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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 바크셔 호수의 괴물 - 3
게시물ID : mystery_6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왕동하루키
추천 : 1
조회수 : 146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28 0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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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크셔에서 멀리 떨어진 매니먼 지역은 바크셔와 달리 크게 번화한 지역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번화한 지역은 아니었다. 2010년 아일랜드의 경제 위기가 조금씩 나아질 기미를 보일 무렵부터 새롭게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매니먼의 젊음을 사랑한다. 어쩌면 더블린(아일랜드의 수도)보다 더.
 
 바크셔에서 돌아온 제임스가 매니먼에 마련된 그의 작은 집 침실의 침대 위에 앉아 있다. 그가 라이터를 '딸깍'하고 켜자 불빛이 어두운 방 안을 환히 비췄다. 그의 등 뒤엔 데일리가 누워 있었다. 그는 문득 몸을 돌려 데일리의 뒷 모습을 바라 보았다. 17살 무렵 그의 친구였던 제나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소개해 준 데일리에게 그는 한 눈에 반했다. 하지만 그의 애정 표현은 언제나 뒤틀린 형태로 나타났고(성희롱은 가장 가벼운 정도에 속했다) 화난 데일리는 자신의 장미단 친구들을 불러 한 밤 중에 제임스의 패거리를 습격했다. 제나는 이들을 말리려다 함께 소동에 휩쓸렸다. 붉은 장미단 두 명의 단원들이 현장에서 죽었고 제임스 패거리 중 한 명이 깊은 상처로 인해 후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데일리는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제임스에게 달려 들었다. 제임스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비난하는 그녀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녀가 뱉은 침이 제임스의 볼에 묻었다.
 
 '딸깍' 그가 다시 라이터를 켰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는 14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이 때부터 그는 한 밤 중에 라이터를 켜 보는 버릇이 있었다. 한 번 누를 때 그는 떠올릴 수 없는 엄마를 떠올렸고 다시 두 번째로 누를 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역시 떠올릴 수 없었다.) 이미 14살 때부터 악명 높은 고아원 먹이사슬 최상층을 차지한 그에게 작은 공간에서 이런 취미 생활을 가졌다고 한들 그 어떤 누구도 불평하지 못 했다. 사건 이후 바크셔 소년원에 수감된 뒤로 제임스는 라이터를 켜는 취미 생활을 누리지 못 했다. 다만 한 밤 중에 깨어 있는 버릇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을 채우는 것은 알 수 없는 엄마와 아버지의 형체가 아니라 데일리의 모습이었다. 그는 데일리가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이상 야릇한 번민이 마음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는 (세탁과 공장 일로) 특정 시간 내 여성 수감동을 드나들 수 있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에게 제임스는 '번민에 시달리다 못 해 어쩔 수 없이 적게 된' 데일리를 위해 쓴 편지를 전해 주었다.
"미안한데 이걸 데일리라는 친구에게 전해줘. A동이나 C동에 있을거야. 수감될 때 그 방향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거든."
"무슨 용건인데? 걔가 너한테 돈이라도 빚졌어?"
제임스가 아무 말 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친구는 놀란 눈이 되었다가 알겠다는 듯 엷게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가져갔다.
"답장 왔어." 일주일 뒤 친구는 제임스에게 데일리가 썼다는 편지를 전해 주었다. 제임스는 전에 없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뛰어들어가 데일리의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펼쳐 본 그는 온 몸이 차갑게 식는 느낌을 받았다.
 
 두 장 짜리 편지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제임스 패거리에 희생된 두 명의 데일리 동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딸깍'
 제임스가 그의 눈 앞에 라이터를 갖다 댔다. 불 빛이 어두운 방을 배경 삼아 아롱아롱 춤을 췄다. 그는 화를 내며 찢어버리는 대신 위에 '첫 번째 편지'라고 적고는 자신의 서랍에 보관했다. 다시 그녀에게 그는 편지를 보냈고 그녀에게서 온 분노 섞인 답장이 두 번 째, 세 번 째, 열 두 번째까지 쌓였다. 지쳤는지 데일리로부터 온 열 세 번째 편지에는 '그래'라는 말만 짧게 적혀 있었다. 제임스는 나중에 꼭 데일리 친구들의 무덤에 가서 사과하겠다는 메세지를 써서 보냈던 것이다. 이후 편지들에 답장이 없다가 약 두 달 뒤 편지가 왔다. 얼마나 급했는지 제임스는 친구에게서 편지를 받아들자마자 그 자리에 편지를 뜯었다.
'안녕 스토커씨.'
데일리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돼 있었다.
'제나와 나는 몇 월 며칠에 여길 나가기로 했어. 만약 생각이 있다면 같이 나가자. 오해는 하지마. 네가 제나의 친구고 우리 둘 다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은 너이기 때문에 편지 하는거야.' 제임스는 데일리의 편지에서 처음으로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약속한 날, 식사 시간에 몰래 빠져 나온 그는 데일리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걸어 갔다. 평탄한 길은 아니었기에 땅에 뒹굴어 온 몸에 흙이 묻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제나와 데일리가 그림자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들이 온 길은 제임스의 길과는 달랐는지 그들의 옷은 깨끗했다. 제나는 반갑게 제임스에게 달려와 포옹했지만 데일리의 표정은 차가웠다. 하지만 흙 투성이인 그의 몸을 보고 데일리는 아주 엷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나가자." 데일리가 말했다. "빌어먹을 바크셔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그리고 그 순둥이들을 놀래켜 줄 만한 이벤트들도 만들어 봐야지." 데일리의 눈빛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그들은 바크셔 호수 앞에 멈춰 섰다. 눈부신 바크셔 호수 위로 새들이 깃발처럼 펄럭이며 날아갔다. 벌써 2년 동안 바깥 세상을 구경하지 못 했던 그들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광경에 잠시나마 멈춰섰다. 그러다 제임스가 가장 먼저 정신차려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 때 이미 그는 첫 눈에 데일리에 빠져 들었듯 그 호수가 마음에 들었다.
 호수를 지나니 작은 오두막이 보였고 제임스는 미리 준비해 둔 칼을 치켜 들었다. "누구요? 또 빌어먹을 야솝 영감은 아니겠지? 또 낚시하게 허락해 달라면 이번에는 당신 물건에 총알이 박힐 줄 알아!" 노인의 짜증 섞인 고함이 집 안에서부터 들려 왔다. 자물쇠가 열리며 땅에 떨어지는 소리(노인은 "젠장 허리도 굽히기 어려운데"라며 투덜댔다)가 들렸고 좀 뒤에 두꺼운 목재로 된 문이 열렸다. 제임스는 번개처럼 쳐 들어가 그녀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가진 돈 다 내놔."
 제임스는 그녀에게 윽박질렀고 제나와 데일리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노려봤다. 노인은 처음에는 놀란 표정이었다가 차츰 불만으로 불만에서 다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들! 죽일테면 죽여봐라! 어디서 감히 메릴랜드를 협박해?"
 노인이 소리를 빽 지르자 제임스는 깜짝 놀랐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차라리 죽여 이 자식들아! 여깄는 건 어떤 것도 못 가져가!" 노인이 소리를 지르자 데일리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제나는 데일리의 이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죽여줄게." 데일리가 제임스의 칼을 낚아채 노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제임스는 그런 데일리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지 마, 데일리."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스토커 짓 몇 번 받아주니까 아주 네가 내 남자친구라도 된 것 같아?" 말과 함께 데일리는 제임스의 급소를 발로 찼다. 하지만 제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너 고자야?" 데일리가 이죽거렸다. "이 정도 아픔이야 얼마든지 버텨왔어." 제임스가 말했다. "우리가 처음 출발할 때 뭐라 했는지 기억해봐. 나와서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을." 데일리가 편을 들어달라는 듯 제나를 쳐다 봤다. 하지만 제나 역시 굳은 얼굴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좋아 그럼." 하는 수 없이 데일리는 칼을 제임스에게 건네 주었다. "잘 해 봐. 그럼 어디."
 
 제임스는 끊임없이 욕을 쏟아내는 노인을 애써 무시하며 의자에 결박했고 다른 두 명의 여자들은 집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온 것이라고는 권총 두 자루와 많지 않은 아일랜드 파운드(유로 도입 전 아일랜드의 화폐 단위)가 전부였다.
 "이 여자 굉장히 심플하게 사네?" 제나가 지친 듯 말했다. "이제 곧 동이 틀거야." 옷장을 뒤지며 제임스가 말했다. "우릴 찾는 게 언제부터 시작될까?" 제나가 물었다. "수색이라면, 이미 시작됐어." 제임스가 차갑게 대꾸했다. "늦어도 아침에는 여기까지 수색이 이뤄질 거야. 사실 바크셔 소년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까." "처음부터 이런 가난한 데 들르다니. 참 운도 없지." 데일리가 한숨을 쉬며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그런 그녀를 메릴랜드 부인이 사나운 눈길로 쳐다 봤다. 그녀의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나갈 수도, 안에 남아 있을 수도 없는 그들은 절망적인 기분에 바닥에 혹은 침대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물밀듯 피로가 몰려와 곧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메릴랜드 부인조차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 모두 동시에 현관을 두드리는 거친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데일리와 제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팔짝 팔짝 뛰었고 제임스는 부스스 일어나 역시 잠에서 깬 메릴랜드 부인을 쳐다 봤다. 그녀의 깊은 눈과 마주치자 제임스는 '어머니가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도 잠시 칼을 들고 메릴랜드 부인의 목에 갖다 댔다.
 "이제부터 당신은 현관에 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는 거야. 팔에 난 상처는 어쩌다 난 거고. 무슨 말인지 알거야. 난 현관 근처에 숨어 있을테니 만약 일이 수틀리면 당신 죽고 나 죽고야. 알겠어?"
 제임스는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강단이 센 사람이라도 오줌을 지릴 법한 살기 등등한 목소리였다. 말을 마치고 제임스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천천히 그녀의 입에서 테이프를 떼냈다. 다른 두 여자들은 메릴랜드의 손에서 결박을 풀어냈다. 툭툭 털고 일어난 메릴랜드 부인의 첫 마디는 인상깊었다.
 "불쌍한 녀석들." 차갑게 쏘아붙인 말이었지만 제임스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그 안에서 느꼈다. 현관으로 다가선 메릴랜드 부인은 집 안을 수색하겠다는 경찰들을 막아섰고("나 메릴랜드야. 당신들 이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네 할아버지가 우리 하인 출신이었어!") 그들을 돌려 보냈다. 경찰들을 돌려보낸 그녀는 놀란 토끼 눈이 된 세 청소년들에게 몸을 돌렸다. 허리에 손을 올린 그녀는 신처럼 당당해 보였다.
 "자 그럼!" 메릴랜드 부인이 말했다. "너희들 요리할 줄 모르지? 뭐 부터 먹을래?"
 
 메릴랜드 부인은 결코 다정한 성격이 아니었다. 몇 년이 흘러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보고 제임스와 데일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다정함에 녹아내린 비행 청소년의 차가운 마음'이라던지 '따뜻한 밥 한 끼 식사가 그리웠던 그들에게 엄마가 되어주었다'느니 하는 말은 메릴랜드 부인과 전혀 맞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첫 식사 때부터 식사 예절을 말하며 그들을 야단쳤고 나중에는 그들이 흩뜨려 놓은 물건들을 다시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제나와 제임스는 어쩔 수 없이('이 노인 양반이 이 동네에서는 유명한 인물이구나')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데일리는 끝까지 악을 써가며 '죽이자고 네 칼 어딨냐'고 악을 써댔다. 그럴 때마다 메릴랜드 부인은 데일리에게 "시끄러워 이 년아!"라고 답해 주었다. 하지만 그 날 밤 메릴랜드를 감시하던(그녀가 신고하는지 도망치는지 보기 위해 세 명이서 교대로 그녀 옆에서 밤을 샜다. 그녀의 몸을 묶지 않고 굳이 불편을 감수한 것은 메릴랜드 부인의 강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들을 어쩌고 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지 어리석은 녀석들아!") 데일리는 메릴랜드와 대화를 하며 천천히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몇 시간 후에는 차가운 이면에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메릴랜드에게 완전히 빠져 그녀의 품에 안겨 엉엉 울기까지 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임스와 제나는 고아였고 데일리는 창녀가 낳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외동딸이었다. 그들은 곧 스스럼 없이 메릴랜드를 '엄마'라 부르기 시작했고 메릴랜드 역시 '나의 딸과 아들'로서 다른 '나의 딸과 아들'로서의 릴리를 소개 시켜 줬다. 그녀의 릴리. 바크셔 호수 앞에서 메릴랜드와 그들의 딸 아들은 서로 조우했다. 이제 메릴랜드는 4명의 자식을 갖게 된 것이다.
 
 소년원에 제 발로 들어간 이들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제임스는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제나는 헤어 디자인 기술을 익혔다. 누구보다 메릴랜드 부인을 그리워 한 데일리는 그녀를 생각하며 울면서 편지를 주고 받다가, 메릴랜드가 보내준 법학 서적으로 법 공부를 시작했다. 3년 뒤 출소한 제임스는 그를 기다리는 동료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매니먼에 정착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매니먼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목공소를 세웠다. 자리를 잡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데일리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그는 더블린 지역의 그녀가 일한다는 카페(야간 로스쿨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에 들어섰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영업을 준비하며 그녀는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그녀의 아름다운 흑발이 목선을 타고 치렁거렸다. 제임스가 인사를 건네자 데일리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녀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는 수 없이 걱정했지만 그녀는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확률이 낮은 행동을 했다. 그에게 뛰어와 울며 안긴 것이다. 그 날 밤 그들은 메릴랜드의 얘기를 했다. 그리고 릴리, 그들이 남겨둔 동생에 관한 얘기도.
 "우린 언젠가 엄마와 릴리에게 돌아가야 해."  그녀를 품에 안고 제임스가 말했다. "근데 우리가 메릴랜드가 되면 우리는 남매끼리 결혼하게 되는건가?" 데일리가 그의 가슴에 하트를 그려보이며 수줍게 말했다. "미세스 메릴랜드" 그가 그녀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미스터 메릴랜드" 그녀가 그 위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깊을 법한 키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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