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이 안나다가 이제야..
맨정신으론 잠들수 없을것같아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사와서 들이붓고 있습니다.
젊어서부터 고생만 했던 엄마입니다..
나쁜남자 만나서 고생하다 이혼하고
그러고도 갖은고생 다하다가 이제야
좋은 남자 만나서 알콩달콩 살던 엄마입니다.
농촌에서 일하니까 밥 많이 먹어도 살 엄청 빠졌다고 좋아하시던 엄마..
말라도 너무 말라서 이상하다 싶어 병원가보라 했더니 당뇨...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속쓰림과 복통, 흑갈색 소변..
병원에서 진찰해보니 췌장에 혹이 있더랍니다. 암일지도 모른다고..
결국 서울올라오셔서 큰병원에서 진찰받는중인데요
확진은 내일이나 나온다지만, 거의 암일수밖에 없는 상황..
췌장암은 암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암이라네요..
CT사진을 보니 심지어 폐쪽에 전이 가능성까지...
현재로선 암이 아닐 가능성은 희박한 수준
수술이 가능하다 해도, 췌장 언저리를 다 들어내야 하는 상황
수술이 성공적이다 한들, 불완전한 소화기관으로 한시적인 생명
게다가 재발률이 아주 높은 췌장암
만약,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혹은 이미 전이된 상태라면
항암치료를 해도 6개월 안해도 6개월..
어째서인가요
그 지옥같은 고생길 다 끝나고 이제 좀 숨쉬고 살만해졌는데...
엄마를 원망했던 날들을 후회하고 있어요
부모님 빚때문에 좋았던 성적 다 포기하고 대학도 못가고
빚갚느라 일만일만 하다 녹아 없어진 내 이십대 망가진 내 인생
그래도 이제 삼십대중반에 나도 좀 살만해졌는데
왜 이제 또 이런 일이 생기나요
엄마도, 고생 많이 하고 살았는데 이제 새아버지랑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했는데
아무렇지 않은척 엄마 노트북에 드라마 다운받아드리고
내색 안하려고 그냥... 엄마도 짐짓 모른척...
환자에게는 안알리고 보호자한테만 알려준다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황을 직접 겪으니 참... 황당하네요
근데 왜그렇게 티를 내 레지던트 아저씨... 엄마도 다 눈치챈것같아요
엄마
죽지마
아프지마
오래오래 살아야돼
다들 기도해주세요
신을 믿든 안믿든
어떤 신을 믿든
응원해주세요 우리엄마 안아프게 오래오래 사시게
돌아가시기엔 아직 너무 젊어요
소주를 한병 마셨더니
목이 메이고
눈으로 나오네요
엄마
우리엄마 살려주세요 제발요
엄마 안아프게 해주세요
내가 대신 죽을까요
내가 대신 암 걸려도 좋으니까
우리엄마 살려주세요
해외여행 한번 못가본 우리엄마
화장도 옷도 관심없는 엄마
고생만 하고 사신 우리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목놓아 울어도
빌어도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무슨짓을 할지 몰라요
제발요
우리엄마 살려주세요
삼십사년 살면서
엄마한테 사랑한다 말 한번밖에 못했는데
엄마앞에선 아무렇지 않은척 티 안내다가
동생하고 교대하고 집에 와서야.....
누군가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기도해주세요
응원해주세요
우리엄마가 병을 이겨내도록
고생한 세월보다 더 행복하게 오래 살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