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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931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w
추천 : 0
조회수 : 1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21 14: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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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갓 태어났을 때, 그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만으로 불렸다. 고작해야 '애기' 정도의 호칭이 더해진 정도였다. 나이를 조금 더 먹자 '애기' 는 '학생' 이라는 호칭으로 교체되었다. 긴 학업이 끝나니 이번엔 '군인' 으로 바뀌고 딱히 즐겁지 않은 '아저씨' 혹은 '아재', '오징어' 가 추가되었다. 여기까진 그래도 그러려니 하며 살았다.


  어느샌가 그는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이라는 호칭으로 신문에서, 방송에서 불려지곤 했다. 일하는 사람은 모두 일꾼이고 노동자일 뿐인데, 세상은 하고많은 사람들을 칼같이 구분 지어 놓은 후 호칭에 따라 차별한다. 애매하게 정규직이지만 파견, 하청을 나가 비정규직처럼 일하는 사람들, 명목상으로 비정규직이지만 최저임금만도 못한 급여를 받는 사람들에게 무슨 호칭을 붙여줄까 하는 고민은 역시 언론이 제일 먼저다. 구조가 아닌 호칭 그 자체에 매몰된 부모들 덕분에 자신의 호칭에서 글자 하나 떼겠다고, 팽이도 돌리고 딱지도 치면서 놀아야 할 나이의 아이들은 거액을 주고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는다. 안타깝게도 일꾼이나 노동자라는 근사한 호칭을 정성스레 불러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이용할 가치가 있을 때만 그렇게 불러 준다. 4년에 한번, 혹은 5년에 한 번씩.


  혹은 토론회에서 사람들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양성애자를 구분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차별하면 안 된단다. 호칭을 만들어 구분지어 놓은 후에 차별하지 말잔다. -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 라는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끝내면 되지. 갑자기 당신이라는 단어를 이성 혹은 동성이란 단어로 치환한 것은 무슨 까닭이길래. 그냥 사랑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사랑하면 됐지 왜 구분하나. 구별이라는 이름의 차별을 위한 너저분한 호칭까지 만들어가면서. 그냥 사랑하면 사랑하는 거다. 거기에 다른 호칭은 필요가 없다.


 그러니 나누지 않으면 뭘로 구분한단 말이냐는 질문의 대답은, 아예 나누지 말아라, 라고 대답해줄 수밖엔 없다. 물론 한 가지 호칭으로 모든 상황과 경우를 대변하는 거야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하는 사람에겐 당신이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그저 노동자일 뿐라고 말해주는 것이 먼저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축하해주는 것이 먼저다. 가장 먼저 뛰어넘어야 하는 것, 그것이 구분이라는 담이며, 그 위에 촘촘히 박힌 차별이라는 이름의 깨진 유리병 조각이다.





p.s '지지하다'는 원칙적으로 주의, 이념, 정책 혹은 의견 등에 찬성하고 여기에 힘과 노력을 쓰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동성애를 지지하다' 보다는 '동성애 혐오사상에 반대한다' 혹은 '성 소수자를 향한 직, 간접적 폭력에 반대한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문법적으로는 맞겠습니다. 취미로 관련 공부를 하는 아재로써 잠깐 끄적여 봅니다.

출처 몇년 전인가, 어느 커뮤니티에 올렸던 본인의 글을 꺼내와 오유에 맞게 다듬었습니다.

아마 차별금지법 철회에 대한 기사를 보고 화가 나서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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