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시청자를 의아하게 만든 대목 하나, 바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MB 아바타'를 직접 꺼낸 거다.
▶안=제가 MB(이명박) 아바타인가.
▶문=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
▶안=2012년 때도 ‘지금 민주당에서 저를 MB 아바타라고 유포하고 있는데 그걸 좀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린 적도 있다. 이것이 5년이 지나서도 계속되고 있다.
▶문=안 후보님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부상할 때 배후에 MB 측 지원받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다.
이날 TV토론 후 안 후보는 더 큰 후폭풍에 시달렸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 생각나듯 스스로가 MB 아바타를 언급한 게 사실상 패착이었다"며 “특히 안 후보에게 우호적인 보수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외교ㆍ안보 토론에서 실점한 게 뼈아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왜 토론에서 느닷없이 MB 아바타를 운운했을까. 당시 캠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건 네거티브’ 대응이다. 당시 TV토론 준비단에 포함됐던 관계자의 증언은 이렇다.
“호남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거리를 누비며 하는 구전 마케팅 때문에 MB 아바타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현지 의원들이 정리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마침 민주당이 작성한 안철수 네거티브 지시 문건이 확보돼 이참에 공식화하자고 회의 끝에 결론 내렸다.”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당시 안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로 최종 결정되고, 문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양강 구도를 구축하면서 급증했다. 지난해 4월 17일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전략본부 전략기획팀이 작성한 ‘주간정세 및 대응방안(案)’ 보고서도 비슷한 내용을 적고 있다. 당시 보고서에는 “SNS 집중, 비공식 메시지를 확산해야 한다”며 비공식 메시지의 예시로 ‘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갑철수’ 등을 제시했다.
네거티브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자 안 후보 측이 선택한 게 TV토론이다. 일종의 정면돌파다. 하지만 안 후보의 선택은 결국 마이너스가 됐다. 문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를 들추기보다 스스로 늪에 빠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국민의당 ‘19대 대선평가보고서’도 “MB 아바타 이미지가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잊혔던 ‘MB 아바타’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 모(49ㆍ필명 드루킹) 씨가 체포되면서다. 드루킹이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은 소개자료에 “(대선 때) 문꿀오소리 등 (문재인 후보) 극렬 지지자들과는 별개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지 않고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며 “유일하게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7%까지 올랐을 때 5일간 ‘안철수는 MB 아바타’라는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18일 “이번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라며 “지난 대선 때 안 후보를 두고 ‘갑철수’, ‘MB아바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 이제 그 진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19일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에서 사조직을 동원해서 여론 조작을 한 것”이라며 “댓글공작 같은 여론 조작을 통해서 지금은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있다. 고문보다 더 지독한 수법이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서울시 영등포구, 파주, 용인 등을 중심으로 문 후보에 대한 지지 댓글이 많이 달린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며 “파주 지역에 드루킹이 활동하던 느릅나무 출판사가 있던 만큼, 의심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