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설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루에 단편이라도 한편씩 써보려고 합니다.
책 게시판에 쓰면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 게시판에 일단 올려봅니다.
매일 한편씩 꾸준히 써봐야죠.
처음 써보는 단편이라 너무 어색하지만 잘부탁드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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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무척 비가 내린다. 저녁 때 까지 비가 내릴 것 같아 검정 장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몇 일전부터 단문의 카톡의 답장이 계속 되고 하루에 한 두 개의 카톡 만 주고받고 있다.
처음엔 바쁜가보다 하지만 카톡의 프로필이 유머스러운 사진으로 바뀐 것으로 보아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현관을 나서기 전에 한 번 더 카톡 프로필과 대화방을 확인해본다.
아직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빨라야 점심때나 자기 전쯤이야 답장을 받을 것 같다.
내가 보낸 글을 보니 [남은 시험도 파이팅!]인데
‘아마 밤을 새서 공부를 하다 핸드폰 베터리를 제 때 충전 못하고 바로 잠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재생을 했는데 ‘김광진의 편지’, ‘정준영의 이별 10분전’,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의 노래가 연달아 재생되었다.
사거리 코너를 돌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생각해 보았다.
바쁘면 답장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차마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만약 받지 않아도 문제지만 전화를 받을 경우에도 문제이다.
자잘한 안부를 물을 테고 시험공부는 할 만 한지부터 결국 조심스럽게 카톡을 왜 안보내는지 물을 수도 있다.
아마 안부를 묻고 시험공부는 할 만 한지까지 묻는 도중 지금 바쁘다며 다음에 다시 전화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버스정류장엔 이른 시간이지만 출근하는 사람들과 학교를 가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잠시 후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전광판의 알림을 가만히 보며 다시 지독한 생각 속에 허우적거린다.
너무 생각만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번에 만났을 때 내가 잘못한 게 있었는지, 요즘 공부하느냐 힘드니 비타민이라도 사서 줄지 생각하다가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는 다행히 사람들이 적었다. 학교로 가는 버스이지만 시험기간의 마지막 주의 마지막 날이다 보니 같은 학교 학우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뒷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몇 분 후 도착할지 시계를 보고 핸드폰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그 때, 약간의 진동과 카톡의 알림이 왔다.
새로 나온듯한 게임 초대 알람이었다.
대부분의 게임 초대를 차단했지만, 이 게임은 처음 보는 게임이었다.
이번에도 차단을 하고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도착임을 생각하며 차창 넘어 보이는 빗줄기가 약해지고 있는 걸 본다.
아마 조만간 좋든 싫든지 간에 일이 터지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것이다.
문득 이때까지 한 번도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단 것을 생각해본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먼저 이별을 꺼냈을 때 아무리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어도 상대방에겐 큰 상처가 될 것이라는 억지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서로 맞춰 사는 것인데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배려하면 되지 않을까.
그 사람이 헤어지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게 말하는 것이 덜 힘들 것 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내 착각일지 모른다.
지난번엔 친구들의 말을 듣고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을 때의 반응이 궁금해서 헤어지자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나는 물론 진심인줄 알았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며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한 적이 있다.
결국 진심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만 내겐 너무 큰 충격이여서 다시 마음을 열기가 힘든 적이 있다.
목적지에 버스가 도착하고 우산을 필 준비를 하며 버스에서 내린 후 바로 우산을 폈다.
아직 비는 내리고 있었고 나무들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차갑게 비를 맞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고 곧 다가올 시험의 강의실을 찾아 걸어가며 시험 끝나고 한번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종합강의동 계단을 내려오는 그 친구를 보았다.
나는 음악을 끄고 우산을 접었다.
아직 1은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