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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게시물ID : gomin_14687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붙잡고도
추천 : 4
조회수 : 28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29 16: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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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행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경상도 사람의 무뚝뚝함 탓이려니...
뭐... 어려서는 그냥 다른 부모님들도 그런거라 생각했고
좀 더 크고나서는
나는 사랑받고 태어난 사람도 아니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내 주변 친구들은 편부, 편모 가정이나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친구들도 많았기에
그저 나는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고 누나 둘의 그럭저럭 좋은 가정이라 생각했다
 
한번씩 아버지의 주폭이 심한 날은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공포스러웠던지...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은 두렵기만 했다
"공부도 하지 않는 새끼가 밥만 축내지 말고 세차하는거나 도와!."
라고 하셔서 세차를 돕겠다고 나간 곳에서
수건으로 물따귀를 맞았다
이유는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차를 해본적이 없는 내가 알리가 만무하지
방금 어떤 걸레로 무슨 용액으로 닦았는지
내가 알턱이 있던가...?
그저 닦으래서 닦았는데 왁스칠 다 벗겨놓는다고 수건으로 물따귀라니...
뭐... 그래도 그냥 괜찮았다
나는 모르는거였고 설명을 해주지 않은 아버지가 잘못한게 아니라
몰라서 잘못한 내가 잘못한거라 생각했으니까
 
우리집은 음식이 거의 다 매웠다
아버지가 매운걸 좋아했으니
어려서 김치가 너무 매워서 먹질 못하겠어서 물에 담가 먹었다가
밥상이 엎어졌다
나는 벽을 바라보고 무릎이 꿇린체로 손을 들고 있었다
욕설이 난무했지만 음식 가려먹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 성격은 내성적여졌고
주변 친구들은 음침하다며 왕따를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거려니 해서 그냥 꾹 참았다
 
나는 내가 잘못한거라 항상 생각했다
내가 잘못된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유년기를 보낸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무렵
내 마음을 많이 고쳐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 친구들을 보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났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언제나 웃음으로 반겨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주시고
참 따뜻했다
 
그러면서 점점 나는 내가 잘못한게 아닐때도 혼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역시나 그랬다
 
우리집은 그리 부유한 집이 아니라서
딸 둘을 낳았을 때 어머니가 중절수술을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내가 생겼다
내가 태어날 때까지 아버지는 싫어했다고 했다
처음 내가 생긴걸 알았을때는 지우라고 했단다
그리고 점점 수위가 높아져서 임신한 어머니가 맞으셨다
8개월을 좀 넘겨 9개월이 못되어 내가 태어났는데
목에 탯줄을 감고 마치 자살이라도 할 모양으로
얼굴이 시퍼런 아이가 나왔다더라
그리고 숨도 쉬지 않던걸 살려냈던거고...
 
그얘기를 듣고 별로 충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날 살려서 키워주셨으니까
 
그런데 그냥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싶은 사건들이 많았다
무심결에 너같은거 낳는게 아니란 말씀
그닥 잘못한 일도 사고친 일도 없던 나에게 자주 하셨고
술이 취한 날은 더 심해졌다
 
그냥 그렇게 지냈다
소심하던 성격은 더 소심할 구석이 없었는지
그냥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로 바꼈다
뭘 하나 정해놓으면 그걸 하지 않고는 내가 못버티는...
강박증도 생겨서 정리는 항상 반듯하게
약은 항상 시간에 맞춰서 먹어야 했고
규칙을 하나씩 정해서 그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 아버지한테 혼나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여차저차 살아오면서 여자도 만나보고
연애를 하면서 내가 몰랐던 성격도 알게되고
차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도 이젠 사람답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마도 결혼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에게 배운것이 그런것들
자식을 아껴주는 것도 잘 모르고
사랑을 받고 자란 티가 나는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고선 거부감이 들었다
너무나 맑고 깨끗해 보여서
도망치고 숨고 짜증내고
그러다 보니 곁에 남은 여자사람들은
나보다 더 상처입고 더 힘든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상담해주면
내가 좀 더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한 아이가 그랬다
"너는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기분이 들고
그 사람들을 챙겨준다고 느끼고
봉사한다는 생각이 들때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마도 순수한 호의를 그들에게 베푼것이 아닐것이다
사랑받고 살아온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럼에도 밀어내고
어떻게 사랑을 주고 받는지를 모르니
그냥 나의 우월감에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도 떠나갔을 것이고
나는 이렇게 남은 걸지도 모르겠다
계산적인 행동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 애정표현
기계적인 반응과 만남...
나는... 32살에 늦은 사춘기를 맞이하는 건가...?
출처 불안안 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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