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의 어느날
오유 베오베에 올라오는 까르보나라에 심취해있던 나는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싶었다.
마침 스파게티 면이 남아있었고 냉장고를 털어보기로 했다
뭐 요리는 대충 하는거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나로선 아무거나 손에 걸리면 그걸로 만들어 먹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뭘 만들어 먹고 싶어도 문제가 생기면 만들질 못한다.
예를 들어
계란찜을 만드는데 계란이 없다거나
계란 말이를 하려는데 계란이 없다거나
계란 볶음밥을 하려는데 계란이 없다거나 하는 문제 말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치즈도 우유도 계란도 심지어 올리브유도 ...
집에 있는건 토마토와 감자 양파 같은 것들...
스파게티는 먹고 싶고 나가긴 귀찮고 뭐 토마토도 있겠다 소스를 만들어 먹어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나의 첫 가내수공업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사진을 오랜만에 찍었더니 보정을 못하겠어요 이해해주세요)
일딴 네이버에 토마토 소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체크!
뭐 버뤄에 마늘 볶다가 양파 볶다가 토마토 넣고 페이스트 뭐 그런거 넣고 바질도 넣고 으쌰으쌰 해서 만들면 된다는거 같으니
기본 레시피도 알았겠다 당장 만들어 봅시다.
재료입니다.
버터 토마토 양파 감자(고구마 아님요) 다진마늘 스파게티 (왜 우리동내 롯데마트엔 좋은 파스타가 없지...)
일딴 재료를 걍 푸드락 촵촵! 하고 썰어요 어짜피 다 뭉개버릴꺼니까 작게 대충 막 썰어요
토마토는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까줘야해요
전에 대충 슬라이스 해서 어디다 넣고 만들어 먹었는데 빨간 머리카락 같은게 계속 나오더라구요 -_-;;;
그리고 씨도 빼주셔야 되요 ...
이 토마토만 그런지 어쩐지 토마토씨가 씹을때 많이 걸리더라구요
(저 노란건 고구마가 아니고 감자에요)
아니! 여기서 잠깐!!!!!!!
토마토 소스 만드는데 왜 감자냐구요?
그게요 기억은 안나는데 뭘로 농도 조절을 한다는 구절을 읽었어요
루였나?...
농도조절! 그거 감자로도 됨!! ㅇㅇ 하며 감자도 넣은거죠
이떈 몰랐어요 감자를 넣은 시점에 내가 만들고 있는게 토마토 소스가 아니게 되는 줄은
재료를 냄비에 넣어요
뭐 버뤄에 마늘에 양파에 감자에 ...넣다가 에라 모르겠다 어짜피 들어가서 익으면 다 똑같아!!! 생각이 들어서 그냥 냅다 떄려 넣었는데
냄비가 좀 작은가봐요
큰냄비에 옴겼어요
그런데 암만봐도 토마토 양이 적은거 같다 이거죠
또 넣었어요 2개더...
뭔가 중간과정이 생략되었는데요
재료들 뭉개기가 어려워서 그냥 핸드믹서? 그걸로 부쾈콰콰콰쾈!!! 하고 갈아버렸어요
그리고 나서 소금간과 바질을 좀 넣어줬구요 후추도 조금 넣어줬구요
감자를 넣어서 그런가 농도가... 상당히....ㅡ,.ㅡ
끓여야 되는데 이게 마그마처럼 풜떡풜떡 하더라구요
스파게티 하나 만드는데 뭐 이렇게 힘이 든건지
무튼.
그리고 조금 맛을 봤는데 토마토씨가 무슨 고추씨마냥 오독오독 씹히네요
그래서 체에 한번 걸러서...
전에 사먹고 남은 토마토 소스 병에 넣어줬어요
쨘....색이 ...-_-
토마토 페이스트? 뭐 그런것도 없고
케찹도 없고 그래서 그냥 만들었더니 저렇네요
맛도 별루고 (감자스프 feat 토마토)
어찌됐든 첫 토마토 소스! 이제 파스타를 만들꺼에요
부재료를 이것저것 넣으면 더 좋겠지만
귀찮아요
어짜피 양파며 이것저것 저 소스에 있쟎? 히히히히
만들다가 색이 너무 구려서 뭐! 매콤한 파스타도 있는데! 하며 색과 매운맛을 동시에 내겠다며 고춧가루 투하...
그래서 만들어진게
색이 참 구린데...
딱 저 색깔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전 처음먹어보는 요상한 맛이긴 한데 슬프게도 스파게티 익힌 정도는 제가 지금까지 해 먹은 스파게티중에 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쁨과 슬픔이 한번에 찾아오는 날이었네요
사실 요 며칠 잉여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오유에 계란요리나 올려볼까 하던차에 의욕이 생겨서 연습차 한번 해본거에요
그럼 다음 계란요리로 찾아뵙죠...
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