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30821190506733
과거사·우경화에 대한 일본사회의 반응 엿보여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참상을 그린 일본 만화 '맨발의 겐' 열람 제한 조치를 두고 일본 내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이 만화는 나카자와 게이지(中澤啓治)가 원폭으로 가족을 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작품인데 시마네 현 마쓰에(松江)시가 작년 말부터 관내 초등·중학교 도서관에서 학생이 열람하지 못하게 조치했다.
우선 만화의 배경인 히로시마에서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實) 히로시마 시장은 앞서 19일 "피폭의 참상을 보여주고 반복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부 지사도 21일 기자회견에서 그림에 리얼리티가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열람 제한을 비판했다.
그는 자신도 어린 시절에 읽었다고 강조하며 "내가 어릴 적에는 그렇게 (과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인지 오그'라는 인터넷 서명사이트에서는 '살아라 겐'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마쓰에시의 어린이들이 맨발의 겐을 자유롭게 읽도록 하자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오후 6시 18분 현재 1만7천960명이 서명했다.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지자 열람 제한에 찬성하는 측도 맞불을 놓고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시교육위원회의 판단은 위법이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게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열람 제한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과격하다고 지적받은 부분을 자신이 직접 확인했다며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열람 제한 문제가 과거사 문제나 정부 우경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이 작품에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일본군이 아시아인의 목을 베는 장면이나 여성에게 함부로 대하는 대목 등을 거론하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다뤄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교육위원회는 역사적 사실 여부가 아닌 잔혹성을 이유로 열람 제한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찬반 논란의 이면에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대하는 서로 다른 입장이 결부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