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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feat.메르스)
게시물ID : freeboard_929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썸E
추천 : 2
조회수 : 7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20 12:03:00
근혜군 2년 

폭정을 일삼던 왕의 횡포가 하늘을 찌르고 
알수없는 역병마저 온 조선천하를 맴도니 
민심이 흉흉하고 조정의 분위기마저 어수선하였다 

옛 아비의 피묻은 손가락을 기억하던 근혜군은 
이또한 그냥 지나가리라 생각하였으나 
이러한 일이 한두번 있던게 아니였던지라 
성난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였다 

연일 지방 영주들의 상소문이 올라오고 
뜻있는 유생들의 진심어린 호소가 들려왔다

"전하. 역병이 창궐한 지역부터 돌보심이 옳은줄 아뢰옵니다. 백성들이 나날이 죽어가고 있고, 역병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기본적인 생산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하오니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사옵나이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충신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근혜군 주변에 많았으나 
근혜군은 복잡한 국정따위는 관심에 두지 아니하였다

"전하, 역병은 생각보다 크지 않사옵니다 
그보다 오늘 연회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워서 우리 조정의 위세를 천하에 알리는게 어떠신지요."  

"그대의 말이 옳다. 백성들의 아픔이야 그저 시간이 치료해줄 것이 아닌가. 우리가 건재함을 보여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한다면 그것이 곧 국가의 복이 아니겠는가."

"역시 영명하신 전하십니다
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충신의 수는 많지 않았고
그 알량한 혀만 믿고 사는 간신의 수가 훨씬 많았기에
조정은 연일 연회와 춤사위로 흥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근혜군은 쓰디쓴 상소문과 충신들의 말 보다는
달콤하게 귀에 달라붙는 간신들의 말이 좋았다
그러한 근혜군의 성품을 일찍이 파악한 대신들은
더 한 보물과 칭찬으로 근혜군의 눈과 귀를 홀리고는
조정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왕은 이미 내손안에 있다. 내가 곧 왕이란 말이다!"

이미 왕의 권위는 하락하고
이빨을 날카로이한 승냥이떼들만 득실거리는 조정이기에
조선의 앞날은 매우 어두워 보였다

"조정이 못한다면 우리가 나서야 하오
조정에 충신은 없소, 충견만 있을뿐이오."
 
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고 했던가. 
왕의 무능함 덕에 각지의 인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초에 빛을 발하던 그들이었으나
나라의 혼란 속에 능력을 발휘하는 그 모습이란
실로 성군이라 불리던 세종에 견줄만 하였다

그러나 간신들의 눈에는
그러한 충신들의 모습이 좋게 보일리 없었다

"왕이 명하기도 전에 허위사실을 퍼트리고
백성들의 불안을 가중케 하였으니 저들이야 말로 간신이다."

역병으로 백성이 죽어가고
아픔에 시름 겨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뒷전이고
그저 충신이 눈꼴시려웠던 간신들은
충신들 허물잡기에만 급급하였다

그러하기를 며칠째,
역병이 생각보다 심해지고 죽어가는 백성이 점점 더 늘어남에 따라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근혜군이 일렀다

"조정은 무얼하였기에 이렇게 무능하단 말이오
최고 책임자를 벌하겠소."

조정 탓을 하는 근혜군은
자기 자신이 조정 그 자체임을 깨닫지 못하였다
  
"전하, 이것은 역병이오나 역병이 아니옵니다"

그때 최고위 간신이 근혜군에게 이르는데,
그 내용이 가히 놀랍지 아니할 수 없다.

"역병은 맞사오나, 이러한 상황 그대로를 백성들에게 알린다면 그것은 우리 조정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이옵고, 전하를 못마땅히 여기는 무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것이옵니다."

"역시 내게는 그대밖에 없군 무성대감.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역병의 위중함 보다는 그 역병을 퍼트린 환자에게 죄를 묻사옵고, 역병이 퍼진 지역 영주의 무능함을 탓하시옵소서. 전하는 조선 최고의 성군이자 명군이신데 간절히 바라오면 온 우주가 도와주지 않겠사옵니까.
그러한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기위해 전하가 직접 어의와 함께 의료원을 방문하시는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러다 짐이 역병에 걸리는게 아니겠는가?"

"무에 문제가 있겠습니까
전하가 들르실 곳은 역병이 생긴 의료원이 아닌
그저 명분으로 쓰일 의료원이옵니다
무지몽매한 백성들은 그것만으로도 전하를 떠받들겠지요."

무성대감의 흡족한 답변을 들은 근혜군은
다음날 의료원을 찾아가 노고를 치하하였고
밤에는 성대한 연회를 열어 역병에 대한 걱정을 잊었다

조선의 국운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근혜군 2년, 심상치 아니하다. 

출처 영화 간신을 보고 그냥 생각나서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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