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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 바크셔 호수의 괴물 - 1
게시물ID : mystery_61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왕동하루키
추천 : 2
조회수 : 15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27 13: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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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에 있는 바크셔라는 작은 동네를 생각하면 아일랜드 사람들은 작은 꼬맹이를 떠올리곤 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팔을 가지고 이유 모를 은은한 미소를 짓는 소년. 대부분 바크셔라는 동네가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 했지만 혹여 바크셔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바크셔는 분명 이런 이미지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바크셔는 휴양지로서 최고의 동네다. 아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차 없는 거리들을 뛰어 놀고 노인들은 벤치에 앉아 아무 걱정 없이 수다나 떨 수 있었다. 2008년 전후로 아일랜드에 경제 위기가 찾아 오기도 했지만 바크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제 위기나 사회 문제와 거리가 있었다. 큰 길가와 드문드문 이어진 집들 속에서 그들이 오직 관심을 갖는 것은 평화였다. 그리고 이 평화를 맛보기 위해 바크셔 사람들은 명절 때마다 '바크셔 호수'를 찾곤 했다. 바크셔 호수는 아일랜드에서 세 번째로 거대한 호수로 바크셔 뿐만 아니라 인근 네 군데의 동네들과 모두 접해 있다. 그럼에도 바크셔 호수라 명명된 까닭은 몇 백년 전부터 바크셔에 거주하는 일가 사람들이 대대로 바크셔 호수를 관리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크셔 사람들은 시에서 지원을 받은 돈에 주민들끼리 금전을 모아 2010년에는 '바크셔 호수 생태 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로 호수에 대해 그들이 갖는 자부심은 엄청 났다.
 
 천국과 같은 바크셔지만 이런 이들에게도 걱정은 있었다. 1995년 아일랜드 정부는 바크셔에 소년원을 건립했다. 취지는 좋았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몇몇은 아직 갱생이 가능한 청소년들이 바크셔의 천국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변화하기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크셔 소년원에 오는 무리들은 기본적으로 그 죄가 '살인'에서 출발하는 흉악범들이었다. 소년원 치안도 좋지 않아 1997년과 2000년, 그리고 2002년 세 번에 걸쳐 소년원에서 탈옥한 무리들이 있었고 이들 중 한 명은 바크셔의 단란했던 한 가족을 해치기까지 했다. 2002년 사건 이후 소년원의 치안이 대폭 강화됐지만 그래도 바크셔 사람들은 바크셔 소년원의 범죄자들을 두려워 했고 동시에 바크셔 소년원이 가진 악명으로 인해 동네의 이름 값이 더럽혀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들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은퇴한 교사인 마릴랜드 부인은 2000년 탈옥해 자신의 집에 찾아온 제임스, 제나, 데일리 세 명의 중범죄자들을 두려워 않고 받아들여 이틀 동안 이들을 먹이고 재웠다. 이 이틀이 지난 뒤 마릴랜드의 설득을 받은 세 명은 바크셔 소년원에 제발로 돌아가 모범적으로 형기를 마쳤다. 이 들 세 명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사건 이후 마릴랜드의 선행은 널리 알려져 지역 신문과 아일랜드 중앙 신문인 아일랜드 타임즈에까지 이름을 올린다. 바크셔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괴팍하기도 했던 마릴랜드를 떠올리며 별 일이라며, 그리고 이제 노년에 접어든 마릴랜드 인생에 이런 일이 또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고 넘겼다. 하지만 마릴랜드는 2014년 7월 18일 아일랜드 타임즈에 다시 이름을 올린다.
 
 2014년 7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새벽 3시 경 바크셔 호수 근처 오두막집에 혼자 살고 있던 마릴랜드는 천둥 벼락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마릴랜드는 이상한 두려움을 느꼈다. '보통의 소리와 다르다.' 마릴랜드는 이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그녀의 75년 인생에 이런 천둥 번개 소리는 처음이었다. 구름이 찢어지며 내는 파열음이 아니라 어떤 것이 분노와 고통에 내지르는 듯한 어떤 비명 소리와 같았다. 마릴랜드는 더듬거리는 손을 이끌어 안경을 잡아 코에 걸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예의 그 소리가 다시 지천에 울렸다. 마릴랜드는 깜짝 놀라 주저앉기까지 했다. 학생들에게 '지옥의 여교사'라 불릴 정도의 엄격한 표정으로 손등을 때리곤 했던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그녀의 손목에서 묵주가 흘러내린다.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잡으려 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왼손은 묵주를 잡아챘고 끊어진 묵주들은 바닥으로 흩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늙은 육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릴리라는 애칭을 지어준) 바크셔 호수가 괜찮은지였다.
 
 그녀의 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버지는 대대로 바크셔 호수를 관리하는 관리인이었다.
"아무리 네가 여자지만, 호수 쪽에서 총소리가 난다면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어깨에 산탄총을 짊어진 그녀의 아버지는 일곱살 그녀에 무릎을 숙여 눈을 맞추고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는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한 가족, 행복한 시간들.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행복한 가정을 얻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노력했던가. 하지만 그녀가 받아들여야 했던 것은 세 번의 이혼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부여잡고 천천히 현관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자물쇠를 푼 뒤 두꺼운 통나무로 된 목재 현관문을 열어 젖혔다. 비가 퍼붓고 있었고 구름은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역시 호수였다. 호수를 본 마릴랜드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호수가 집채만한 너울로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빠져나오려는 듯 애를 쓰는데 호수는 그를 막는 것처럼 호수 중앙에서 뭔가 높게 치솟았다 신음 소리와 함께 다시 호수 속으로 꺼져 버리곤 했다. 홀린 듯 마릴랜드는 호수에 다가섰다. 호수가 분노하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마릴랜드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릴리야. 네 엄마가 왔단다. 화내지 말고 무슨 일 때문인지 얘기해보렴."
마릴랜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릴리야. 네 언니, 그리고 오빠들이 릴리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네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그만 화를 풀어야지. 옳지 착하다." 마릴랜드는 주문을 외듯 말하며 호수로 다가섰다. 그녀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너울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비에 완전히 젖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호수에서 뭔가 솟구쳐 나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도 없이 그녀의 상체를 먹어 치워 버렸다. 상체를 잃은 그녀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주인을 잃은 그녀의 다리는 비틀거리다 쓰러져 버렸다. 마릴랜드를 삼켜 버린 그 것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다시 호수로 빨려 들어갔다.
 
마릴랜드는 말을 다 끝마치지 못 했지만 그녀는 분명 세 명의 이름을 말하려 했을 것이다. 릴리의 언니, 오빠들이자 마릴랜드의 뒤를 이어 릴리를 보호하겠다 약속한 세 명의 아이들. 제임스, 제나, 데일리. 호수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마릴랜드는 번개처럼 그들이 자신의 대문을 두드렸던 때를 떠올렸다. 작은 칼을 쥐고 기세 등등하게 들어와 자신의 목에 칼을 댔던 제임스, 그 뒤를 따르던 두 명의 아리따운 아가씨 제나와 데일리. 그러나 이틀 뒤 떠나기 전 제임스는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며 마릴랜드를 안았다. 역시 제나와 데일리 또한 그를 따라 울며 그녀에 안겼다.
 
"엄마, 나중에 또 봐요." 굵은 저음의 목소리로 제임스는 웅얼거렸다.
 
'고마워요 파파. 저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릴랜드는 생각하며 그들을 안고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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