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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철에서.
게시물ID : freeboard_9384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へ)z
추천 : 2
조회수 : 20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6/24 01: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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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일어난 일이에요

한 시간 쯤 전? 다 쓰고나니 두 시간 쯤 전ㅎ

퇴근길 7호선타고 저 멀리서 
부평구청까지 내려오는데

전 앉아있었고 서울 어디 쯤 술 취한 목소리 큰 아저씨
두 사람이 앞에 서더군요 

한 분은 비교적 일찍 내렸고
한 놈이 앞에 서서는 캔커피를 마시는데
손에 쥐고 있던 휴지를 쓱 버리더라고요

그러지 말아야겠다라는 걸 인식한 후부터
최소 15년은 휴지통이 아닌 곳에 쓰레기 버린 적 없다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그것도 전철 안에서..
그 꼴을 참 못 봐주겠더라고요.

위 아래로 한 번 훑었습니다.

눈치는 있어서 뭐 욕을 한바탕 하더군요 
들고 있던 커피캔도 바닥에 보란 듯이 투척. 

저한테 뭐라뭐라 하길래
 “바닥에 쓰레기 버리셨잖아요"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이래서 얕잡아 봤는지.. 
저한테 직접 그러지는 않고
통화하면서 큰 목소리로

 *같은 새끼가....
쫓아가서 짱돌로 머리를 깨버린다
가운데 다리를 ...
부모님을....
와이프를....
어떻게 하겠다 라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했습니다.
(온수역 전부터 시작했으니 꽤 긴 시간이었습니다.)
 
모욕과 위협을 느꼈습니다.

책이 눈에 안 들어오고 몸이 떨리고 그렇더군요.   

마침 또 제옆에 앉아서는.. 
쓰레기를 보란듯이 투척합니다 껌, 사탕 등
가래침도 뱉고.. 

저 지랄 하는 순간부터
1577 5678인가요

토하거나 문 앞에 누워서 자는 사람 있을 때 문자 몇 번 보내면 후딱 와서 치워주더라고요

신고해서 이 사람하고 경찰서 가고 싶다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장문은 전송이 안 돼고 
어느 시간에 어느 역 지나가는 몇 번째 칸이라고 얘길해도.. 꼭 문 앞에 있는 번호를 알려달라네요.. 
허위 신고일까봐 그러나..이해는 합니다 

그게 꽤 지체가 돼서 곧 목적지에 도착 하겠더라고요

아무튼 접수가 돼서
거의 왔을 때쯤 역무원이 한 번 들여다보고 간 것 같기는 한데 열린문으로 고개만 빼꼼하고 금방 나가서
얘기도 못 하고 보냈어요

이런 걸로 신고가 되나 싶기는 한데.. 이 사람 데리고 경찰서 꼭 가고 싶었거든요

두 정거장 전 쯤인가 일어나서 내리더군요
욕은 욕대로 듣고 찍소리도 못 한 것이  분하더군요
역무원 안 온 것도 화나고..

근데 왠 걸.. 내린 줄 알았던 그 놈이 절 슥 보면서 앞으로 지나갑니다.. 
진짜 쫓아올 모양인지 저쪽 의자에 앉아서 절 보고 있네요

아무튼 도착해서 전 내렸고 따라 내려서 쫓아오는 거 확인하고 경찰에 바로 신고했습니다. 

취객이랑 시비붙었는데 쫓아와서 머리를 찍어버리겠다고 하고는 정말 따라오고 있다라고 간단히 설명하니
어느 출구로 나오냐 물으시곤 금방 오시겠답니다. 

경찰 오려면 시간 걸리니 잘 쫓아오는지 확인하면서 천천히 나갔습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니  쫓아와서 저 뒤에 숨더군요

경찰이 거의 왔는지 위치 확인하는 전화가 와서 말해주고 있는데 

이 새끼 버스타고 쫓아오기는 싫은지 저한테 와서 뭐라뭐라하는데 통화내용 듣고 신고한 줄 알았는 지 도망가려고 하네요.

쫓아가서 붙잡고 뿌리치고 도망치고 붙잡고 전화로 경찰관에게 위치 설명하고... 
사실 이때부턴 좀 코미디였어요 
숨바꼭질 한참 하고서야 경찰하고 조우했습니다.

강력한 처벌은 안 되는 거고 경범죄 딱지 하나 끊어서 보낸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많이 출동하셔서 괜히 소란 피웠나 싶어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웃긴 건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빵빵해대면서
호기롭게 미행까지 했으면... 한 대 치고라도 가든가

꽁무니빠지게..도망다니는 꼴보니 참 애잔하더라고요

아니 도망을 갈 거면 멀리라도 가든가..
에스컬레이터는 왜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며
막힌 곳으로 가서 안 보이는 데 있으면 모를 줄 알고...
숨어있는 건지...

막판 코미디에 급 찌질모드라 맥이 빠져서 그렇지
전 사소한 다툼도 싫어하는 극단적인 평화주의자라..
아직도 다리가 후들후들하네요  
 
그 와중에 쓰레기 투척한 거 주워서 치워주고
걱정해주던 젊은 친구

저 아저씨 쫓아온다고 말 걸어주신 아가씨

덜덜 떨리는 와중에 힘이 많이 됐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못 보시겠지만 감사합니다. 

경찰아저씨들 
키크고 잘생긴 친절한 훈남 동생일 것 같은 경찰관님.. 친절하게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절주절하고 싶었어요ㅎ

좋은 밤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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