓이 아니예요.
그래서 한대화 감독이 잘렸을 때, 욕할꺼면 제발 한번만 감독 시켜보고 하자면서 한용덕 감독으로 가자는 주장을 했지만...
결국은 김응룡감독이더군요....
아마 그 때부터 근 2년 야구를 끊었을꺼예요. 끊었다기보다는 뭐 간간히 본다... 이 수준...
 
저도 솔직히 올해 한용덕 감독 아니면 김성근을 외쳤지만...
이제와서는 낯뜨겁고, 죄지은거 같아서 참담하네요.
 
올해 어떻게 초반 호성적에 혹해서 야구를 다시 봤지만...
최종전에서 3루타와 결승 외야플라이를 치고서 두 주먹을 불끈쥐던 장종훈도.
에이스들이 다 무너진 상황에서 역투를 펼치는걸 울면서 봤던 한용덕도.
직구만으로 승부하면서 남자라면 저래야지 라고 좋아했던 정민철도 쫓겨나듯 팀을 떠났죠.
"이 정도 희생을 하고서도 우승을 못한다면, 김성근 영입한 가치가 없다."
난 어느덧 야구에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능력제일,성과주의를 투영하고 있었어요.
 
시즌 초반... 전임 감독들이 하던 혹사와 불평등한 기회제공의 실수를 똑같이... 아니 더할때도...
전 특정팬덤이 얘기하는 소리에 매혹되었던 것 같아요.
"김성근 감독님은 해부학 책을 보면서 관리를 해준다.", "화타 코치가 있다", "믿고 쓰는 선수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분명히 좋은 성적 내줄 것이다."
양훈.... 어렵던 시절에 스터프를 희생해가면서까지 버텨주던 미안한 선수를 트레이드할때도...
거의 유일하게 생존해있던 00년대 타자 프랜차이즈 송광민을 외야로 전향시킬때도, 그러다 팔꿈치 부상을 당할때도...
믿었어요. 분명 뭔가 생각이 있을꺼다.
 
결론은 7위....
박정진, 윤규진, 김민우는 중요한 경기에도 나오지 못할 상황이 되고.
안영명, 권혁, 송창식의 구위는 현격하게 떨어져서, 내년에 회복이 가능할런지도 걱정이 되네요...
애증의 한상훈, 고동진은 아예 은퇴 수순인 것 같고, 추승우, 정민혁같은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죠.
어린 시절 응원했던 우상이던 코치들이 떠난 건 위에도 썼구요...
 
뭘까요... 저는 김성근 밑에서 다시 태어날 이글스가 이런 참담한 꼴이 될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올시즌.... 제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응원하던 선수, 코치들을 잃은 건 확실한데요...
 
다시 한동안 야구를 끊을 참입니다...
후회하며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이명박, 박근혜 뽑았던 사람들을 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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