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이 별로 없지만 퇴근시간도 아닌 심심한 이시간
똥게를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수많은 드러운 글들을 보며 사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왜 이 더러운 추억마저 기록하려하고 타인에게 알리려할까?
심지어 익명조차 되지 않는 이곳에 이토록 많은 '쌈' 혹은 '지림'글은 올라오고 또 올라오는가?
고민하던중 무엇인가 나의 뇌를 때리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습니다.
혹시 이것은 인간 내면에 본성적으로 존재하는,
비극적인 설사와 극한의 망신 경험 속을 비집고 나오는 익살과 해학,
왜 내 괄약근은 좀 더 참지 못했나? 왜 그때 난 그걸 먹었나? 왜 조짐이 좋지 않았으나 난 길을 나섰나 등 자신에 대한 분노,
누군가 구원의 휴지를 내밀었을때, 뚫고 나오려는 마물을 해결할 곳을 찾을때 누군가 알려주는 화장실을 가리키는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촌각을 다투는 자기자신 싸움에서 이기고 엉덩이를 부여잡고, 어기적 걷기도, 바람같은 속도로 달리기도 하고, 그 어느때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염원하고 기도하며 안착한 하얀 변기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그렇습니다!
이 곳 똥게는 아직 타동물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인간만의 예술행위 그 자체인 것이었던겁니다!
희!노!애!락!
모든 인생의 애환이 이 똥게에 담겨있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똥 잘참아서 웃고, 설사 한번으로 울고, 방귀인줄 속고, 안싼척 속이며, 무사히 도달하도록 염원하고, 스스로를 책하며, 쾌변에 감사하고, 깨끗한 뒤처리에 희열을 느끼고, 공공장소에서 지리고 해탈하는 이곳 똥게..
이곳 똥게는 마치 AT 필도가 모두 벗겨진, 제레가 그토록 염원하던 인류 보완 계획의 목표처럼 오직 공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엄청난 게시판이었던 것입니다!
오오오
똥게여 그 얼마나 위대한가?
똥게 함부러 까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그토록 절실한 기도였느냐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