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마비 한참 안하다가 일을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요리..요리전사가 하고싶다..'
네 갑자기 요리전사가 되고싶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마비노기를 깔았습니다. 목표는 옛날 마비노기 할때 얼핏 보았던 글루아스표 거대요리도구. 실제로 쓰는 사람은 본적 없으나 그 룩이 참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났거든요. 풀인챈을 하면 쓸만한 스펙이 나왔던 걸로 기억했는데 잘 알아보니 거대 반죽용 밀대가 풀인챈 성능이 보통 무기같더라구요(결코 좋진않음) 룩도 맘에들고.
대충 정보를 파악하고 계정을 새로파서 시작하니 혜택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워프는 기본에 달작이란게 생겨서 꼴랑 누렙 500인데 어빌은 3000을 뚫고 맥뎀이 350.. 각종 타이틀에 2차타이틀, 디아블로 차암 같은것도 생겨서 스펙이 아주 그냥 하늘을 뚫더라구요. 겜이 많이 쉬워지고 접근성이 좋아진게 느껴졌어요. 아주 좋더라구요. 그냥 혼자 콘솔게임 하는 느낌으로 g1부터 천천히 달작해가며 요리대회와 요리던전위주로 간만에 판타지라이프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기..
제 무기는 씁쓸한 야채 거대 반죽용 밀대 입니다.
옷은 요리대회 1등하면 주는 수련요리사모자(고든이 쓰고있는 삼각모자) 와 지갑열어서 구매한 마솊 정장. 캐릭터는 제가 노인패티쉬가 있어서 백발에 입가에 주름 가득한 노인입니다. 셰프복장을 하고 거대밀대를 휘두르며 적들을 반죽내는 노인 주방장인 제 캐릭터를 보고있으니 마비노기 정말 재밌더군요. 불을 다루는 주방장 답게 원거리는 파볼트 쏴대며 컨셉을 잡고 여유를 가지고 스펙놀음을 버리고 게임하니까 정말정말 재밌었습니다. 요리라는 컨텐츠도 맘에 들구요. 요리던전은 이제 완전 도가 터서 5분도 넘게 시간이 남아서 죽척해놓고 웹서핑 할 정도로 숙달 됐습니다. 그런데 이 썩을놈의 무기.
이 썩을놈의 무기의 스펙은 대충 기억나는대로 적어드리면 일단 맥이 55쯤 되구요. 밸 21% 크 29% 의 양손무기입니다. 전용인챈트로 (접두)맥40과 (접미)크리30이 증가하죠. 개조 및 특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양손무기면서 양손무기 스매쉬 20% 보정을 받지 못하죠. 한마디로 맥뎀 높은 방패못끼는 한손무기. 사실 여기까진 알고 시작했습니다.(그런데 이놈 풀인챈 시키는데 드는 납품서가 마비 시세로 환전하면 천만원 넘어가는 건 몰랐습니다. 완성하고나서 알았네요.) 이 정도 정보는 검색하면 나오거든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마비노기는 칼질노기였습니다만 많이 바뀐 것 같더군요. 근접전투를 상향하려고 여러가지 스킬이 추가됐더라구요. 각종 무기별 마스터리도 있더군요. 근데 이 썩을놈의 밀대가 무기 마스터리 효과를 못 받습니다. 당연히 블런트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마스터리를 못받더군요? 채광용 곡괭이랑 엘로드도 블런트 취급을 받는 마당에???
또 보니까 배쉬랑 레이지임팩트라는 스킬이 생겼던데, 밀대를 들면 이 두 스킬을 못사용합니다; 근접전투재능 무기를 들어야한다면서 사용이 안되요; 엘로드 들고도 쓸 수 있는 스킬이 거대밀대를 들고는 못씁니다. 제가 아무리 스펙보단 룩 위주의 유저라지만 당장 스킬이 안나가는 무기로 더 이상 게임하는건 좀 그렇잖아요?;; 팔다리 다 짜르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연구를 해보니 사실 대부분 생활도구들이 다 근접무기재능 효과를 받더군요. 각종 무기별 마스터리 효과도 다 받고 배쉬도 사용가능합니다. 낚시대도 가능하더라구요, 아 낚시대는 양손도구라 양손무기 20% 스매쉬 보정도 받더군요 ㅋㅋ. 채집용단검, 요리용식칼 다 됩니다. 딱 두가지 요리용 국자와 반죽용 밀대만 근접무기 효과를 못받더라구요.
아마 거대요리도구들도 같은 취급을 받아서 무기효과를 못 받는 것 같았습니다. 무기효과를 못받으니 당연히 스매쉬 보정도 없었겠죠. 반대로 3종의 거대요리도구 중 거대식칼은 무기효과를 제대로 받거든요. 왜냐하면 요리용 식칼이 무기효과를 받으니까. 아 거대밀대는 세공도 안됩니다. 개조 및 특개까지 안되는 건 알았는데 세공안되는 것도 충격적이더군요.
너무 답이 안나와서 그냥 아.. 몇주 재밌게 놀았다치고 그냥 접을까.. 했는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정말 재밌었으니까.
그래서 포기하지않고 저는 위의 현상들을 버그또는 패치 누락이라고 판단, 위 내용 그대로 세차례 재문의하여 버그리포팅을 했습니다.
세차례에 걸쳐 돌아오는 답변은 거대밀대가 무기취급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정상' 이랍니다. 엘로드랑 채광용곡괭이, 낚시대는 무기지만 거대 반죽용 밀대는 무기가 아닌게 정상이라는 답변 이었습니다. 다행히 세공이 안되는 부분은 검토를 해보겠답니다 ㅋㅋ 이부분 웃기더군요.
뭐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이제 버그리포팅이 아닌 건의사항으로 분류를 옮겨 같은 내용으로 버그리포팅이 아닌 수정요청으로 문의를 넣었지만 통과될 지는 모르겠네요. 솔직히 이대로 마비노기 접을각 ㅋㅋ 이번 주는 고대하던 요리대회 왕중왕전인데 김빠져서 참가나 할 지 모르겠네요 황금같은 주말 8시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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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혼자 버그리포팅하고 끙끙 앓다가 마비 커뮤니티에 이런 이야기를 처음 했지만 사실 위의 과정이 꽤 길었습니다. 저 현상들을 처음 발견했을땐 그냥 바로 접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비 참 재밌더라구요. 전에 요리대회를 하다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요리라는 컨텐츠는 본캐릭터로도 해본 적 없어서 요리대회나 기타 시스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요리대회 처음 나갔을 때 많이 해맸었죠. 대회장에서 물 파는지도 모르고 밥 짓는데 물 떠오겠다고 난리치기도 했으니까요. 그때 상황은 위에 말했다시피 저는 캐릭터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요리전사를 목표로 잡고있었기 때문에 대회 1,2,3등 입상자에게 주는 요리모자가 꼭 필요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뭐 물 떠오겠다고 시간 버리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결국 입상을 못하게됐죠. 대부분 참가분들은 떠나고 대회장엔 저 포함 네명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를 제외한 세분이 나란히 입상하셨습니다. 세분은 모자의 영광도 얻으셨죠. 저는 옆에서 아쉬워하며 울상 짓고 있었구요. 그런 저를 보고 2등으로 입상하신 분이 자기가 받은 모자를 주시더라구요. '저는 한 개 있어요^^.' 라고 하시면서 말이에요. 저는 감사히 받으면서 꼭 다음대회땐 제 힘으로 모자를 따내겠노라 약속하고 그분과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대회가 찾아왔고, 그 날 참가자중 요리대회 유경험자는 저 뿐인 듯 했습니다. 그날은 제가 모자를 받은 날과는 다르게 참가자분들이 많더라구요. 대부분 요리랭크책을 노리고 통과만 기도하면서 오신 분들. 사실 요리대회 통과는 간단합니다만 ㅋㅋ 아무래도 다들 처음이라 긴장하시더군요. 그리고 ㅋㅋ 제 캐릭터가 요리사옷에 요리사모자, 큰 밀대를 떡하니 어깨에 걸치고 달인 요리사 재능타이틀을 달고있으니 당연히 이 사람은 요리대회 해봤을 거라 생각하는지 다들 무슨 제가 npc라도 된 것 마냥 이것저것 물으시더라구요 ㅋㅋ 저는 진짜 npc 처럼 유의사항(특히 물은 파니까 어디가서 떠오지말것) 다 말해주고 심사위원 위치랑 상점 위치, 책은 어떻게 받는지 설명 다하고.. 저번 주에 얼타던 제가 생각나서 열심히 설명드리고..
아쉽게도 저는 이날 마지막 고든에게 제출할 요리를 전광판에 띄웠으나 2등에 그치고 맙니다. 1등하신 분은 요리대회 여러번 해보신 것 같으시더라구요. 속도면에서 저보다 우월했고 고든 요리는 제가 더 빨리 내고 전광판도 띄우긴 했으나 그 분은 케이틴에게 5성 요리를 제출했더군요. 저는 빨리해보겠답시고 4성 요리를 제출해서 그분에게 밀렸습니다.
이 날 저는 엄청 아쉬웠습니다. 처음 띄워보는 전광판을 요리대회에서 띄웠는데 당연히 1등이라고 생각했던게 밀리니까 많이 아쉽더군요. 근데 웃기게도 제가 또 그러고 있으니까 1등하신분이 자기가 받은 모자를 주시는 겁니다. '저는 하나 있어요 ^^.' 하시면서요 ㅋㅋ. 저번 주가 오버랩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또 감사합니다! 하며 저번주처럼 다음에는 꼭 제 힘으로 1등모자를 따내겠노라 그분에게 약속했죠. 다음 주 월간요리대회에서 보자는 약속과 함께요. 그리고 제 옆을 보니 모자를 하나도 못받아서 아쉬워 하는 분이 있더군요.
저는 그분한테 제가 전에 받았던 모자를 드렸습니다. 저는 어차피 제 힘으로 따낸 2등 모자가 생겼으니까요. 대회 진행되는 동안 npc처럼 이것저것 설명하는 제 모습이 마치 전 대회 입상이라도 해봤던 것 같아보였겠지만, 사실 이때까지 내가 여태 쓰고있던 모자도 어떤 분이 준거라고 말하면서 ㅋㅋ 이 모자 쓰고 요리 열심히 하시고 꼭 모자 직접 따내라는 약속도 했습니다 ㅋㅋ 직접 모자 따고나면 제가 준 모자는 다른 아쉬운 사람한테 건내주기로도 약속했구요.
참 웃긴게 제가 받았던 모자가 살짝 핑크빛이 도는 모자였고 제 옷은 흰색이라 좀 언밸런스해도 선물받은 모자라 소중히 쓴다고 좀 안어울려도 쓰고다녔었는데, 제가 모자를 건내준 분은 지향색이 빨강이신 분이라 핑크빛 도는 모자가 잘 어울리더군요. 제가 이번에 받은 1등모자는 살짝 파란빛이 도는 모자인데, 만약 제가 다다음 대회에 1등을 해서 모자를 받게되고, 제 1등 모자를 물려주는 상황에 그걸 받으시는 분이 파랑계열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나니 마비노기 참 재밌고 계속 하고싶은데.. 저런 문제들이 생기니 참 답답합니다. 접기 싫은데 자꾸 접을 각이 보이니 미치겠는겁니다... 이런 부분은 한시빨리 패치를 해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