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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지와 통화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0418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02
조회수 : 19981회
댓글수 : 7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4/13 20:26:43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4/13 18:41:00
중국으로 유학을 갔던 친구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요리를 배워오더니 모 대학앞에 식당을 차렸다.
전직 취사병 출신인 내가 먹었을 때 소감은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대통령도 한글 읽는 재주는 있다고, 이 놈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맛은 있었다. 특히 친구의 외모는 대륙의 기개와 황사바람을 제대로 맞은 전형적인 중국인처럼 생겨서 더욱 신뢰가 가는 맛이었다.  
친구들 중 드디어 사장 1호가 탄생한 것을 기념해 나와 친구들은 열심히 매출을 증진시켜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서빙 등을 도와주었다.
(물론 가끔 도와주는 친구들의 외모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건 편이었다. 이러다 모 대학앞 조폭들이 운영하는 중국집이라고 소문나는 건 아닌지...)
 
몇 주전 토요일 친구의 가게를 도와주러 갔는데, 문을 열기 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친구의 통화내용을 엿들어 보니 자신은 파워블로거이며, 원래 10만원의 포스팅 비용을 받고 가게 홍보글을 쓰는데 2인 식사권을 주면 10만원 상당의 포스팅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한다. 친구는 저희는 '식사권이 없는데요' 하며 정중하게 자신은 그런식 홍보는 원치 않는다고 거절했다. (이제부터는 거지라 표현하겠음.) 그러자 거지는 하루 자신의 블로그 방문자 수와 다른 식당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그럼 자신이 몰래 방문해서 먹어보고 무조건 악평을 쓰겠노라고 협박했다. (허허.. 현대판 암행어사 김문수냐.. 아니면 이영돈 피디 짝퉁이냐...) 친구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친구는 이때 30여년 넘게 갈고 닦은 찰진 욕을 선사하고 싶었지만, 전화로 욕을하는 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사람답지 못한 행동인거 같아 참았다고 한다.) " 그럼 저희 식당 오셔서 일단 음식을 드시고 평가해주세요" 라고 했다. 친구는 그 거지가 와서 자기 돈 내고 먹어주길 은근히 바랬지만 거지는 친구의 식당에 오지 않았다. 그 후 친구는 전화를 받은 뒤 파워블로거라고 말을 하면 유창한 북경식 중국어로 랩을 쏟아낸다고 한다. 그러면 알아서 전화를 끊는다고 한다.
 
얼마 후 친구의 식당에 어떤 여인이 와서 핸드폰으로 가게의 전경과 메뉴판, 그리고 시킨 음식을 찍었다고 한다. 친구는 개인 SNS에 올리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 여인이 계산할 때 자기는 파워블로거이며 이 집의 음식이 맛있다면서 블로그와 페북에 글을 올릴테니 음식 값은 받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친구는 아녀자에게 욕을 하거나 폭행하면 인터넷에 글이 올라가고 난 망하겠지 하는 생각에 최대한 분노를 참으며
"제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일단 오늘 드신 것은 계산 하시고, 나중에 글을 본 뒤에 다음 방문하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거지는 겨우 2만원가지고 쪼잔하게 군다면서 오늘 무료로 먹겠다고 해서 친구는 결국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신고할까요?" 라고 하자
그때서야 중세시대 마녀가 저주를 내뱉듯이 친구에게 저주를 내린 뒤 겨우 2만원을 내고 나갔다고 한다.
그 후 친구의 가게는 아무일 없는 듯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나 파워블로거지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줄 알았는데, 오늘 회사에 전화 한 통이 왔다. 우연치 않게 내가 그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그는 하루 방문자 수가 1천명을 넘는 유명 파워블로거이며,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것을 하나 받고 싶다고 말을 했다. 우리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 비싸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떳떳하게 그냥 달라는 말에 살짝 화가 났지만 나는 최대한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을 했다. (그의 말투에서 갑의 향기가
물씬나서 절대약인 을의 입장에서 절대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아.. 저도 홍보차원에서 증정을 해드리고 싶은데, 저희 회사 사칙과 재고 관리 측면에서 증정을 하려면 증빙 자료가 필요합니다. 홍보 계획서 그리고 올리실 블로그와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세요. 아 그리고 홍보계획서에는 대략적인 홍보 내용 그리고 예상 구독 수, 그리고 작성 시기와 기존에 작성하셨던 샘플 2~3개 정도 등을 상세하게 남겨주셔야 됩니다. 그리고 저희가 한글 워드 프로그램은 쓰지 않아서 MS 워드나 편하시다면 엑셀로 작성하셔도 되구요. 최대한 자세히 작성하면 제가 사장님 결재까지 올리고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증정의 경우 세무조사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철저하게
증빙자료가 필요하거든요" 라고 했다. 한동안 그 거지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거지는 내게 물었다. "저.. 그러면 분량은 어느 정도 써야 하나요?"
나는 거지에게 답변해 주었다. "지난번 받으신 분은 총 8장 쓰셨구요. 어느 정도 내용에 정성이 있어야 저희도 보내드릴 수 있을거 같습니다."
(증정을 저런 방식으로 진행하냐고? 100퍼센트 내가 만들어낸 뻥이었다.)
결국 거지는 의외로 "네 그럼 준비해볼께요."라고 대답했다. (어라 내가 의도한 것은 이게 아닌데...)
 
난 지금 메일 화면을 새로고침을 계속 누르며 거지의 메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오고 있지 않다.
만일 정말 첨부파일의 메일이 온다면 난 그에게 약속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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