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있었습니다
그냥 걷고 있었습니다
신을 끌며 걸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슬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밤이였습니다
아주 까만 밤이였습니다
달님이 떠있었습니다
하늘은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땅바닥에 빗물이 고여있었습니다
거짓말같겠지만
그 자리에 달이 떠있었습니다
아주 하얀 달이였습니다
그녀의 얼굴처럼 하얀 달이였습니다
하얀 달에 그녀의 얼굴이 겹쳐보였습니다
하얀 달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의 얼굴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엔 하얀 달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역시 거짓말같겠지만
하얀 달의 움푹 패인 피부결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미소를 지은 듯한 모양이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하얀 달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