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고 치장하는 것도 그저 쓸데없어 보이고, 외모에도 그닥 관심없고... 외출하는 것도 관심없고, 주시는 용돈 받아서 그걸 쓰는 게 너무 이상해 보입니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학교 다니면서도 휴일이면 편의점이니 공사판이니 뛰어다녔고요. 그저 용돈이나 책값정도는 벌어야 할 것 같아서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어떻게 해서든 자립해서 부모님 부담 덜어드릴 생각만 있었네요. 여가 생활은 책 읽고, 산책하고, 미술관이나 도서관 같은 곳에 다니는 정도입니다.
어릴적부터 이상형은 알뜰하고 상냥한 여성이에요. 지금은 어찌어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긴 했지만, 예상보다 흔하지는 않더라구요.
학교 휴학계 내놓고 어린 시절의 꿈을 쫓아 한 해째 직장에 다니는 중입니다. 월급은 100만원 조금 넘어가는 수준이지만, 이걸로 일부는 제 생활비 쓰고 20%는 집으로 자동이체 시켜두고, 남은 돈은 부모님 여행이나 건강검진 하셨으면 해서 따로 빼놓고 있습니다. 까짓꺼 저는 젊으니까 몇년 정도 제자리 걸음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앞으로 나갈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호의호식하는 건 10년 걸리나 11년 걸리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기도 하고요. 지금 네 월급으로 혼자 살기도 버거운 주제에 뭐하는 짓이냐면서 친구나 형들한테 핀잔도 많이 듣네요.
친구나 직장 동료들은 집에 전세금 달라고해서 오피스텔이나 전셋방에 살라고 하는데, 그걸 마련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몇일이나 더 고생하실지 생각하면 그럴 생각이 차마 안들어요. 차라리 월세로 빠듯하게 살더라도 혼자 자립하고 싶어서, 해주시려고 하는 것도 거절하고 있는 상태구요.
회사가 자유복장이라서 다들 어느정도 옷에 신경을 쓰지만, 왠지 저는 외모에 투자하는 게 참 아까워요. 옷 한벌에 몇 만원씩 하는 걸 안 사면, 책 두 권은 더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덕분에 갈수록 후줄근해진다는 이야기도 듣고, 술도 안마시고 유흥문화는 전혀 접하지 않으니 답답하다거나 불쌍하다는 소리도 듣네요.
요즘 들어서 젊은 사람답지 못하다거나 불쌍하다거나 답답하다는 소리를 너무 자주 들어요. 항상 구김살 없이 웃고다니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은 정말 맥이 빠져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