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국제] 엄청난 대지진과 원전폭발 사고 와중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인정으로 우리나라를 자극했던 일본이 미국앞에선 납작 엎드려 그야말로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하인’노릇을 하고 있다.
“헬리콥터에서 물을 지금 막 뿌렸습니다”
마치 부하가 상관에게 보고하는 듯한 이 말은 간 나오토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한 내용이다.
지난 3월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폭발과 사용후 연료봉 용융 등이 잇따르자 일본 정부는 자위대 헬리콥터를 동원해 공중에서 바닷물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아무런 수습 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던 간 총리는 임시방편으로 이같은 일을 벌인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깍듯이’ 보고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5일 간 총리의 행태를 조목조목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미국은 일본 정부에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 사고 수습을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일본에 주재하는 자국민에게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리겠다고 압박했다.
다급한 일본 정부는 미국에 뭔가 보여줘야 할 필요성에 몰렸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일본에서 자국민 대피령을 발동하면 일본에 대한 신뢰를 곤두박질치고 가뜩이나 침체를 겪는 경제도 더 나락을 떨어진다. 국제사회의 불신과 동요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
간 총리는 자위해 헬리콥터를 동원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바닷물을 퍼다가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에 무조건 퍼부으라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헬리콥터 방수가 거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간 총리의 다급함은 이를 앞섰다.
3월17일 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기 전까지 헬기로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상공에 7.5t의 물을 뿌렸다.
간 총리의 ‘예의바른’ 보고를 받은 오바마는 18시간후 워싱턴 일본대사관을 조문했고 미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피해지역 지원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원전 상황을 자세히 알리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3월 22일에는 미군 지도부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참여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처를 위한 일미협의'도 발족했다.
처음엔 일본 측이 정보를 수집하려는 미국을 견제해 미일 협의가 원활하지 않았으나 결국 민물 냉각수 주입,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한 격납용기 내 질소 주입, 원자로 내 핵연료 냉각을 위한 수관작업 등 미국 측의 조언이 대부분 수용됐다.
도쿄전력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 정상화 로드맵(일정표) 내용에도 미국의 주장이 반영됐으며, 발표 2시간 전 당시 도쿄를 방문하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