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한국팀의 경기를 본 것은 90년 동아시아대회였다. 그 때 나는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는 그저 열광적인 분위기만을 보았었다. 중국에는 주뽀어와 마린이 있었고, 결국 중국이 PK를 놓친 것을 기억한다. 또 그 때 한국이 남조선으로 불린다는 것도 기억난다. 한국의 유니폼은 전체적으로 붉은 색이었던 것도 기억난다. 지금의 회색과 파란색이 섞인 듯한 바지가 아니었다. 또 한 가지. 그들은 중국보다 잘 했다는 것.
두 번째.
92년 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경기. 이 때 나는 무심코 TV를 틀었다가 경기를 보았고 역시 열광적이었다. 중국은 마지막에 한국과 경기를 했다. 해설자가 이 전의 성적이 좋아서 중국은 비겨도 올라간다고 했다. 나는 무승부쯤이야 문제될 것이 없겠네...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중국매체들은 "흑색의 9분(마의 9분)"이라고 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9분도 안 되었다. 8분여라고 해야 했다. 이 때를 확실히 기억한다. 나중에 하오하이동이 후반에 골을 넣었지만, 그 때는 이미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 때부터 내가 한국팀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94년 월드컵. 한국과 볼리비아 경기는 못 봤다. 듣자하니 한국이 우세했지만 0:0이라고 했다. 스페인과 독일의 경기는 보았다.
스페인에게 0:2로 끌려가고 경기가 끝날 무렵, 한국은 기어이 연속으로 2 골을 넣어서 비겼다. 나는 너무나도 놀랐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내 친구의 형과 같이 보았는데, 그 형은 독일 팬이었다. 난 비록 독일팬은 아니었지만, 한국을 싫어하기에 독일이 한국을 밟아주기를 바랬다. 독일은 순조롭게 3: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그 후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때문이었을까, 나는 오히려 한국이 최소한 1골은 넣어주기를 바랬다. 한국은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후반전에 연속으로 2골을 넣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내 마음은 이상하게 기뻤다. 아마도 확실한 것은 한국의 그 완강한 투지에 감탄했었을 것이란 것이다. 독일 팬이었던 내 친구의 형마저도 어쩔 수 없이 칭찬했다.
"이런 젠장~ 한국은 되는구나!"
그 후 한국은 2무 1패로 조별예선을 탈락했다. 그 때의 탈락은 절대적으로 '유감'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던 것이었다.
네 번째.
96년 봄, 또 다시 올림픽 지역예선이었다. 중국은 또 다시 한국과 같은 조였고 또다시 마지막 경기였다. 그리고 또 다시 비겨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같은 장소, 같은 시각이었다. (나중에 비가 와서 시간이 변경되었었지만) 이같은 공교로움은 당시 '축구'지에 "역사의 기현상"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실릴 정도였다. 이 때 나는 이미 열광적인 분위기에만 휩쓸리지는 않았다.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는 말이다. 하하.... 중국의 승리에 대한 갈망은 4년전과도 같았지만, 중국의 골키퍼 쑨깡은 매우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 상대팀의 6번, 이기형. (이 선수는 나중에 내가 관심을 갖고 보았었다. 그는 수비수로, 중거리슛이 대단했다. 왜 나중에 한국팀에 그가 안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그가 결혼을 매우 일찍 했다는 것만 기억난다.)
이기형이 좁은 각도에서 한 골을 넣었고 얼마 안 가서, 한국팀의 7번(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히 '이'씨였다.)이 또 한 골을 넣었다. 그 후에 위성신호가 끊겨서 그 다음은 못 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보든 안 보든 이미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다음날 듣자하니 최종 스코어는 0:3이라고 했다.
나중에 한국은 올림픽에서도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조별예선에서 떨어졌지만 말이다. 그 때부터 나의 중국이 한국을 이기는 희망은 높아만 갔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 때부터 나는 한국을 미워하지 않았으며, 이는 아마도 확실히 그들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섯 번째.
98년 월드컵 지역예선이 시작될 때부터 한국과 중국에 주목했다. 중국의 성적은 말 안해도 알듯이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한국은 순조롭게 올라갔는데, 2번의 경기가 내겐 인상깊었다. 홈에서 우즈벡을 2:1로 이겼는데 이 경기의 마지막 순간, 한국의 15번 선수는 매우 아름다운 골을 넣었다. 이는 상대의 철통같은 진영 사이의 틈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아수비게도 그 15번이 누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득점 후의 세리머니는 만면에 격정이 넘쳤고, 그가 다소 늙어보였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또 다른 경기는 어웨이에서 2:1로 일본에 역전한 것이다. 일본축구는 날로 상승세였고 중국은 점점 침몰하는 중이었고, 한국은 동아시아 축구에서 항일의 기치를 올렸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그 때부터 나는 한국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은 다소 못 했었다. 나는 멕시코에게 1:3, 네덜란드에게 0:5로 진 것을 봤고, 한국은 확실히 그들의 상대가 아니라고 느꼈다. 마지막 경기는 못 봤다. 한국이 0:1로 끌려가다가 마지막에 1:1을 거두었다. 이는 그 월드컵에서 한국의 유일한 훌륭하고 멋진 경기였다. 재밌는 것은, 당시 벨기에는 한국을 이기기만 하면 16강에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한국에 발목을 잡혀 탈락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마도 마지막순간에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벨기에든, 중국이든 ... 하하하...
02년 월드컵 전에 한국은 두 번의 평가전을 가졌었다. 잉글랜드와 1:1, 프랑스와 2:3, 모두 멋진경기였다. 특히 프랑스와의 경기는 매우 훌륭했다. 관심있는 친구들은 찾아서 봐 보시길~
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은 좋은 편이다. 물론 02년의 성적은 논란거리가 많은 편이다. 그들은 확실히 판정상의 편의를 입었으며, 수많은 중국팬이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속으로 무찔러서, 중국팬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볼 때, 3번의 경기에서 모두 편파적인 판정이 있었다고 해도,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두 경기는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개최국은 모두 그 정도의 편의는 입었었다.) 스페인전은 확실히 판정이 아리송했다. 스페인은 매우 억울했다.
그래도 나는 한국이 거둔 이러한 성적은, 많은 방면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판정사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실력이 나아졌고, 개개인의 실력도 높아졌으며, 당시 한국은 최고조에 올랐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판정시비로 한국을 때려죽여도 안 될뿐더러, 그것 때문에 한국의 노력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만약 판정때문만이었다면 베트남도 월드컵을 가져가게?
06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경기를 2번 밖에 못 봤다. 쿠웨이트를 2:0으로 이긴 것과, 사우디에 0:1로 진 것. 나머지는 다 못 봤다. 나는 원래 한국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탈락할 것이라고는 생가하지도 않았었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은 한국팀으로서는 그 결과가 생각할 거리가 아니다. 독일에서 한국의 플레이를 지켜보자. 그들의 운이 좋기를 기대하며.
무관심 -> 미워함 -> 모순됨 -> 좋아함.
이것이 한국팀이 내 마음속에서 10여년간 지내온 궤적이다.
내가 만나본 중국축구팬들에게서 모두 이상한 현상을 발견한다. 대다수가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의 경기는 무조건 상대가 이기기를 바라는 것이며, 한국선수라면 모두 코웃음을 친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올 여름 맨유가 북경에서 경기를 할 때, 박지성이 볼을 잡기만 하면 모든 관중이 커다란 야유를 보냈다. 정말 재밌는 사실이 있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을 정복했지만, 어찌된 것이 중국팬들의 칭찬을 얻는데는 실패한 것일까 하는 것이다. 설마 중국축구팬들의 선수들에 대한 요구가 퍼거슨보다 높은 것일까? 팬들 말고도, CCTV 해설자들 마저도 이런 정서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국이 어웨이에서 몰디브와 0:0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확실히 기억하는데 그 때 리우지엔홍(해설자)은 보도하면서 매우 기뻐했다. 그가 왜 그리도 기뻐하는 지 몰랐다. "내가 못하니까 너도 못하길 바래"라는 심리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질투였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만약 정말로 이런 심리상태라면,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것이며 중국축구의 발전에 어떠한 좋은 점도 없는 것이다.
나는 줄곧 한국은 일본과 확연히 다르다고 여겨왔다. 모두가 다 아는 원인때문에 일본을 싫어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국은 왜 싫어하는가? 한국이 늘 우리를 이겨서인가? 아마도 내가 한국을 싫어햇던 원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릴 적의 그런 생각은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다.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나는 내가 원래 좀 바보같다고 알고 있다) 모두 안다. 한국은 축구에 잇어서는 늘 중국을 이겼고, 이는 실력이 중국보다 강해서 였으며 나의 인상에는, 한국이 중국을 이기는 데에는 어떤 비열한 수단도 쓰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이 중국팬들을 위해 일부러 질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늘 자기를 이기기에 남을 미워한다면 너무 옹졸하지 않은가? 반대로 예를 들어보자. 브라질은 중국을 4:0으로 이겼다. 하지만 누구도 브라질을 미워하지 않지 않은가? 한국에 대해서 우리는 왜 그런가? 다시 돌아와서 말해보자. 한국은 20년간 우리가 이기지 못한 상대이다. 나는 이런 결과는 우연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분명히 우리가 배우고 존경하고 배울만한 것들을 적지 않게 갖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한국을 고깝게 보는 친구들에게는 나도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이는 확실히 이유같지 않은 이유이기 때문이며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유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그런 너희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하지만, 만약 현재 너희가 한국을 특별히 싫어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한국의 경기를 볼 때 시험삼아 한국을 응원해봐라. 아마 브라질, 잉글랜드, 이탈리를 응원할 때랑 한국을 응원할 때의 감정은 다를 것이다. 한국은 아직 세계적 강팀이 아니니까. 한국의 경기에서는 종종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를 맞이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정신을 볼 것이다. 결과에서는 강팀들처럼 내내 강한 면모를 나타내지는 못하겠지만, 너희는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너희가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이 가져다준 인상은 02년 월드컵에서의 편파판정과 중국에 대한 천적역할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게도 마찬가지로 사랑해줄만한, 좋아해줄만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