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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애인 동생을 둔 누나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0450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FmZ
추천 : 16
조회수 : 1266회
댓글수 : 80개
등록시간 : 2014/03/26 06:40:07
안녕하세요.
항상 가슴 속에만 품었던 얘기들
그리고 장애인의 형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좋지 않은 글솜씨로나마 저희 집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항상 꽁꽁 감춰만 두었던 것들이라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저는 20살 된 여자구요. 동생은 이제 중3이 되는 남자애에요
자폐증이라고도 하는 발달장애 1급이구요.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의사소통이 거의 안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거 같아요.

초등학교는 저랑 같이 다니다가
중학교는 특수학교로 진학했으면 좋겠다는 제 의견에 따라
지금은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창피해서 그런 게 아니라 사춘기 아이들의 괴롭힘이나
교육 문제 때문에 특수학교로 보내자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도 제 동생이 장애인인 걸 아는 제 주위 분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지금 껏 제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분들은 빼구요.
결코 창피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이 알려졌을 때 주위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절 두렵게 했습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아픈 이야기들을 꺼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제 동생을 아는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 항상 절 힘들게 했던 말들

너라도 잘해라. 부모님이 너만 믿고 있을텐데,
고생 좀 하겠다. 고생이 많겠다. 너가 잘 되야 될텐데,
넌 결혼도 못하겠다. 평생 동생 뒤치닥거리 하느라. 불쌍하다.
창피하겠다. 왜 너한테 그런 시련이 왔을까.
장애인을 왜 밖에 데리고 돌아다니냐 가둬 키워야지.
뭐하러 데리고 사냐. 버려랴

제가 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저는 저런 말들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제 동생이 부끄럽지 않아요. 고생스럽지도 않아요. 시련도 아니구요
저에게는 그저 가장 소중한 제 동생일 뿐이에요.
물론 다른 집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전 제 동생 때문에 너무 행복해요.
왜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시나요. 그리고 왜 그렇게 부담을 주시나요.
동생에 대한 제 사랑이 그저 뒤치닥꺼리하는 불쌍한 애 정도로 밖에 안 보이나요.
밖에 데리고 돌아다니면 항상 듣는 왜 장애인을 데리고 돌아다니느냐.
제 동생은 댁네 아이처럼 시끄럽게 하지도 않았는데요.
버리란 말은 심지어 친척이 저희 어머님께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친척집에도 안 가고 얼굴도 안 비치는 사람이 됐네요.
아버지 때문에 어쩔수 없이 친척집에 가서
눈총받고 무시받는 동생이 그저 불쌍하네요.

몇몇 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걱정되서 한 말 일수도 있지만
너무 싫습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저런 말이
저를 향한 동정의 눈길도 동생을 향한 말과 시선도요.
그래서 자꾸 숨기게 되더라구요. 저와 동생을 위해.
숨기면 숨기는 대로 창피해서 그러냐며 못된년이라고 욕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요.

저희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워요.
동생이 자폐라는 걸 들은 어머니는 어떻게든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버지 월급보다 동생 교육비와 치료비에 많은 돈을 쓰셨고.
복지관이 아닌 곳에서의 교육비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국가 복지기관에서 받는 교육은
(보통 예술운동치료 언어치료..라고 하지만 편의상 교육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청해도 몇 년 이상은 대기 해야해요.대기자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구요.
또 대학병원에서 한 번 진료 받을 때마다
뇌파검사며 MRI..
부모님도 주위에 이런 쪽으로 잘 아는 사람도 없고
그 때는 인터넷도 발달했던 때가 아니라
무작정 부딪치셨던 거 같습니다.
덕분에 빚은 어마어마하게 있고 부모님도 지금은 맞벌이 하고 계세요.

어려운 집 사정에도
너가 하고 싶은 걸 하라며 말씀해주셨던 엄마덕분에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연기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고
우리집 사정에 대학은 어렵겠다. 생각하여
일찍 알바라도 하자하며 고등학교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뒀던 계기는 재정 말고도 또 있었는데요.

동생이 사춘기 들어서 간질발작이 생겼어요.
자폐증 아이들에게 흔히 온다고 하던데
가끔 동생이 간질 발작을 일으킨 다음날이나
동생이 아픈 날이면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에 제가 학교를 빠지고
동생 옃에 있었습니다.
저는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공부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거고
학교 친구들에겐 그냥 집안일이라고 대충 둘러댔으니까요.
담임 선생님께는 말씀드렸더니 이해해주셨구요.
교장 선생님께도 담임선생님께서 말씀 드려 놓으셔서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학교 가는 날이 더 불안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초반에 제가 학교를 좀 자주 빠졌었어요.
윤리 가르치던 선생님이 시험 점수 확인하다가
제가 나오니까 다른 애들도 다 들리도록

"넌 맨날 동생 아프다고 빠지네. 병있니? 얼마나 대단한 병이길래?"


너무나도 화가 났습니다.
지금 보시는 여러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진 모르겠지만 상당히 비꼬는 말투였고
반에는 정말 친한 친구들도 많았지만 저희 반에는 좀 논다 하는 애들이 많았고
그 친구들이 제가 학교를 자주 빠지니까 연예인도 아닌데 연기한다는 이유만으로
안 좋게 얘기하고 절 비웃고 다녔거든요. 담임선생님이 집안 일이라고 말을 해뒀는데도요.
순간 화가 너무 나고 반에 흐르는 정적과 시선때문에
대답 하지 않고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 선생님은 나중에 저에게 자기는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왜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글쎄요. 저는 정말 걱정해서 하신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쉬는 시간에 가장 친한 친구가 데리고 나가면서
괜찮냐고 그 선생님은 왜 그러냐고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더라구요.
초등학교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고 제 동생을 몇 번 본 일도 있었기에
아마 이 친구는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던 거 같아요
다른 친한 친구들은 돌아가니 아무일 없던 것처럼 대해 주더라구요.
물론 몇몇 애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렸지만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과 다 밝힐 수 없는 미안함과 선생님에 대한 원망을 안은 채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미안해하실까봐 다른 이유라고 말씀드렸고

장애인의 형제들은 실제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일이 잦다고합니다.
그만큼 주위나 집에서 받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많다는 뜻이겠지요.
형제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복지나 교육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잘 몰라서 동생에게 미안했던 일이 참 많네요.

아무쪼록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없이
제 동생과 맘 껏 손잡고 같이 걸어다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여주러 가고
좋은 곳도 많이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대놓고 쳐다보고 욕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직은 많이 힘드네요.

별의 별 일들이 참 많았는데 다 쓰고 싶은데
너무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길에서 보호자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장애인을 보면
집에서 잃어버렸을 확율이 높습니다. 제 동생도 잃어버린 적이 많거든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팔찌나 목걸이 옷텍등을
확인해주시고 연락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보호자들이 정말 애가 타거든요. 집으로 혼자 돌아올 줄 모르는 경우가 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읽으면서 불쾌하시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네요. 저도 잘 알지는 못해서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은 지적해주세요

그리고 동생아 사랑해 너가 우리 가족의 행복이자 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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