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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능력으로 돈을 버는데,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싫다
게시물ID : gomin_1464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마시마
추천 : 2
조회수 : 45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24 06:18:58
배부른 소리 맞아요. 그런데 뭔가 좀 그렇더라고요.

지금도 편의점에서 주말 알바를 한달하면 아마 40 쯤 벌지 않나요? 최저 시급은 지켜지지 않고, 주말 가중치도 안 주죠.

알아요.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지금 당장 부당해도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많으니까.


나는 번역일을 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 그리고 그만큼 값어치를 쳐주는 작업.

오늘 아침이 지나고, 오후 1~2시가 되면 결과를 클라이언트에게 보내고 나는 편의점 주말 알바를 한달해서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사나흘 일하고 받을 수 있게 되죠. 이런 소리 되게 짜증나죠? 그런데 난 이런 내가 짜증이 나고, 이런 현실도 짜증이나요. 정말로.

사람은 없고 능력만 남은 사회. 그래서 기부도 하고 나름 그런 쪽으로 신경을 쓰고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런 체제가 싫어요.


내가 남들보다 쉽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배경을 타고 났고, 그런 기질도 타고 났는데다 하필

운이 좋아서 고객들에게 중간 단계 거치지도 않고 직접 일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어서 더 싫네요.

내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이 불평등하고 없는 사람들을 억압해도 아무렇지도 않기 때문이니까요.

나는 우리가 자유와 평등으로 가득찬 세상에 태어났다고 배웠는데, 이 현실은 하나도 그렇지 않아요. 왜 나는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는가.

그리고 이런 것을 말하면 열에 아홉은 너가 이상한 거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에 살아가는가.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뒤틀려서 출발선이 다른 것이 능력이라는 보기 좋은 단어로 포장해도 거리낌이 없어졌는지.

하지만 나는 또 살아가야하니까. 일을 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사라지니까 이 일은 반드시 해야해요.

돌고 또 도는 순환의 논리,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상업의 거대한 순환 - 언제쯤 인간으로부터 나온

이런 비참한 비인간성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런 게 있다고 말해도 비웃음 당하지 않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그래서 나는 또 내가 싫고, 이 세상이 싫고, 이상한 기분이 빙글빙글 돌아서 뭔가 역겨운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나는 일을 해야해요.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안하는 것 역시 또한 죄악이니까. 바퀴살도, 창살도 없는 쳇바퀴를 영원히 도는 기분.

내가 이상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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