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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GTA 하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게시물ID : gametalk_1036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역설소년
추천 : 12
조회수 : 1754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3/09/27 15:48:13

안녕하세요.


얼마 전 우연히 예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습니다.


'그것이 알기 싫다' 라는 팟캐스트 방송 중에 '신인류 연대기'라는 방송이었습니다.


방송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글질 해봅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제목에 GTA 소리 안나게 하라고 하고선 뜬금없이 왜 예술에 대해서 묻는지 궁금하신가요?


이 글이 끝나갈 때 쯤 알게 되실 겁니다 ㅎ






여러분들은 예술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미술작품이 떠오르시나요? 조각상이 떠오르거나 클래식같은 음악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카를로스의 UFO 슛이 떠오를 수도 있고 연느님의 연기가 예술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칭하기도 하며 잘 만든 상업적인 제품을 보고 예술이라 이야기도 합니다.


흔한 감탄사로 우리는 지나가는 몸매 좋은 여성을 보고 "저 여자 몸매 예술이다" 라고 말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예술을 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에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았습니다.



예술 = ART = 藝術


두산백과 :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 원래는 기술과 같은 의미를 지닌 어휘로서, 어떤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능력을 가리켰다.

매스컴대사전 : 일반적으로 하나의 생활상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어떤 재료를 가공, 형성하여 객관적인 성과물이나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는 활동으로서의 '기술'을 총칭

파퓰러음악용어사전 : 예술이란, 어원상 그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모방기술'이며, 라틴어가 기술(ARS)이듯이, 본래 기술, 기능과 동의어로서, 넓게는 인간의 생산, 제작 내지 연기 등의 재주나 기교를 가리킨다.

문학비평용어사전 : 예술은 서양의 아트(ART)를 번역한 말로 원래 모든 방면에 있어서의 기술 일반을 뜻하는 말이다.

철학사전 : 사회적 의식의 표현 중 하나로, 실재하는 것을 예술적 형상, 즉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진 형상으로 반영하여, 세계를 미적견지에서 인식하고 묘사해 내는 것을 주로 하는 인간의 활동을 말한다.




여러 사전에서 말하는 예술을 찾아 본 결과 저는 생각지도 못한 공통점을 너무 쉽게 발견했습니다.

'기술'이라는 단어인데요.

저는 가방끈이 짧아서 그런지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은 서로 상반된다고 느꼈는데...헐...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하나의 가정을 하겠습니다.

인류의 구석기 시대로 올라갑니다.

원돌이라는 원시인이 살았다고 가정해봅니다.

어느 날 기분이 꿀꿀해진 원돌이는 들판으로 혼자 마실을 나갑니다.

9월 같이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고 선선한 구석기 시대의 바람이 머리칼을 스칩니다.

원돌이는 깊은 사색에 빠집니다.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더 사냥을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원순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존재에 대한 확신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들판을 노닐고 있습니다.

그러다 들판에서 난생 처음보는 아주 큰 들소를 만나게 됩니다.

원돌이는 혼자였고 들소는 많이 흥분된 상태로 보였습니다.

보통 여럿이서 사냥을 다녔지만 원돌이 혼자였고 손에는 조그마한 구석기 짱돌 뿐이었습니다.

나름 부족에서 사냥 에이스라 추앙받던 원돌이는 그 동안 쌓아왔던 모든 사냥기술을 동원해서

큰 들소를 제압하게 됩니다.

힘든 사투였지만 들소를 쓰러뜨리고 원돌이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을 맛보았을 겁니다.

많은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혼자서 이 들소를 잡았다는 뿌듯함도 들었을 것이고

당장 한 동안 먹을 것과 입을 것이 해결 되었다는 안도감과 안정감도 들었을 것이고

또 잡은 고기를 좋아하는 원순이와도 나눠 먹을 생각도 들었을 것이고

여러가지 많은 기쁘고 즐거운 생각과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또, 그 순간을 오래 동안 기억하고 싶었을 겁니다.

오래 동안 기억 하고 싶었던 원돌이는

자신의 집(동굴)으로 돌아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솜씨를 발휘해서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최대한 비슷하게 또는 약간 과장되게 들소를 그려 넣습니다.

그리고 원돌이는 다른 부족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그 그림을 보여주며

자신의 사냥 기술을 뽐내기도 하고 자존감을 찾기도 하며 원순이를 꼬시기도 했을 겁니다.



아마도 인류사에 가장 오래된 예술 작품이라 불리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이렇게 만들어 졌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위에 나온 이야기가 사실이던 사실이 아니던 어쨋든 저 들소로 보이는 그림은

인간이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한 부분을 벽화라는 매개체로 복제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예술은 현실의 복제품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복제품인 예술은 처음에는 자신이 겪거나 보거나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을 기록하는 매커니즘으로 시작이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경험 뿐만 아니라 타인의 경험도 기록을 하게 되고

시간이 더 흐르면서 그런 타인이 경험한 경험의 복제품을 즐기는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자신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경험을 보고 듣는 것을 우리는 대리 경험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예술품의 수준이 점점 좋아질수록 예술품을 통한 간접 경험이 현실처럼 점점 더 느껴지게 만듭니다.

철학자 장 보들리에라는 사람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 '시뮬라르크' 라고 하며

가상의 경험을 통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경험을 취하는 것을 '시뮬라시옹'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1편에 보면 매트릭스 가상세계에서 키아누리브스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해커로 이중적인 생활을 합니다.

해커로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책 사이에 보관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 등장하는 책 이름이 장 보들리에의 시뮬라르크 시뮬라시옹이라는 책입니다.







바로 이 장면이죠 ㅎㅎㅎ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 지금은 워쇼스키 남매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매트릭스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세계라는 것을 저 책을 통해 암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예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작품을 보겠습니다.






이 작품이 가진 가치가 무엇이길래 피카소의 작품중에서도 대작이라고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그림을 그리는 피카소가 대단해서?

아니면 이 그림의 그림 기법이 특출하고 어려워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1937년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담은 그림으로

괴기스러운 표현은 당시 불이 난 집, 죽은 아이의 시체, 그 시체를 안고 슬퍼하는 아이의 엄마, 울부짓는 말과

분해된 시신 등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대작인 이유는 사람들의 고통과 혼란이 어떤건지 대리 경험을 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결국 예술의 본질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상의 대리 경험을 시켜주느냐 이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예술 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 작품을 통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작가의 의도와 경험을 전달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서두에 많은 사전이 예술이 왜 기술로 부터 기인하느냐에 대한 해답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좋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는 사람의 솜씨 즉 기술에 따라 예술이 되거나 그러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동굴 벽화를 그렸던 원돌이의 그림 솜씨(기술)가 형편 없어서 들소인지 개미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은 복제된 경험을 전달 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예술이라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술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하게 됩니다.

별다른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돌로 벽화를 그렸을 것이고 

그러다 좀 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칠을 하게 되고

돌을 깍기 시작하고

청동이나 철을 만들기 시작하여 더욱 정교한 조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고

언어가 형성이 되고 문자가 만들어 지면서

시를 쓰게 되고 시에 음율을 붙이기 시작하고 노래를 하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악기가 만들어 지면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음악에 가사를 입히고 춤을 추고

사람들은 소설을 읽기 시작하고 그 소설을 연기 하기 시작하며

연기에 노래를 더해 뮤지컬을 만들어 즐기고

사진기 카메라의 발명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대리 경험을 더 극대화 하기 위해

요즘에는 3D 영화 그리고 4DX 영화까지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은 수 많은 형태의 예술 분야를 탄생 시킵니다.




여러 예술의 집합체인 종합예술의 형태가 지금까지 '영화'가 마지막 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다음 세대의 종합예술은 '게임'이라고 보는 겁니다.




요즘의 어른들은 게임이 예술을 죽이고 사람들을 예술로 부터 멀어지게 하며 사람들을 중독시킨다고 말하고

그 전의 어른들은 영화가 예술을 죽이고 사람들을 예술로 부터 멀어지게 하며 사람들의 상상력을 퇴화시킨다고 말했고

그 전의 어른들은 사진이 예술을 죽이고 사람들을 예술로 부터 멀어지게 하며 사람들의 독창성을 없앤다고 말했고

그 전의 어른들은 인쇄기가 예술을 죽이고 사람들을 예술로 부터 멀어지게 하며 사람들의 인간미를 앗아간다고 말했고

아마도 구석기 동굴에 살던 어른들은 동굴에 그림을 그리는 원돌이를 보고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한다고 말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예술을 평가하는 어른들의 저주는 새로운 예술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펠레의 저주와 같았습니다.




지금은 게임이 예술사에 큰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몇 십년 또는 몇 백년 몇 천년이 지난 후에 사람들은

'그 때 이런 게임이 참 명작'이었지 라며 국립 블리자드 전시관에서 스타크래프트2 작품을 보며 캐리건의 아픔을 되새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간은 하나의 인생으로 태어나서 수 많은 직업과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이라는 예술 장르는 무한한 대리 경험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덤으로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대리 경험의 강도와 몰입 그리고 리얼리티가 뛰어 나다는 것이죠.



1990년대를 풍미 했던 게임 '동급생'과 '프린세스 메이커'가 선풍적이었던 이유는

수 많은 남학생들에게 미소녀와 연애를 하는 대리 경험을 만족시켜 주었고

수 많은 여학생들에게 예쁜 아이를 키우는 또는 자신을 투영시킨 공주를 만드는 대리 경험을 줬다는 것입니다.




일반인으로 태어나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삼국시대의 군주나 대항해시대의 선장이 되기도 하며

갓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통해 신이 되어 문명을 개척하기도 도시를 건설하기도 합니다.




예술의 본질이 복제된 인간의 경험을 대리경험 하는 것이라면

게임은 영화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예술의 장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GTA5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범죄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GTA5를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영화에서는 배우가 리얼한 연기로 짜여진 시나리오에 맞게 연기를 합니다.

GTA는 등장인물이 리얼한 연기로 시나리오에 맞게 연기를 하지만 내가 그 시나리오를 완성합니다.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어떤 작전을 실행할지 누구와 함께 할지 도주 차량은 무엇으로 할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자유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플에이어가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라는 것은 관여이자 간섭이고 몰입도와 대리 경험을 극대화 시킵니다.





얼마 전 올라왔던 기사인데







역대 영화 제작비의 2위에 해당하는 제작비를 들여 GTA5 라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이 그래프가 시사하는 바가 단순히 돈으로 하는 비지니스에 국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성장통에 시달리는 게임이라는 예술을 이가탄 마냥 씹고뜯고맛보고즐기는 것입니다.





혹시나 게임을 하면서 알 수 없는 죄책감이라던지

인생을 낭비하거나 소비하고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의 예술 부흥의 선도자로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 르부르 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과

왕십리 광장에 군단의 심장2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은 예술성은 같다는 겁니다.







나이 30살이나 먹어서 집에만 오면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있냐? 라는 어머니의 핀잔에

어머니를 설득시킨 내용을 간략하게 간추려 보았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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