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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잊혀지지 않는 그때의 소리가 있어요.
게시물ID : panic_812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csaa
추천 : 14
조회수 : 261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6/29 23: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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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어느 주말이었어요.
당시 우리집에는 함께한지 5년이 된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어요. 이름은 아롱이구요.

집의 구조는 주택 2증의 방 2개 화장실 1.

당시 집 안에는 저와 아빠, 아롱이 밖에 없었어요. 아빠는 취미가 게임이라 저녁 내내 게임을 하고 있었구, 저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죠.
자정 12시가 조금 넘었었을 거에요. 열대야가 한참이던 때라 온 종일 현관문을 열어놨었는데, 슬슬 잠에 들 때라 아빠가 현관문을 닫았어요.

아빠가 안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어요. 저도 따라서 작은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죠. 
그런데 제가 어두운 걸 무서워해요. 경기를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온갖 잡생각이 들어서 꼭 불을 키고 잠들어야해요.
그날은 아빠도 집에 있고해서 아롱이를 품에 안고 그냥 불을 다 끄고 잤어요. 얇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자리에 누웠죠.

방안은 아주 깜깜했어요. 그렇게 5분인가... 흘렀던 것 같아요.
어느순간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소리를 인지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집안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인줄 알았어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라던지, 싱크대의 물이 떨어지는 소리라던지, 시계가 돌아가는 소리요.

그런데 아니였어요. 그건.... 강아지가 걷는 소리였어요.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죠? 집 안의 마룻바닥을 애완견이 걸을때요, 발톱과 바닥이 부딧쳐 탁탁 소리가 나잖아요. 그 소리였어요.
그런데 만약 그 소리가 한 곳에서 규칙적으로 났다면 난 인식조차 못 했을 거에요.

그 소리는 움직였어요. 거실을 돌아다녔죠. 때로는 멈칫하다가, 때로는 빠르게 움직였어요. 
모두들 알잖아요. 집안의 구조. 소리만으로 어디서 어떻게 나는지.
거실을 맴돌던 소리는 천천히 안방으로 이동했어요. 그 때쯤 되서 나는 온몸이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혹시 저녁 내 열어 뒀던 현관문으로
도둑고양이가 들어섰나? 이 생각 뿐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집은 강아지를 기르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어요.

소리는 안방에서도 돌아다녔어요. 아빠의 침대 앞에서 잠깐 멈추고 옷장 앞을 서성이다가 나왔어요. 그리고 화장실 앞에 도착한 것 같았어요.
그거 아세요? 화장실의 창문이 열려 있으면, 화장실 문을 열때 쏴아~하고 바깥공기가 방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나는거... 다들 들어봤죠?

그 소리가 났어요. 아, 화장실 문을 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잠깐 화장실 안을 살피더니 문이 다시 닫혀요.

이제 남은건 내 방이었어요.
내 침대는 작은 방문의 바로 옆에 있어요. 우리 집은 아무도 방문을 닫지 않고, 내가 자리에 누우면 정수리가 문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죠.
난 내 품안의 아롱이를 수도 없이, 계속 확인했어요. 강아지는 청각에 민감한데, 왜 저 소리가 나도 짖으며 뛰쳐나가지 않을까? 
왜 그냥 조용히 고개를 내리고 잠만 자고 있을까? 아롱이는 제가 너무 괴롭히자 으르렁거리며 신경질도 냈어요. 

그리고 그 소리가 천천히 내 방 앞으로 도착했어요. 강아지 걷는 소리요.
바로 내 방 앞에 도착했어요. 전 그때, 정말 제 인생의 최고의 공포를 경험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눈도 깜빡일 수 없었어요.
그리고 긴 시간 만에 중대한 결정을 내렸어요. 이대로는 너무 무서웠으니까요.

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아롱이를 밑으로 내팽기치듯 내려놨어요. 아롱이가 낑, 하고 울었어요.
그리고 침대 맡에 있는 빠른 속도로 방의 불을 켰어요.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작은 방의 불이 점멸하며 빛을 냈어요. 
그 짧은 시간동안 방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전 거실로 갔어요. 식탁 밑을 살피고, 싱크대 밑을 살피고, 냉장고 위를 살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화장실 문을 열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안방의 침대 밑과 옷장 위를 살폈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소름이 돋았어요. 
저는 안방의 불을 키고 침대 위로 올라가 아빠를 흔들었어요. 아빠는 내가 밤에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 한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전 아무 말도 안하고, 누워있는 어깨를 흔들기만 했어요. 아빠가 눈을 떴어요.
그리고 말하더라구요.

"그거 아롱이 걷는 소리잖아."

아롱이는 내 품에 있었는데 말이에요.
제가 기겁을 하며 말했어요. 내가 안고 있었는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났어! 아빠는 코웃음 치며 그럼 귀신소리인가보다, 하고 다시 누워서 잤어요.

전 그 날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 다음날도, 다다음 날도. 집안이 어두워지면 그 소리가 날까 거실의 불을 끄지 못했어요.
아롱이가 있어도 말이에요.

전 귀신을 안믿어요. 그런데 그날은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가위 한 번 눌린 적 없고, 환청도 환각도 경험해 본적 없거든요.
이따금 그때가 생각나요. 아직 저는 그 집에 살고 있구요, 아직도 귀신같은 건 안믿어요.
그래도 10년이 지나니 지금은 아무렇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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