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위에 곧잘 눌리곤 했다.
특히 엎드리고 자는 날이면 잘 걸렸고, 가위에 눌리면 어김없이 귀신이 나와 내 주위를 맴돌며 괴기스런 목소리로 희롱하다가 어딘가로 사라지곤 했었다.
내 삶에서 가장 엽기적인 경험을 하게된 오늘도 가위에 눌렸었다.
가위를 인지한 손간엔 느긋했다. 뭐, 가위도 처음 눌리는 사람이 무섭지, 몇십번이 된다면 오히려 즐기게 된달까. 차분하게 이 악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번 보는 귀신인데, 생각해보니 이 귀신의 얼굴조차도 모르는 구나.
귀신은 어떤 얼굴일까?
스스로의 생각이 재밌다고 느끼며, 바로 누으려고 몸을 틀었다. 어라? 이상하다. 가위에 눌린 상태가 아니던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리가 없는데? 기이하게도 몸은 움직여 졌고, 눈을 떴을 때 귀신이 보였다.
귀신은 상상하던 기괴한 모습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낭 그런 몸매에, 그냥 그런 얼굴.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보던 얼굴이다.
난 털이 쭈뼜서는 기분이 들었다. 혈관을 타고 전신에 소름이 지나간다. 많이 보던 얼굴인게 당연했다. 왜냐면 귀신은 나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나다. 눈이 모인 형태의 얼굴, 불쑥 튀어나온 배, 피곤해보이는 기미까지 모든 것이 똑같다. 그런 귀신이 날 보며 웃는다. 원형의 눈동자가 다 보일 정도로 바짝 눈을 뜨고,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띄운다.
뭐지? 어디서? 나? 어떻게? 왜?
머리속에 질문들이 쏟아져 내린다. 하지만 입은 열리지 않는다.
주위를 맴돌던 귀신이, 갑작스례 어깨를 붙든다. 나를 일으켜 세운다.
웃, 몸이 움직이지 않아! 반항할 수가 없어!
어쩔 생각일까? 귀신은 꼼싹달싹 못하는 나를 들어, 방에 있는 전신거울앞에 세웠다. 내 모습이 보인다. 귀신의 모습도 보인다.
내가 두 명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거울 안에는 다른 세계,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 있지 않을 까 하고. 그 속에 살면 정말로 답답할 것이다. 왜냐면 이 방은 말도 못하게 비좁기 때문이다.
귀신은 나의 얼굴을 거울에 들이 밀기 시작했다. 하하. 이 귀신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 웃긴다. 거울에 대고 밀어봐야 거을만 깨질 뿐이겠지.
그러나 그 믿음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육체는 거울에 밀려 뚱-한 얼굴이 되었지만, 내 영혼은 그대로 거울속으로 튕겨나가머린 것이다.
거울 안의 세계는 상상하던 그대로 비좁았다. 또한, 인간이 거울을 바라볼 때만, 나라는 인격이 존재할 수 있었다.
말도 안돼! 그동안 상상했었던 일이 모두 현실이었다니! 이토록 엽기적인 일이 또 어디있겠는가?
귀신은 한때 내 것이었던 육체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그는 완전하게 인간으로써 깨어날 것이다.
난 내가 했던 상상은, 상상이 아닌 아주 오래전의 기억임을 깨달았다.
다시 뺐을 수 있을까? 그가 잠에서 깨어나 이 거울을 깨부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